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례없는 병상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자택에서 대기하다 사망하는 환자들이 발생했다. 사전에 환자 급증에 따른 병상 확보 및 가용 병상의 즉각적인 확인이 가능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을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 주최로 2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병상을 비롯한 보건의료자원을 통합 관리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현재 보건의료자원 산발적 관리...코로나 대유행서 중환자 병상 부족 문제로 드러나
발표자로 나선 아주의대 허윤정 교수(인문사회의학)는 “현재 의료인력, 시설, 장비, 의약품 등 보건의료자원은 관세청, 식약처, 심평원 등 각 기관에서 산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보건의료자원을 통합 관리할 플랫폼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 허 교수의 지적이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고령환자들이 대거 쏟아졌던 2, 3차 대유행에서 중환자 병상 부족 문제는 심각했다.
3차 대유행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12월16일에는 병상 대기 환자가 1000명을 넘었고, 약 20명의 환자가 병상 배정 이전에 운명을 달리했다.
허 교수는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중증환자와 병상, 의료기기 등의 정보를 수차례 중복 입력하는 단순 노동으로 피로도가 쌓이는 문제도 있다”고 꼬집었다.
관련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곳이 없다보니 중앙사고수습본부, 질병관리청, 국립중앙의료원, 지방자치단체 등 개별 기관이 요청해올 때마다 전달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던 것이다.
허 교수는 “보건의료자원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넘어서 분배를 위한 제도를 어떻게 손 볼 것인지 고민하고 대안을 내놔야 할 때”라며 “그래야 향후에 찾아올 위기에서 수많은 공무원과 의료진이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시간을 더 유의미한 일에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수 보건의료자원을 정의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궁극적으로는 보건의료자원 통합 정보시스템 구축 및 관련 법적 근거 마련에 한시라도 빨리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K 방역 실패했다면 의료체계 붕괴됐을 것"...감염병 위기에선 의료적 대응도 필수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국립중앙의료원 성호경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감염병연구개발팀장은 “의료자원 관리 시스템이 미비한 상황에서 K방역으로 환자 수 자체를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면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힘들었을 것”이며 팬데믹 대응을 위한 해외의 의료자원 관리 사례를 소개했다.
벨기에의 경우, 본격적으로 확진자가 늘기도 전인 지난해 3월 팬데믹 위기 대응 부서 산하 TF팀으로 HTSC(Hospital and Transport Surge capacity committee)를 구성했다. 이후 병원의 수용 역량과 환자 흐름을 파악코자 전국 모든 급성기 병원을 대상으로 중환자 병상, 일반환자 병상, 인공호흡기 수 등에 대한 온라인 조사를 시행했다.
이를 통해 중환자 병상의 점유율 수준에 기반에 대응 단계를 설정하고 기준치를 넘어서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 추가적으로 중환자 병상을 동원하는 방식을 마련했다. 실제 지난 3월 벨기에 정부는 중환자 병상의 60%를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비워두라는 내용의 행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성 팀장은 “이처럼 벨기에는 팬데믹 초기부터 전문가들이 의료자원 모니터링 체계를 수립하고, 관련 법적 근거까지 마련했다”며 “단순히 환자 수가 아니라 의료자원 가용성에 기반해서 대응 단계를 조정했고, 일부 감염병 병원뿐만이 아닌 전체 병원을 대상으로 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 전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벨기에는 이전부터 15개의 최종치료병원의 중환자실을 상시 모니터링 하는 MICA(Monitoring Intensive Care Activities) 프로젝트와 관련 연구 등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 같은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우리는 의료자원 정보 수집 주체가 모호해 중복 수집이 이뤄졌고, 3차 유행 발생 이전에 정보수집체계를 구축하는데 실패하는 뼈 아픈 실책이 있었다는 것이 성 팀장의 지적이다.
성 팀장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공중보건 위기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비의료적 대응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고, 반드시 의료 대응이 필요하다”며 “재난에 대응할 의료자원 파악을 위한 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수본∙질병청, "의료자원 관리 중요성 공감, 관련 거버넌스 구축 계획"
이에 대해 패널로 참석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감염병 재난시에 적절한 대응을 위한 의료자원 관리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관련 체계 구축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정영기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팀장은 “알려진 정보가 없는 신종 감염병의 특성상 대응을 위해서는 정보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향후에는 복지부, 질병청, 국립중앙의료원이 협력해 의료자원 관리를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희 질병관리청 위기대응총괄과장은 “향후 설립될 감염병 전문병원 등을 포함해 총 940병상이 신종 감염병 상황에서 국가가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병상 자원으로 지금과는 많이 다른 양상이 된다”면서도 “현재와 같은 손실보상체계로는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평시와 재난상황에 따른 운영비 지원∙손실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