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98.7%는 조국 후보자의 딸 논문 논란과 관련해 1저자가 타당하지 않으며 의사들의 96%는 대한병리학회지의 해당 논문을 철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명백한 부정입시이며 입시가 취소돼야 한다고도 답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4일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2일부터 4일 오전 8시까지 의학논문을 써본 적이 있는 의사들(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임상의학과 기초의학을 망라한 모든 전공과목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논문 사태 관련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의사들은 2894명이었다. 의사들의 직역 분포는 ‘개원의사’ 46%, ‘봉직의사’ 38%, ‘교수’ 5.1%, ‘전임의’ 2%, ‘레지던트’ 2.2%, ‘공보의 및 군의관’ 3.4% 등이었다.
‘대한병리학회 공식 학술지에 조국의 딸 조모씨가 2주 인턴후 제1저자로 등재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는 항목에 응답한 의사들의 98.7%는 ‘전혀 타당하지 않은 일이다’라고 했다. 이 중 0.6%는 ‘타당한 일이다’, 0.7%는 ‘잘 모르겠다’ 등으로 대답했다.
‘조국의 딸 조씨의 대한병리학회 논문에 대해서 의학 전문가인 의학계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나?’는 항목에 응답한 의사들의 96%는 ‘해당 논문을 철회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중 2.5%는 ‘논문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1%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는 편법을 이용한 부정입시라고 생각하나?’라는 항목에 응답한 의사들의 94%는 ‘부정입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2.2%는 ‘부정입시가 아니다’, 3.8%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조씨의 부산대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은 취소돼야 된다고 생각하나?’는 항목에 응답한 의사들의 91%는 ‘취소돼야 한다’고 했다, 나머지 2%는 ‘취소돼서는 안 된다’, 7%는 ‘잘 모르겠다’ 등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이번 논란의 파장을 빗대 1998년에 영국의사 닥터 웨이크필드(Wakefield)가 MMR 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거짓 논문을 란셋(Lancet)지에 기고한 사례를 들었다. 임 회장은 “해당 논문으로 세계적으로 백신접종 거부운동이 일어났다. 이후 세계 여러 지역에서 홍역이 창궐했다”라며 “영국왕립의사협회의 수년간에 걸친 조사 끝에 연구 부정행위가 드러났고, 논문은 철회(retracted)됐으며 그의 의사 면허가 취소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백신 괴담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2009년 연구윤리 규정 강화, 1저자 판단 기준 느슨하지 않아"
임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국 후보자가 국회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당시 시점에는 1저자, 2저자 판단 기준이 느슨했다. 딸 아이가 놀랍도록 열심히 했고 영어 번역에 기여했다” 등의 내용도 반박했다.
임 회장은 “2006년 1월 황우석 교수가 연구부정을 저지른 후 세 번째로 사과했다는 내용의 신문 기사가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씨가 대한병리학회지에 논문을 낸 것은 2009년이다. 황우석사태가 벌어진 후 우리나라 연구윤리 규정은 엄청나게 강화됐다”고 했다. 임 회장은 “조씨가 논문을 낼 당시 조국 후보자 말과는 다르게 1저자, 2저자 판단기준이 느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조씨의 논문 이전인 2008년 1월에 나온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에 보면 출판윤리 항목에 이미 저자됨(authorship)에 대해서 명백하게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조국 후보자 말한 것은 분명한 거짓말”이라고 했다.
“노환중 교수, 지도교수로 학생 직접 지목했다”
임 회장은 부산의대 출신으로 현 부산대병원 교수의 제보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조모 학생의 지도교수가 랜덤이 아니라 노환중 교수가 직접 지목했다는 것이다.
제보 내용은 “노환중 교수가 조씨를 면담 조로 지목해서 데리고 갔다. 저 학생때는 랜덤 배정이었다. 지도 교수 배정 방식에 대해서 제보하고 싶었지만, 부산대에 재직 중이라 (어려웠다)”였다.
"영어 번역에 기여한 사람은 미국 시민권자이자 의사인 정찬욱씨였을 것"
임 회장은 “영어 번역에 기여했기 때문에 제 1저자가 됐다”는 사실도 비판했다.
임 회장은 “조씨 논문의 제 3저자는 ‘David Chanwook Chung’, 정찬욱씨다. 한국에서 의대를 나온 굉장히 성실한 사람이었다. 미국 시민권자로 아침 의국 회의 때 우리말에 능하지 못해서 힘들어 했다고 하고, 영어는 오히려 자유롭게 구사했다고 한다”고 했다.
