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는 한 보수단체의 회원들이 지난 24일 오후 수원시 아주대병원 정문 앞에서 이국종 교수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인 데 대해 "의료기관 내 폭력과 다름없다"며 규탄하는 성명을 25일 발표했다.
의협은 "한 보수단체의 회원들이 24일 오후 수원시 아주대병원 정문 앞에서 이국종 교수를 규탄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이 교수가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을 비판하기 위해 모였다고 한다. 결국 이 교수가 진료도중 병원 밖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밝혔다.
의협은 "진료중인 의사를 대상으로 의료기관 앞에서 벌어진 이와 같은 시위행위는 의사의 진료행위를 방해하고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사실상 의료기관 내 폭력과 다를 바가 없다. 더군다나 이 교수는 무엇보다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중증외상을 주로 치료하는 의사다. 제대로된 정책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불모지나 다름 없는 중증외상 분야를 지켜온 이 교수의 초인적인 인내와 헌신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고 했다.
의협은 "사실상 우리 사회 전체가 이 교수에게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개인에 대한 비판은 자유이지만 이런 식으로 의사의 진료행위를 방해하고 생명을 구하는데 써야 할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날 이 교수는 시위대를 향해 '나는 노가다 의사에 불과하다', "헬기 때문에 민원이 들어와 (병원에서) 자르겠다고 난리인데 잘렸으면 좋겠다', '지긋지긋하다'며 한탄했다고 한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이 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존경받는 의사가 왜 이처럼 절망에 빠져있는지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필수의료분야가 어쩌다가 이 모양이 됐는지, 언제까지 몇 사람의 '초인'에게 의지할 수 있을지를 냉정하게 자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주대병원 앞에서 벌어진 이 해프닝은 이 교수의 한탄에 무안해진 주최측이 급하게 집회를 마무리하면서 일단락됐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지만 의료기관 앞에서 진료중인 의사를 상대로 진료를 방해하는 이런 식의 몰상식한 행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으며 의료기관 내 폭력행위와 마찬가지로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국종 교수의 절망과 한탄은 잘못된 제도의 문제를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 '보이지 않는 희생'에 익숙해진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