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시행한 ‘2019 전국 전공의 병원평가’ 결과를 22일 메디스태프를 통해 공개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병원평가의 설문 문항은 △전공의 근무환경 △전공의 수련환경 △전공의 안전 △환자안전 등 5개 항목 총 40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응답자 수가 극히 적은 일부 병원 결과·중복값 등은 통계학적 검증 과정에서 제외됐으며 최종 94개 수련병원의 4399명의 전공의의 응답 값이 분석됐다. 대전협은 8개 문항에 대해서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의 변화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공의법 시행으로 전공의 근무시간은 줄어들고 휴식시간은 늘어나는 변화가 있었다. 2016년 전공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91.8시간에서 올해 80.0시간으로 감소했으며 당직 근무 이후 휴식시간은 2016년 5.38시간에서 올해 10.2시간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수련과 근무의 질적 측면에서는 유의미한 개선 사항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4년간 전반적인 근무환경 만족도와 수련과 관련 없는 업무 비중에 대한 결과는 큰 변화가 없었다. 주치의로 정규 근무를 할 경우 평균 담당 환자 수는 2016년 16.9명에서 2019년 17.8명 수준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당직 근무 시 최대 담당 환자의 수는 평균 68.5명에 달했다. 특히 규모가 작은 병원일수록 연차별 전공의 명수가 적어 1인당 맡고 있는 환자 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전공의를 대체할 의료인력은 제대로 충원되지 못하고 있었다. 입원전담전문의 고용 여부를 묻는 문항에 전공의 500명 이상 수련병원 전공의는 77.0%가 전공의 100명 미만의 수련병원 전공의는 21.0%만이 고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전협 정윤식 홍보이사는 “전공의법 시행으로 근무시간이 단축됐으나 EMR 셧다운제를 통해 보여주기식으로 행해지는 경우도 많다”면서 “의료인력 충원이 시급하나 입원전담전문의 고용이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내과 3년제 전환에 따른 공백으로 인한 대비도 없는 실정이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전공의법이 시행됐지만 수련 내용에 큰 개선은 없었다. 절반 가까이 되는 45.0%의 전공의가 지도전문의 제도를 처음 듣거나 지도전문의 제도를 알고는 있지만 누군지는 모르고 있었다. 또 5명 중 1명은 환자에게 술기를 행할 때 전문의에게 적절한 지도·감독을 받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39.2%가 수련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작성했으나 수련계약서 2부 중 본인 보관을 위한 1부를 돌려받지 못했다. 또 전공의 10명 중 1명은 소속된 의국으로부터 입국비, 퇴국비 명목의 지정된 회비를 지불할 것을 요구받고 있었다.
전공의 안전이 우려되는 결과도 보였다. 전공의 45.2%는 환자·보호자로부터 20.5%는 병원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전공의 3명 중 2명이 병원 내 폭력 사건 발생 시 병원 내 처리절차를 신뢰하지 못하거나 절차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정윤식 홍보이사는 “많은 전공의가 병원평가를 통해 수련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기를 원했다. 전공의가 처한 현실을 알리고 수련환경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대전협 박지현 회장은 “병원 내부에서도, 사회적으로도 환자안전을 위해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며 개선 시도는 있으나 객관적인 결과로 보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면서 “이와 별개로 근무시간 외 EMR 접속 차단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향후 수련환경 만족도와 전공의 임금, 휴가에 대한 전수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