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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두기 해제 이후 우울·불안 감소 예상되지만…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위험"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백종우 회장 "시간이 지나도 고통은 생생한 트라우마...의사와 환자, 사회 전체가 관심가져야"

    기사입력시간 2022-04-22 08:26
    최종업데이트 2022-04-23 10:04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백종우 회장은 "사람들의 트라우마의 아픔을 함께 어루만지고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정혜리 인턴기자 차의대 의학전문대학원 본4, 임솔 기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다학제 전문가 집단의 지성을 발휘해 국민 정신건강 회복을 위한 전문가 리더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학회다. 코로나19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위해 모금활동을 할 정도로 재난에 대한 열정적인 사회적 책임감을 가진 전문가 340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학회는 이달 18~22일 국가트라우마와 함께 하는 트라우마 치유 주간인 22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회복과 성장'이라는 주제로 온오프라인 춘계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생긴지 8년밖에 되지 않은 학회지만, 사람들의 트라우마의 아픔을 함께 어루만지고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트라우마 치유 주간에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만난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백종우 회장(경희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으로부터 학회의 그간 활동과 트라우마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백종우 회장은 "학회는 마음이 따뜻하고 뜨거운 사람들과 함께 연구하고 교육하고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재난의 고통을 치유하는데 항상 앞에서 함께 노력하는데 학회의 가치가 높다"라며 "앞으로도 트라우마, 스트레스 영역에서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당시 다학제팀이 학회 창립으로...재난 상황에서 민간 합동 대응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어떤 학회인지 소개해달라.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세월호 사고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로 단원고 학생을 포함한 304명의 생명을 갑작스레 잃었고 그 고통에 공감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세월호 사고는 해상사고였기 때문에 신체적 손상이 있는 환자는 많지 않았다. 이전에 삼풍백화점과 같은 국내에서 발생한 재난사고 때는 신체적 치료를 중심으로 접근해왔다면 세월호 사고는 2가지의 정신건강에 대한 이슈가 초기부터 중요하게 다뤄졌다. 첫번째는 304명의 생명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이고 두번째는 생존자들의 트라우마이다. 

    세월호 사고 발생 이후 통합재난 심리지원단이 구성됐으며, 신경정신의학회 회원 300여명이 재난 초기부터 안산에서 유가족 상담을 진행했다. 생존자들은 고대안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간호, 심리, 사회복지 분야 전문가들도 안산에서 같이 활동을 시작했고 팽목항으로 직접 찾아간 이들도 있었다. 일부 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은 아예 병원 문을 닫고 단원고에서 상주하면서 남은 학생들을 돌봤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학제 팀으로 함께 일했다. 그 후 몇 차례 이와 관련된 해외 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트라우마에 대한 치료 워크숍을 열면서 2015년에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창설됐다. 가톨릭의대 채정호 교수가 초대 회장을 맡았다. 

    학회 영문명칭을 KSTSS라고 명명했다. 트라우마 및 재난 스트레스를 다루는 정신건강 전문가 학회가 해외에는 있었고 일본에는 JSTSS, 국제적으로는 ISTSS이다. 우리도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KSTSS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세월호 이후 메르스, 가습기살균제 사건, 산불사고, 포항경주 지진과 같은 여러 재난 상황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민간 협력 차원에서 현장으로 뛰어가 재난정신건강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를 원할 정도로 열정 있는 전문가들이 학회에 모였다. 이후에 학회가 재난정신건강 서비스를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정책 연구, 재난 피해자 코호트 연구, 치료방법, 교육프로그램 연구 등이 동시에 진행됐다. 비록 뒤늦게 출발한 학회지만 짧은시간에 여러가지 콘텐츠들을 만들어왔다.  

    -학회가 코로나19 이후 정신건강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떤 활동들인가.  

    2020년 1월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모금 활동을 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시기에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의미 있는 조사를 해보고며 학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2020년 3월부터 온라인으로 코로나19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우울증 고위험군이 20%, 자살 고위험군이 13%가 나왔는데, 이는 일상적 시기에 일반 국민조사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결과였다. 마치 온 국민이 피해자 집단이 된 것과 같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나이가 젊을수록, 그리고 여성과 취약계층의 우울이나 불안감이 높게 나타났다.

    조사 이후에 학회에서 코로나19 시기 마음건강가이드라인을 나이별, 연령별, 직군별로 나눠 63개 정도를 만들었다. 가이드라인을 다른 나라보다 더 빨리 만들어서 배포할 수 있었던 것은 메르스 때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었고, 이를 코로나에 접목시켰기 때문이다.

