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간 의정협의체가 공식 출범하면서 사실상 대정부 투쟁 열기는 소강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장 최근 있었던 10월 말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회의는 전체 위원 26명 중 4명 참석에 그쳤다. 당시 여러 가지 일정이 겹친 데다, 의정협상이 재개되면서 투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위원들 사이에 형성되지 않은 탓이다.
의협은 4월 4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정상화와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위해 정관 제39조 제2항(특별위원회)에 의거해 의쟁투를 구성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이 의쟁투 위원장으로 최 회장을 포함한 전체 26명의 위원이 추대됐다.
의쟁투는 6개 우선 해결과제를 우선적으로 도출했다. 이는 ▲문재인케어의 급진적 보장성 강화 정책의 전면적 정책 변경 ▲진료수가 정상화 ▲한의사들의 의과 영역 침탈행위 근절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의료에 대한 국가재정 투입 등이다.
당시 최대집 회장은 "의쟁투 성격을 중장기 투쟁체로 설정하겠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2019년 하반기에 1차 투쟁을 진행한 뒤 2020년 4월까지 본격적인 행동 단계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19년 하반기(6월~12월)는 의쟁투 1차 행동단계로서 대정부 투쟁을 강력하게 수행해야 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의협 집행부는 투쟁체 의쟁투를 통해 총역량을 투입해 최고도의 대정부 투쟁과 의료개혁 국민운동을 수행하겠다”라며 "물론 1차 행동단계에서 의사 총파업은 대정부 투쟁의 선택지의 하나로 엄존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다 할 투쟁 전략이나 동력이 보이지 않자,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6월 15일 회의를 통해 의협 집행부에 의쟁투 해체와 범의료계 차원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권고를 만창일치로 의결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앞으로 의쟁투 조직을 더욱 확대·재정비해 부족한 부분을 강화해 나가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대정부 투쟁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라며 운영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의쟁투는 7월 2일 청와대 앞에서 의쟁투 대정부 투쟁 선포 및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최대집 회장 등 집행부의 2주간 단식투쟁으로 투쟁 열기를 고취시켰다. 의쟁투는 총파업 등을 결의하겠다며 8월 18일 전국의사 대표자대회를 열었지만 이 때 총파업은 특별히 거론되지 않았다.
의쟁투는 투쟁 열기를 이어가겠다며 8월 30일 문재인케어의 전면적 정책 변경을 촉구하기 위해 청와대 앞 철야시위를 벌였고 9월 18일 복지부 앞 시위도 했다. 하지만 의협 집행부 외에 총파업 열기를 확산시키기는 역부족이었다. 의쟁투는 의료개혁 총력전을 8~9월에서 9~10월로 연기한 다음, 또 다시 연말부터 내년 4월까지로 연기했다. 의쟁투 공식 홈페이지 의쟁투.com은 9월 2일자 이후로 업로드가 멈췄다.
그러다가 의정간담회 개최와 함께 의쟁투 투쟁 이야기는 사실상 사라졌다. 9월 11일 최대집 회장과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만나 의정협의 재개와 국민건강 및 환자안전,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현안 해결을 위한 의정 간담회를 개최했다. 두달 뒤인 11월 13일 첫 번째 의정협의체 회의를 통해 수가산정기준 등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방안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은 의정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분명히 하고 여기에 따른 출구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협상에 의존할 뿐, 투쟁 전략이나 동력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와 다름 없다”라고 말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 집행부는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의쟁투를 해체하고 비대위를 구성하자고 한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면서도 사실상 투쟁의 끈을 놓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의협 집행부는 투쟁기금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투쟁에 대한 공감대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절하지 않다”라고 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 집행부는 열심히 투쟁을 하려고 해왔다. 하지만 일부 시도의사회장단 등에서 의정협상을 재개하는 과정이니 일단 지켜보자는 여론이 있다”라며 “전체적으로 사실상 투쟁이 소강 상태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