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집행부 출범 이틀 전인 지난해 4월 29일 전국 의사 대표자 대토론회, 그리고 최대집 회장 집행부 출범 1년 4개월이 지난 올해 8월 18일 전국 의사 대표자회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관련 기사=의협 새 집행부 "문재인 케어, 급여 수가는 관행수가의 60%, 의료행위 빈도까지 통제"]
의사 대표자들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투쟁 열기를 고취를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의사들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 등에 대해 그동안 의사들의 희생으로 유지한 건강보험 제도를 정부가 적정한 보상 없이 의사들을 더 통제하는 정책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번 대표자대회는 지난 1년 4개월동안의 의협 집행부에 대한 비판이 상당했다. 의사 대표자들은 “집행부가 투쟁 전략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투쟁 준비를 제대로 해서 이기는 투쟁을 해야 한다”라며 “문재인 케어 저지한다더니 그대로 진행되거나, 앞으로는 투쟁을 한다고 하고 뒤로는 정부 정책에 동참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 투쟁 필요성은 공감
의사 대표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투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의협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가 요구한 7개 선결과제를 정부에 요구했다. ▲대책없는 문재인케어를 전면 폐기하라 ▲진료수가를 정상화하라 ▲한의사의 의과영역 침탈행위를 근절하라 ▲원격의료 도입을 즉각 중단하라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라 ▲의료에 대한 국가재정 투입을 정상화하라 ▲의료분쟁특례법을 제정하라 등이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우리는 이번 투쟁을 마지막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실패하면 2세대, 3세대에 걸쳐 (의료계가) 일어설 수도 없을지도 모른다. 이번 투쟁에 회장직을 비롯해 모든 것을 걸었다. 우리가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통해 무기한 파업을 해야 한다”라며 "이 과정에서 회장과 집행부가 감옥을 가야 한다면 1년, 2년, 3년이고 감옥에 가서 옥중 투쟁을 하겠다. 건강보험 거부도 심각하게 판단해서 건강보험 거부 투쟁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4월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가 출범했으며 7월 2일부터 2주일간 계속됐던 저와 집행부의 단식은 본격적인 투쟁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과 직역을 망라한 의료계 모든 영역에서 보여주신 응원과 지지는 ‘의료개혁’이라는 숭고하고 막중한 사명을 반드시 이뤄달라는 간절한 열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의사들이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그동안 우리 의사들을 무시하고 탄압해온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에 대해 항거하고 분노를 표출 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협 창립 111년이 지난 지금이 가장 큰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해 모인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이 의장은 “이제라도 우리 스스로 살기 위해서 생존권을 찾기 위해서라도 족쇄를 깨고 굳게 뭉쳐야 하지 않겠는가, 아니면 모든 걸 포기하고 굴종 의사의 삶을 살아야겠는가. 의사들은 둘 중 하나를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위해 후배 의사들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 정할 절체절명 시기다”라고 밝혔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백진현 회장은 “OECD에서 건강과 진료수준은 상위인데 의료수가는 하위권이다. 의사들의 희생이 컸음을 알 수 있다”라며 “저수가 저부담 저보장이 적정수가 적정부담 적정보장이 돼야 한다. 이미 대통령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약속했으나, 약속을 지키려는 어떤 노력도 보지 못했고 사과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백 회장은 “기초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케어 등 무거운 건물을 지어올리겠다고 했다. 의료계의 우려에도 전혀 문제 없다고 흘려 보내고 이제는 적자 걱정으로 허둥대고 있다”라며 “의정협의체를 통해 근본적인 의료개혁을 위한 우선순위를 정해 논의해야 한다. 지금처럼 일방적이고 꼼수를 부리는 행태가 지속되면 동료의사들과 함께 항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이윤호 공동회장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대한민국이라는 위대한 나라의 의료를 위해서나 이제 의업에 막 뛰어든 전공의들을 위해,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의대에 입학한 까마득한 후배 의사들을 위해 어려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정부는 보장성 강화 정책을 통해 공공성을 높이고 의료전달체계 전체를 개편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대형병원들에게 환자와 자본을 집중시킴으로써 의료의 평등을 악화시키고, 대형병원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반국민적인 정책이다”라며 “우리들의 정당하고 올바른 의견을 정부에 제시하고 이를 실행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한국 의료가 얼마나 왜곡되고 가고 있는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집행부에 쓴소리, 투쟁 로드맵 만들고 이기는 투쟁 준비해야
