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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 총파업하자는 의사들 vs 환자 살리는데 여념이 없는 의사들

    "개원의들은 뛰쳐나가고 싶고 필수의료 의사들은 겨우 버텨…망가진 의료 현실 되짚어볼 시점"

    기사입력시간 2019-08-21 06:47
    최종업데이트 2019-08-21 09:1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18일 전국 의사 대표자대회에 의사 대표자들 3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더 이상 정부의 일방적이고 잘못된 의료제도를 참을 수 없다며 총파업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이들이 주장한 것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폐지, 수가 정상화, 원격의료 저지 등 7개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진료실이 아닌 투쟁의 거리에서 의사들과 마주하게 되는 날, 의료는 멈추고 그리하여 의사들의 손에 다시 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을 선출한 이유 자체가 강한 투쟁을 위해서였지만, 명확한 전략과 로드맵을 갖추지 않아 제대로 된 투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파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원의들만 일부 휴진에 나서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환자실, 응급실, 분만실 등 필수의료도 파업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는가 하면, 전공의들도 충분히 파업에 동참할 준비돼있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19일 서울의 모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들를 기회가 있었다. 중환자실 담당 교수는 환자들은 끊임없이 몰려드는데 일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일할 의사를 추가로 채용한다 하더라도 충분한 인력을 둘 수 있는 환경은 아니고, 일선 의사들 자체가 필수의료 지원을 기피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한 달에 며칠동안 당직을 서는데도 주말이면 환자들의 상태 알람으로 받는 문자가 수십통에 이른다고 밝혔다. 파업에 대해 물어볼 틈조차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해 보였다. 건강이 염려될 정도였다. 해당 교수는 일년 내내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또 퇴근하고 다시 연락을 받는 구조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듯했다. 그런데 간호사들도, 환자의 보호자들도 그의 눈만 쳐다보고 있었다. “힘드시리라는 것을 잘 알아요. 하지만 환자들을 위해 버티실 것이라고 믿어요”

    의료계 한쪽에서는 병원이 아닌 거리로 나가야 한다고 외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누군가 환자를 살려야 하는데 일할 사람이 없어서 겨우 버틴다고 호소한다. 

    같은 의사들 중 혹자는 필수의료를 맡는 의사들을 상대로 병원을 뛰쳐나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수의료를 맡는 의사들은 환자에게 실시간으로 집중하고 일이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어 보인다. 사람이 생각할 여유가 주어져야 파업에 대한 찬반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해보기도 할텐데, 현재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아니, 의사는 환자 곁에서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필수의료를 맡게 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의료계 내 상반된 두 장면, 그렇다면 파업에 대한 의료계 입장은 어떻게 정리될 수 있을까. 의료계를 대표하는 여론이 있기는 할까. 의료계 내에서 직역에 따라 처한 환경은 정부와 의료계를 바라보는 것처럼이나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면 개원의들은 투쟁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는 만큼 일차의료가 어딘가 망가지고 있다고 하고, 필수의료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당장 뛰쳐나올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 겨우 버티면서 더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자화자찬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의문이다. 결국 우리나라 의료의 자랑인 의료접근성과 우수한 의료기술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은 아닐까. 의료계의 주장대로 망가져가는 의료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