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외과)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인근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하나 둘 피해 수련병원 전공의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좀 더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수련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불거진 인턴 필수과목 미이수 문제가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에서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논란이 확산됐다. 다수의 수련병원 인턴들이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필수과목이 아닌, 일손이 부족한 진료과 등에 배치되고 있어 문제가 됐다.
특히 서울대병원 110명의 전공의들이 필수 진료과목을 이수하지 못해 추가수련을 받아야 하는 위기에 처하며 우려는 더욱 커졌다.
박지현 회장은 “행정 조치 통보를 받은 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와 긴밀하게 논의 중이다. 대전협의 제1원칙은 피해 전공의를 구제하는 것”이라며 “30일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본회의가 마련돼 있는데 핵심 현안인 인턴 필수과 미이수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번 사태를 두고) 인턴제 폐지로 가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엄격하게 원칙을 적용해 인턴 티오를 감축하는 등 전공의법을 다잡을 수 있는 기회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인턴 절반이 추가수련을 해야한다는 것은 옳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에게 책임이 있지 전공의들의 추가수련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 대표들과 긴밀하게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전공의가 폭력 없는 환경에서 수련받을 수 있는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전공의 폭행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의 물리적 분리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전문의 시험자격을 빼앗으려는 의도로, 논문 철회 협박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박 회장은 “(가해자인) 해당 교수는 사직서를 내 해임됐고 수련환경으로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며 “물리적 분리가 이뤄졌지만 처리 과정에서 여전히 피해자가 협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가해자를 처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폭행 피해에 대한 제대로 된 신고나 조사,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이 지난 2019년 전국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약 20.5%(902명)가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사건이 발생했을 때 처리 절차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28.3%(1494명)으로 집계됐다.
박 회장은 “전국의 모든 수련병원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전수조사, ‘전공의 폭력과 성희롱 등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지침’을 따른 의료진 교육을 해야 한다”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해당 지침에 따라 제대로 된 조사와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부터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대리민원 접수가 가능해진 만큼, 폭력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피해 전공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공익을 위해 해당 폭력 병원들의 사례를 모아 민원 처리 과정을 인턴, 레지던트 지원자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지난해 논란이 된 ‘EMR 접속 강제 차단’ 문제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EMR 차단의 가장 큰 문제는 처방권을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에게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복지부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대전협도 엄격하게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