    재난정신건강 서비스도 시행했다. 코로나19 시기이다 보니 이전과는 다르게 비대면으로 생활치료센터에서 주로 의사들이 맡아서 전화로 진행했다. 지난해부터는 정신건강복지상담센터에서 조금 더 심층적인 상담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약 7000명이 다학제로 대국민 심층 상담을 진행 중이다. 온라인 정신건강실태조사는 6월부터는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으면서 1년에 4번씩 시행하고 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코로나 이후 우울, 불안이나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을 알려주는데 소중한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심층상담을 통해 학회 구성원들이 민간과 협력해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며, 코로나 시대에 정신건강 서비스 대책에 대한 정책제안, 관련 연구들도 수행한다. 학회 내부적으로는 교육을 통해서 치료 관련 워크샵, 정책 연구 등을 수행하며, 한달에 한 번씩 전문가들과 2~3시간가량 온라인으로 웨비나를 진행한다. 아직 7~8년 밖에 안된 학회지만 이번에 300명 넘게 학회에 사전 등록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기존에 재난의학회가 있는데 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조금 더 정신건강의학에 중점을 둔 것인가. 

    넓게는 재난의학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주로 재난정신건강 서비스에 특화된 학회이다. 또한 외상과 트라우마에 대한 예방, 진단, 치료, 정책, 교육 부분에 전문성을 가지고 제공한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 학회활동은 정신건강학회 전문의로 제한되나. 

    의학회가 아니라 다학제 학회다. 학회의 2대 회장이었던 현진희 교수는 대구대 사회복지학 교수이다. 부회장은 정신간호, 임상병리, 사회복지 전문가로 구성돼있다. 재난정신건강 서비스는 이러한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재난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울증 이 외에도 경제적인 어려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대인관계 부재의 측면에서는 복지와 사회서비스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재난 피해자들의 심리학적 접근을 위한 평가에 있어서 정신건강센터나 기존의 지역사회 센터에서 정신건강 간호사들이 함께 해나가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 불안이나 우울 좋아지지만 취약계층 문제에 관심 가져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가 되면서 이전에 높았던 불안이나 우울이 해소될까. 

    전반적으로 불안이나 우울은 좋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불안이 상당히 완화되고, 우울은 시간을 두고 서서히 감소된다. 그러므로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재 계절적으로 봄인데, 항상 봄에 자살 사망자가 가장 많다. 그 이유는 첫번째로 상대적 박탈감이다. 두번째는 3, 4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고 직장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시기인데 이에 적응을 못하기 때문이다. 세번째로 봄이 되면 일조량이 느는데 우울증 환자들은 세로토닌 시스템의 문제로 오히려 봄에 재발이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여러 특성들 때문에 북반구에서는 봄에 자살률이 높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포스트 코로나로 가면서 전반적인 불안율은 앞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으나, 취약 계층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측면에서는 더 위험할 수도 있는 시점이다. 그러므로 취약계층을 더 빨리 발견해서 치료와 지원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호주의 블랙독 연구소(black dog institute)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 시기였던 지난 2년동안 전세계자살률은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모두가 힘든 시기에는 차라리 괜찮기 때문이다. 재난으로 인해서 다같이 힘들다는 집단 심리는 오히려 보호적인 효과도 있다. 그러므로 일부 취약 계층이 상대적 박탈감을 심하게 느끼게 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기가 역설적으로 더 위험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동일본 대지진때도 지진 발생 2년까지는 괜찮다가 그 이후로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3개 현에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자살률이 늘어난 것이 보고됐다. 그만큼 이제부터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면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모든 자영업이 다 힘들다고 했지만 이제부터는 격차가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안정적인 형태에 있었던 기업들도 많으며, 누군가는 경기가 좋아지고 회복된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저소득층이나 취약층, 특히 양육부담을 많이 느끼는 30대 등의 정신건강이 좋지 않다. 이런 특정 계층과 세대에 집중적으로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을 주의해서 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외에 조사나 구체적인 지원활동이 있나. 

    코로나19 유행시기였던 지난 2년동안은 전국민 지원과 같은 방식으로 극복을 해왔고, 지난해 후반기부터는 소상공인 문제가 사회적으로 많이 강조됐다.

    앞으로 현 시점부터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취약 계층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취약계층 중에 위기에 빠진 사람이 없는지 조기에 발견하는데 정책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얼마전에 세월호 8주기가 지나갔는데 남아있는 사람들의 트라우마는 어느 정도라고 진단하나. 

