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교육부가 의대정원 증원에 따라 의학교육에 차질이 없도록 8월부터 교원 채용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론 구체적인 채용 절차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교육부 이주호 장관은 6월 14일 브리핑에서 "의대정원 증원에 따라 내년부터 3년간 국립대 전임교원을 1000명까지 증원하며, 내년 교육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올해 8월부터 교원 채용절차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대생을 가르치게 될 교수 조차 제대로 채용하지 못할 위기가 커지면서 당장 내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의학교육이 사실상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전국 국립의대 5곳을 대상으로 문의한 결과, 의대증원에 맞춰 교원 정원(TO)을 늘려 채용을 하거나 채용을 준비 중인 곳은 1곳도 없었다.
국립의대들은 의대증원에 따른 추가 채용을 하지 않고 결원을 충원하는 수준의 통상적인 하반기 정기 채용 정도만 진행하고 있었다. 교육부에서 교원 채용 관련 지침도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의대 전병조 교수협의회장은 "증원된 정원 비율에 맞춰서 교수 채용이 진행되고 있는 건은 없다. 매년 통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상적인 채용 정도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남의대는 의대증원을 위한 불법적인 내부 학칙 개정만 이뤄진 상태로 그에 따른 시설, 장비, 교원 등 충원은 계획 조차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 이런 상태론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충남의대 이병석 교수협의회장도 "충남의대는 사직이나 정년퇴직한 교원에 대한 채용 이외 추가 채용 계획이 없고 교육부에서도 관련된 지침이 내려온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회장은 "전공의가 없다 보니 전문의 채용을 위해 일반 전문의 대상 임상교수 요원은 병원 자체적으로 충원 계획을 갖고 있지만 의대증원에 따른 전임 교원 확충은 교육부 세부 지침이 없어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국립의대 교수 역시 "추가 채용 계획은 없는 상태로 있는 정원도 제대로 뽑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 상황에서 교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설명과 달리 각 의대 현장에서 교원 채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는 향후 전임교원 증원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모임(공의모)이 13일 밝힌 교육부 정보공개청구 신청 내역을 보면, 교육부는 국립의대 전임교원 증원 계획 정보가 "존재하지 않다"며 정보부존재 사실을 알렸다.
정보부존재는 공공기관이 청구된 정보를 생산·접수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앞서 공의모는 국립대학별 전문과목별 전임교원 증원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채용인원 계획안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공의모 박지용 대표는 "8월부터 교원 채용절차를 시작한다고 했던 것과 달리 관련 계획 조차 부존재한 상황이다. 계획에 없던 급작스러운 의대증원 추진에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손발이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의대증원에 따른 보건의료위기 '심각'단계로 격상된 상태다. 정부가 셀프로 만든 보건의료위기 청구서는 뒤늦게 날아와 국민의 목을 조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