이철호 의장은 “집행부는 회원들의 투쟁열기가 약하다고 변명해서는 안 된다. 대표자들의 협조를 바탕으로 반상회 등을 활성화하고 지역별 궐기대회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투쟁의 불을 지펴야 한다. 이것이 의사로서의 사명이요 소명이기 때문이다. 투쟁역량이 극대화되면 얼마든지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집행부는 투쟁과 협상 전반에 대한 완벽한 로드맵을 만들어 추진해야 한다. 과거 2000년도 의약분업 투쟁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투쟁건은 절대 실패해서는 안된다”라며 “다만 현재는 한일관계라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시기라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언제 우리의 분노를 폭발시킬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승우 회장은 “투쟁을 하더라도 성공하는 투쟁을 해야 한다. 의료계가 파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태로 비겁하게 전공의 탓만 해선 안된다. 오히려 날짜가 나와서 의료계 전 직역이 다같이 파업에 나섰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투쟁의 불을 지피고 있다는데, 언제까지 잘못된 의료제도에서 가만히만 있을 것인가. 국민들을 위해 양심적이고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더 이상 희생만으로 버틸 수 없다”라며 “그동안 투쟁에서 패배하는 선배들만 봐왔지만, 이제는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좌훈정 부회장은 “의료계가 지난 2017년 8월 문재인 케어 문제점을 지적하고 절대로 안된다고 했다. 벌써 2년이 흘렀다”라며 “그동안 의협회장 선거에서 가장 강력한 투쟁을 외쳤던 최대집 회장이 당선됐다. 그러나 문재인 케어 저지했는가. 정부가 우리 의사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의료수가 현실화했나”라고 지적했다.
좌 부회장은 “지금도 최대집 회장의 진정성을 믿고 지지하고 있다. 다만 의협 집행부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했지만 열심히 했다는 것과 좋은 결과를 맺었다는 것은 전혀 다르다”라며 "투쟁의 역사는 의약분업 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왔지만 잘되지 않았다. 왜 실패한 것을 반복하는가. 우리의 투쟁은 찻잔속의 태풍처럼 외부에게 보여지기식 투쟁이어선 안된다. 상대가 놀랄만큼 상대를 이기는 투쟁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케어는 그대로 강행, 앞으로는 투쟁 뒤로는 정부 정책 참여 비판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은 “최 회장은 올해 3월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케어 정책 변경을 이뤄냈다고 발표했다가 7월 다시 단식하면서 문재인 케어 전면 저지를 한다고 했다. 앞에 것이 틀렸든지 뒤에 것이 틀렸든지 둘 중 하나가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주 회장은 “문재인 케어 저지는 분명하지만 반대 투쟁을 하는 상황에서 7월 복부 MRI 협의체와 남성 생식기 급여화 협의체 회의는 왜 참석했는가. 이런 것을 바로잡지 않고 투쟁을 해서는 힘이 실리지 않는다. 이미 정부 측에 협의를 다 해주고 도장 찍어주고 있는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주 회장은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쟁투를 다시 출범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정관에 따른 것이고 공정거래법 위반도 피해갈 수 있다. 감옥에 갈 수 있으면 가는게 아니라 의쟁투를 제대로 만들고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은 “우리 자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의쟁투조차도 하나되지 못하고 시도회장단도 하나되지 못하다. 회원들의 핵심이 되는 시도회장이나 공식기구인 대의원회가 하나되지 못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모욕적인 문케어는 그대로 진행되고 수가 협상은 결렬이 됐다. 의협 집행부는 그동안의 대응에 있어서 회원들 앞에서 진솔하게 반성할 부분이 없는지, 어떤 부분이 정말 잘못됐는지 회원들에게 설명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집행부는 지난 3월 대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케어에 잘 대응해왔다고 보고를 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문재인 케어가 일방 강행되고 또 다시 전면 저지한다는 주장에서 회원들은 어리둥절하다. 의협 집행부는 앞으로는 투쟁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회원들이 투쟁에 공감할 수 있다”라고 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강봉수 부회장(경기도의사회 부회장)은 “의협 집행부의 로드맵을 기대했다. 단순히 원격의료와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반대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의협은 여기에 포함된 커뮤니티케어,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제 등에 참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원격진료와 이어지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강 부회장은 “의협 모상임이사가 구속된 산부인과의사 회원보다 단식 투쟁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제대로 된 투쟁을 하려면 이런 지도자가 아니라 인적쇄신을 통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지도자들과 함께 제대로 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