    트라우마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는 때로는 시간이라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8년이나 지났다'고 쉽게 말할 수 있으나 직접 겪어본 사람은 10년 전 일도 지금 바로 눈 앞에서 겪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이라는 잣대로만 트라우마를 봐서는 안된다. 심지어 8년이나 됐다는 표현은 때로는 트라우마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표현일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트라우마 감수성을 높이는 정책이 사회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아프고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고 상처를 덧나지 않게 하는 일념에 기반한 정책들인데, 이와 관련한 교육들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 때도 봤듯이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책임 있는 사람의 발언과 기사 등이 2차, 3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안산 온마음센터에 일부 세월호 가족들이 동료 상담가로서 이번에 산불피해가 난 지역에 직접 찾아가서 동료상담 봉사를 하고 왔다는 것이다. 이는 참 귀한 일이다. 먼저 아파 본 사람이 누구보다도 다른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이 계속 지속된다면 트라우마 피해자들에게도 희망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도, 환자도, 사회 전체가 관심가져야 하는 트라우마 

    -트라우마 증상이나 질환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환자가 있을 때 정신과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다른 진료과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기본적으로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첫 번째 진단 기준은 외상사건이 있어야 한다. 외상사건은 죽음을 초래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목격, 경험하거나 그 일이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서 일어나야 한다.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트라우마라고 하는 말은 이 정의에는 맞지 않다. 그래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이야기하려면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심각한 사고를 경험한 사람을 유의해서 지켜봐야 한다.

    여러 진료과 의사들이 자동차 사고, 산업재해, 재난 등으로 발생한 환자들을 치료할 때 이러한 과정이 때로는 환자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균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트라우마는 실제 환자 입장에서는 말로 표현하거나 다시 생각하면 고통을 재경험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호소를 덜 하고 늦게 발견될 수 있다.

    외상적 사건이 발생한 후에 의사가 조기에 개입할수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만성화되지 않고 증상을 치료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 중대 사고를 경험해 생명의 위기에 견줄만한 부상을 입은 환자를 보면 이로 인해 혹시 트라우마를 일으키지 않을까하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불면증, 악몽, 사건을 재경험 할 때 극심한 불안과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 등을 보인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재난 이후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보다 우울증 유병률이 더 높기 때문에 재난 피해자를 볼 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없더라도 우울증 유무에 관심을 가진다면 도움이 된다. 그래서 학회에 응급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예방의학과 등 여러 전문과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트라우마로 인한 2차, 3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이를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에게 학회가 어떤 교육을 할 수 있을까. 

    현재 미국에서는 정신건강응급처치(Mental health first aid)를 지방자치단체와 NGO를 통해 국민들에게 보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트라우마나 재난으로 정신질환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교육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형으로 만들어진 심리적 응급처치(Psychological first aid)는 재난 현장에 가서 자원봉사나 사람들을 돕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학회도 이러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본다. 자살 예방 교육인 '보고 듣고 말하기' 교육이 13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받은 것과 유사하게 트라우마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대처할 수 있는 공공프로그램을 학회도 준비하고 있고, 이를 통해 트라우마에 대한 감수성을 우리 사회에서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난정신건강 서비스라는 것은 평상시에는 수요가 많지 않다. 그러므로 평소에는 예방, 교육 활동과 네트워킹 유지를 한다. 그러다가 코로나 같은 재난 상황이 오면 수요가 100배, 1000배 증가한다. 그때 가서 전문가들을 양성하려고 하면 늦는다. 그래서 어느 국가든 재난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 공공 국가트라우마센터를 발족하고 민간의 트라우마학회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뤄진 재난 의료팀과 재난 정신건강팀을 구성해놓는 것이다.

    일본에는 재난 정신건강 상황에서의 활동이 법제화돼있다. 평상시에는 이런 팀에 자원하는 민간전문가를 받아서 명단을 받아 놓고 정기적으로 교육만 진행하고 서로 간의 네트워크 교류를 하다가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민간에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재난 이후의 재난건강 서비스이다.

    학회는 공공부분의 민간 파트너로 재난건강 서비스를 함께하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단체다. 그래서 학회가 추구하는 것 중에 하나로 트라우마 예방 재단이 있다. 평상시에 준비하는 공익적인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수행하기 위해 재단의 형식으로 학회가 같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건강 재단 논의를 시작한 상태이며, 이를 바탕으로 추후에 민간협력 시스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 차원에서 재난 정신건강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현황과 앞으로 필요한 대책은 무엇인가. 

    불과 8년 전, 세월호 사고 당시만 하더라도 거의 모든 것이 자원봉사로만 이뤄졌고 국립정신건강센터에 트라우마 사업팀 정도만 있었다. 현재는 권역별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설치돼있다. 아직 충분치는 않으나 공공 체계가 있고 중앙사고수습본부에도 심리 지원반이 포함된다. 보건복지부에도 국이 생겨서 정신건강관리과에서 재난을 담당한다. 민간에서는 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등이 재난상황에서 참여해 돕고 있기 때문에 이전에 비해서는 거버넌스가 한발 나아졌다.

