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소아응급의학회가 경찰이 마련한 응급실 수사 가이드라인 초안에 대해 강제수사 제한 기준이 추상적이고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보완을 촉구했다.
살인 등 중대 강력범죄나 명백한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응급실 강제수사를 원칙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4일 가이드라인 초안에 대해 "경찰청과 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 현장의 압수수색 및 112 신고 대응 지침을 정리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으나, 현재 공개된 안은 의료 현장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 논란을 계기로 필수의료 분야 수사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하고 복지부와 논의를 시작했다.
초안에는 응급 진료공간 관련 112 신고 접수 시 초동대응 절차를 마련하고, 압수수색 등 수사 과정에서 환자 안전과 진료 연속성을 보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필수의료 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압수수색 등 수사 과정에서 환자 안전과 진료 연속성 확보를 위한 조치를 연속적으로 보호하고, 비진료공간 우선 집행 등 수사에 필요한 최소 범위에서 영장을 집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학회는 이 같은 내용이 의료 현장에서 무분별한 강제수사를 방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현재 제시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거나 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는 내용은 일반적인 수사 원칙을 재확인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는 현장에서 여전히 광범위한 강제수사가 이뤄질 여지를 남겨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응급 현장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살인 등 중대 강력범죄나 명백한 증거인멸 우려가 확인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강제수사를 제한하는 수준의 명확한 기준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가 요구해 온 핵심 안전장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학회는 "이번 안에는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수사 과정에서의 전문가 사전 의견 반영 절차'와 '무분별한 영장 집행을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통제 장치'가 충분히 담겨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현장 의료진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필수의료 현장의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제도적 기준이 필수적으로 보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공식적인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학회는 "의료 현장 수사지침은 진료 현장을 잘 이해하는 의료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조율할 때 높은 완성도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며 "조속한 추진에만 치중하기보다 가이드라인 안을 의료계와 투명하게 공유하고, 공식적인 의견 수렴과 협의 절차를 거쳐 균형 잡힌 최종안을 마련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