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 의사 출신인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1호 법안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소회를 밝혔다.
고의도 아니고, 명백한 과실이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논리를 '명문법'으로 정해야 하는 현실에 슬픔을 느꼈다는 이 의원은 의사의 과도한 법적 책임 부담이 현 전공의들의 미복귀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10일 대한의사협회가 개최한 '합리적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방향 모색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이 의원은 "요즘 전공의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주에는 광주에 있는 전공의를 만나고 왔고, 어제는 부산에 있는 전공의들을 만나고 왔다. 대체로 우리가 필수과, 기피과라고 이야기하는 과에서 사직한 전공의들이 많다. 이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공부를 여전히 계속하고 싶다. 그런데 두려운 것이 너무 많아 차마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어제 만난 내과 2년차와 3년차 사직 전공의도 '몰랐는데 나의 윗년차 선배들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소송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더 못 돌아가겠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전공의들도 현실이 이 정도로 어려운지 몰라서 지원했던 것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모두 알게 된 것이 또 하나의 비극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누가 지원을 하겠으며, 그 후에는 또 누가 지원을 하겠나"라며 “어느 한 영역이 몰락하는 데에는 그 영역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권리나 권한에 비해 과도한 책임을 몰어온 사회의 분위기, 그것을 좌시했던 선배 의사들, 제때 교정하려 노력하지 않았던 정부와 국회 모두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제22대 국회 첫 번째 발의 법안으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법안 내용을 쓰면서 참 슬펐다. 해당 법안은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에 불가피한 행위를 했고, 그것이 고의가 아니었으며 명백하게 피할 수 있는 과실이 있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을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라며 "고의가 아니고 명백히 피할 수 있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데 그것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을 법으로까지 만들어야 하나. 이것이 아주 슬픈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 의원은 "일부러 잘못하지 않았고, 중대한 과실도 없는데 그것에 대해 책임을지지 않게 해주겠다는 말이 과연 명문법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인가"라며 "왜 의료계는 그래야 하나"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실제로 기존 법안에서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 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않고,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하도록 했다.
개정안에서는 형사책임 '감면'부분을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로 바꿔 아예 면책했다. 즉 기존엔 상해에 대해서만 면책했던 형사책임을 사망까지 확대한 것이다.
특히 그는 "법조계에서는 이런 것을 특례로 제정하는 경우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답했다. 일반적인 의료 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을 하는 나라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특례법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다만 우리가 국민을 향해 어떤 방식으로 소통했고 이야기했는지 이 법을 만들며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쉽게 의료사고라고 이야기하지만 국민이 받아들이기에 의사 잘못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의료 악결과, 의료 과실, 의료 분쟁, 의료사고는 모두 다른 의미여야 하며 정교하게 구분돼 사용돼야 한다. 그간 모든 단어가 혼재되면서 모든 의료 악결과가 의사 과실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새로운 아젠다를 마련할 때 국민들이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를 고려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의사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것임을 세밀한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이 시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의료는 큰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의료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를 밟아 전문의를 주로 하는 과거 의료는 이미 사라졌다"며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우리에게 권리가 있다면 의무가 있을 것이고, 권익이 있다면 해야 하는 기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모든 것을 빠짐 없이 기억하고 사회에서 의료계, 언론, 국회가 각자의 역할을 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