    다음 단계로 더 안정적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아직 인력이나 전국을 담당할 만한 충분한 직제가 확보되지 않았다. 요즘처럼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는 시기에는 확진자 중 우울증 환자를 지원하기가 어려웠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여러 IT 기술의 장점, 인공지능 등을 통해 재난 건강 정신지원 R&D도 중요하다. 전국적인 영역에서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고 학회가 프로그램 확산, 대국민 트라우마 교육 프로그램 등을 향후에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보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한다.

    -국가적인 재난 이외에 개인적인 트라우마로도 상담을 받을 수 있나.

    ​물론 받을 수 있다. 예전에 YTN 라디오에서 정신건강을 위한 인식개선을 위해 고(故) 임세원 교수의 '보고 듣고 말하기'라는 주제로 트라우마를 다루는 방송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 방송을 제작한 피디가 방송을 듣다가 본인의 어릴 적 트라우마를 기억해낸 일이 있었다. 본인도 오랫동안 기억에서 떠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트라우마의 특성이 기억이 파편화되는 것이다. 이 방송을 계기로 오히려 트라우마를 드러내고 부모님에게도 알리고 상담 받기를 시작했고 부모님과 감정을 나누면서 서로를 정말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면서 본인도 그 방송에 출연했다.

    트라우마는 때로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우리의 기억을 방해한다. 그러나 그때 주변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경청해줄 수 있다면 기억해 낼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치유가 시작되는 걸 경험할 수 있다. 그래서 트라우마는 꼭 국가적 재난이 아니어도 개인의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의 관심과 노력이 새로운 출발을 만들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마음이 따뜻한 전문가들이 모인 다학제적 학회  
     
    -현재 학회에 등록돼있는 구성원들이 재난이 발생했을 때 팀을 이루어 응급으로 이동해서 활동하는 것도 있나. 

    재난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봉사하고 싶어하는 전문가들이 많이 가입해온 전통이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재난건강 서비스 팀이라는 이름으로 출동한 자연 재난은 없었다. 우리나라는 동일본 대지진처럼 의료시스템이 셧다운 되는 대규모의 자연재난은 거의 일어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감염재난이라는 특수성으로 현재까지는 전화를 통한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는 병원이 셧다운 된 사례가 없어서 이에 대한 수요는 낮은 편이다. 다만 재난 이후 수요가 폭증하므로 유가족 상담, 고위험군 상담, 심층상담,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빨리 발견해서 병원이나 다른 자원에 연결하는 것이 재난건강서비스에서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22일 열리는 학회 춘계학술대회를 통해서는 어떤 내용이 주로 오갈 것으로 예상되나. 

    지난 2년 간 코로나로 인해 충분히 다루지 못했던 다양한 형태의 트라우마와 그에 대한 치료다. 최근 디지털치료제나 새로운 IT 기술을 트라우마 치료에 연결 다리로 활용하는 것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천안함 생존자 전우회 정준영 대표를 초대했다. 천안함 사건이 12년이 지났지만, 그 고통은 아직도 많은 생존 장병과 유가족을 괴롭히고 있다.

    전준영 대표의 책(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보면 많은 생존자들이 방문을 닫고 밖으로 나오지 않고 트라우마의 고통에 빠져 있을 때 전준영 대표를 비롯해서 다른 이들이 동료상담가로서 찾아갔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끌어내서 치료를 받게 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온 것을 보고 매우 감동받았다.

    미군에서는 실제로 퇴역 군인을 동료 상담가로 많이 채용한다. 먼저 아프고 나서 회복한 동료가 다른 아픈 동료를 돕는 개념이다. 의료진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간에서 돕고 치료의 지속성도 함께 만들어 나가는데 의미가 있다. 전준영 대표가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고통받던 와중에서도 동료 전우를 위해 노력해온 이야기들을 같이 나누려고 한다.

    또한 보훈제도에서 아쉬운 점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중증과 관련없이 7급으로 가장 낮은 급수라는 점이다. 원하는 사람들은 최근에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는데 이와 관련해 의혹도 많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제도적인 보완책도 같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회장으로서의 어떤 학회로 기억되고 싶은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생긴지 불과 8년밖에 되지 않은 역사가 짧은 학회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뜨거운 사람들과 함께 연구하고 교육하고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재난의 고통을 치유하는데 항상 앞에서 함께 노력하는데 학회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애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