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글로벌 제약사가 요구한 추가 데이터를 확보해도 신약 기술이전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 후보물질의 과학적 경쟁력뿐 아니라 상업적 제조 가능성과 파트너의 사업 전략, 지식재산권(IP) 및 독점권 범위 등이 거래 성사 여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에 계약 전후부터 개발 중단 위험까지 고려한 단계별 대응 전략이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전문세션에서는 '계약 전엔 몰랐다: 바이오 딜을 흔드는 결정적 변수'를 주제로 기술이전 협상부터 계약 체결 이후까지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추가 데이터 확보해도 계약 무산…파트너 관심 변화·제조공정 등 변수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협상에서 후보물질의 연구 데이터는 기술적 경쟁력과 개발 가능성을 판단하는 주요 근거가 된다. 이에 일부 글로벌 제약사는 후보물질에 대한 추가 데이터를 요구하며, 바이오기업은 이를 확보하기 위해 후속 실험을 진행하거나 임상시험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추가 데이터를 확보하더라도 기술이전 계약이 성사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에 마운틴 인플렉션 추지희 대표는 "의사결정을 바꿀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글로벌 제약사에 정확히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고, 그 데이터가 어떤 의사결정을 바꿀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글로벌 제약사는 비밀유지계약(NDA) 체결 이후 여러 단계의 내부 심사를 진행하는데 초기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후속 검토 기회를 얻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추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는 단순히 동물실험 데이터를 사는 것이 아니라 임상시험에서 실패할 위험을 평가한다"며 "후보물질이 사람에게서 실제 효능을 나타낼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 내부에서 후보물질의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사업개발(BD) 담당자 역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바이오기업이 직접 내부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하기 어려운 만큼, 상대 기업의 BD 담당자가 후보물질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핵심 내용을 한 페이지로 요약하고 주요 질의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물질의 과학적 경쟁력이 우수하더라도 상업적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기술이전이 중단될 수 있다.
지피씨알 임재혁 사업개발이사는 "연구실에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상업적으로 제조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며 "과학적 연구 결과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상업적 제조에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면 잠재적 파트너는 거래를 포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 이사는 10여년 전 한 바이오기업이 세포배양 공정에 소혈청알부민(BSA)을 사용한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소 유래 원료에 대한 안전성 우려와 규제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에 따른 상업적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해당 기업은 세포배양 공정 전체를 재설계해야 할 위험에 직면했다"고 소개했다.
임 이사는 "특히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새로운 치료 방식에서는 제조공정의 작은 변화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초기 개발 단계부터 상업적 제조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기술이전 협상에서 상대 기업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를 조기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대방의 회신이 늦어지거나 답변이 형식적으로 바뀌는 경우, 미팅 참석 인원이 줄어드는 경우 등을 위험 신호로 꼽았다.
임 이사는 "미팅에 고위 임원이나 다른 부서 담당자가 참여하지 않고 참석 인원이 줄어들 수 있다"며 "가상 데이터룸(VDR)을 사용한다면 상대방의 접속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완전히 중단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머스트바이오 양원석 전문위원은 과학적 질의응답이 반복되는데도 실사 책임자나 거래 담당 조직이 지정되지 않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사 이후에도 추가 실험과 자료만 요구하거나 최종 계약 체결을 앞두고 일정을 반복적으로 연기한다면 상대 기업 내부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양 전문위원은 "상대방이 계속 일정을 미루고 협상이 지연된다면 내부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직접 질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구체적인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함께 다른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추 대표는 상대방의 관심을 판단할 때 미팅 횟수보다 질문의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파트너가 왜 우리 후보물질을 도입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며 "상대 기업의 연구개발 포트폴리오와 사업 전략을 분석해 실제 도입 필요성을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IP 권리·독점 조건에 따라 후속 개발 제한…계약 이후 개발 지속성도 확보해야
기술이전 협상이 진전된 이후에는 계약금과 마일스톤 등 재무적 조건뿐 아니라 계약에 포함되는 기술과 권리의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머스트바이오 양원석 전문위원은 "대부분의 사람이 주요 계약 조건을 사전에 합의하는 텀시트(Term Sheet) 협상에서 재무적 조건에 집중하지만, 실제 계약 체결 이후 가장 큰 문제는 용어의 정의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후보물질을 개발한 뒤 다른 수용체에 대한 결합 특성이 발견됐다고 가정하면, 파트너사는 해당 물질도 기존 라이선스 범위에 포함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며 "계약 협상 단계에서 라이선스 제품과 기술, 병용요법, 파생물 등을 어떻게 정의할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기술이전 협상에서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을 요구받는다면 거래를 중단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전문위원은 기술이전 계약 체결 후 일정 기간 내 동일한 표적의 경쟁 제품이 먼저 출시될 경우 잔여 마일스톤이나 로열티를 절반으로 삭감하는 조건을 가정하며 "원개발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조건을 수용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특히 기술이전 이후에는 개발 일정과 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상대 기업에 있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조건이 원개발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계약 체결 이후에는 양측의 개발 전략과 기대 수준이 달라질 수 있어 지속적인 협력관계 관리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양 전문위원은 "계약 당시 양측이 같은 목표와 개발 일정을 공유하더라도 1~2년이 지나면 기대 수준과 사업 전략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얼라이언스 관리 담당자(Alliance Manager)는 단순히 회의 일정을 조율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 신호를 조기에 파악해 관련 부서와 의사결정권자를 연결하고 문제 해결을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들리 오스틴(Sidley Austin LLP) 조슈아 T. 호프하이머(Joshua T. Hofheimer) 파트너 역시 계약 체결 이후 원개발사의 사업을 제약할 수 있는 IP 권리 범위와 독점권 조항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이전 계약은 회사를 매각하는 거래가 아니다. 계약 이후에도 독립적인 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계약을 통해 제공하기로 한 라이선스 권리의 범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후보물질의 변형물과 개량 기술뿐 아니라 향후 개발할 지식재산권까지 라이선스 범위에 포함되면 다른 연구개발이나 후속 기술이전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독점권과 경쟁 제한 조항도 최종 계약서 작성 단계까지 미루지 않고 텀시트 단계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호프하이머 파트너는 계약 이후 글로벌 제약사의 개발 지연에 대응하기 위한 장치로 'Go/No-Go' 의사결정 구조도 제시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기술이전 계약에는 상대방이 개발을 위해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노력(Commercially Reasonable Efforts, CRE)을 기울이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지만, 글로벌 제약사가 자체 기준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수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임상시험이 완료되고 데이터가 확정되면 글로벌 제약사가 일정 기간 안에 개발 지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며 "개발을 계속할 것인지, 중단하고 권리를 반환할 것인지 명확히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계약 체결 이후에도 원개발사가 후보물질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후속 개발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파트너사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