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한 의료계단체로부터 요청받은 의사회원 정보를 임의로 확인해줬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의료계 내에서 비판 의견이 나왔다. 의협은 국민 이익이 아니라 회원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의원회 운영위원인 경상남도의사회 최상림 의장은 5일 “의사들 중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부산대 의전원 부정입학을 비판하며 조국 장관의 퇴진을 요구해온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의사회원들의 동의 없이 회원 정보를 확인해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의협은 회원 동의나 상임이사회 의결 없이 9월 조국 전 장관의 퇴진 서명운동을 위한 회원 정보를 확인해줬고, 병원의사협의회가 이를 개인정보 보호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최 의장은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고 있다. 의협은 어떤 정당의 집권과 관계없이 투쟁도 해야 하고 협상도 해야 한다. 현 정권과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일에 의협이 관여한다면 회원들에게 손해로 돌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 의장은 “의협은 회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의협이 회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면 회원 정보 확인을 해줄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최 의장은 지난달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최 의장은 지난 6월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도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 대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의협 집행부가 이를 거절하면서 갈등이 있었다.
최 의장은 “임총을 소집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안건이 있어야 하는데, 일단 한두달간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의협 집행부는 대의원들은 물론 병의협 등 산하단체의 비판적인 시선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의협에 대한 비판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장은 “최대집 회장은 산하단체인 병의협을 탄압해선 안 된다. 오히려 이를 얼마나 끌어안을 수 있는 데서 경찰 고발과 관련한 문제가 커질 것인지, 아닐 것인지가 가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의협과 병의협 간의 갈등은 오히려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경찰 고발 사실이 공개된 4일 병의협에 공문을 보내 병의협이 사용중인 사무공간을 비워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의협은 “용산임시회관에서 회무를 수행하면서 사무공간이 협소하고 공간 활용이 한계에 도달했다. 효율적인 사무처 운영을 위해 지난 10월 7일 병의협이 사용하는 사무공간을 비워줄 것을 공문을 통해 요청한 바 있다. 이에 11월 11일까지 사무공간을 비워줄 것을 다시 한 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의협은 “병의협은 우편법 위반 및 비밀침해 등으로 의협회장과 직원을 고발했다. 특히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는 담당 직원은 경찰조사를 받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병의협과 의협이 같은 공간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병의협 주신구 회장은 “의협 내부 자정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경찰 고발을 택했다. 이를 통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따지겠다”라며 “대의원회나 의료계 지도자층이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대정부 투쟁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