임 회장은 “해당 논문은 영어에 대한 지식만 있으면 쓸 수 있는 수준의 논문이 절대로 아니다. 생명공학에 대한 이해가 바탕에 있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의학지식, 소아청소년과학 중 신생아학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충분히 있어야 이 논문의 제1저자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본인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이 논문의 결론 부분인 ‘주산기 저산소성허혈성뇌병증(HIE)’과 ‘신생아폐동맥고혈압(PPHN)’ 환자들을 신생아실 주치의 시절에 본 적이 있다. 이 병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안다”라고 밝혔다.
임 회장은 “이 사태가 터지고 나서 타과 전문의들로부터 ‘이 논문 내용이 도대체 뭐냐?’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신생아실 주치의 해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빼고는 의사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고등학생이 인턴 2주 만에 논문 1저자가 될 만큼 기여했다고 하는건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시험 응시요건은 원저 논문 1편에 환자 케이스를 보고 2개를 하든가, 아니면 원저 논문 2개를 전문의 시험 이전에 써야 전문의 시험응시 자격을 준다. 영어에 능통한 정찬욱씨는 당시 영어 논문을 5개나 썼다. 잠잘 시간조차 없는 레지던트 시절에 영어 논문을 5편씩이나 쓸 정도였으면 해당 논문들의 책임저자인 장영표 교수가 그 당시에 누구랑 영어논문 작업을 해왔는지 분명하다“고 했다.
병리학회, 당시 16개에 불과한 SCI(E) 등재 논문 중 하나
임 회장은 대한병리학회지가 수준 떨어지는 논문이라고 폄하했던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과 우종학 서울대 천문물리 교수등 타학문 전공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고 했다.
임 회장은 “조씨 논문이 출판됐던 2009년의 국내학술지중 SCI 또는 SCI(E) 등재 학술지 목록에서 의학만 따로 보면 기초의학 학술지 7개, 임상의학 학술지 9개로 불과 16개 밖에 안된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문의 숫자가 많은 내과전문의 단체인 대한내과학회지 2016년 내용에도 나와있다. 대한내과학회 간행이사인 서울성모병원 내과 양철우 교수가 쓴 글의 제목은 '대한내과학회지가 SCIE 학술지로 등재되기까지의 길고도 힘든 여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학술지가 창간된지 28년만에 SCIE등재가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SCIE 등재의 의미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임 회장은 “수많은 국내 의학 학술지중 SCI(E)등재 학술지인 대한병리학회지에 등재됐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고 제1저자로 등재된 일은 이를 근거로 충분히 입시에도 도움이 되고도 남는다. SCI(E) 제 1 저자가 된다는 의미는 '그 논문의 내용 중 새로운 발견에 국한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의 의미다. 의학 논문의 SCI(E) 등재의미가 뭔지 몰랐다고 얘기한다면 둘다 교수인 조씨의 부모는 정말 무식하거나 정말 뻔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의학은 증거에 근거한(evidence-based) 과학이다. 신학을 전공한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조씨가 쓴 논문이 논문이 아니라 에세이라고 한 것은 자신의 지식의 깊이가 얼마나 얕은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라고 했다.
임 회장은 “‘증명하지 않으면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의학은 분명하게 신학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지자체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이란 자가 저런 무식하기 그지없는 말을 일삼다니 참담할 뿐입니다. 이 시간에도 성취를 위해 밤 잠 안자고 노력하고 있는 중고등학생들, 대학원생들과 그 부모들이 같이 분노할 일”이라고 했다.
"신생아, 아픈 아이의 피를 뽑아서 작성한 논문을 입시부정에 쓴다니"
임 회장은 해당 논문은 3kg 밖에 안되는 신생아들, 그것도 일부는 아픈 아이들 피를 뽑아서 작성된 사실에 대해서도 분노했다.
임 회장은 “이런 가여운 아이들의 소중한 피가 아픈 아이들을 낫게 할 진리를 찾는데 쓰인 것이 아니라 어느 힘있고 돈많은 자의 자식의 대학입시를 위해 함부로 쓰였다. 이는 아픈 아이들을 고쳐주는 것을 평생의 낙으로 삼고 살아왔던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저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실력없는 의사는 환자의 목숨을 앗아간다. 따라서 의대 부정입시는 단순 부정입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범죄행위다. 조국씨가 법무장관이 되겠다는 것은 도둑이 도둑을 잡겠다고 떠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국씨는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오늘 당장 사퇴하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