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지난주부터 외래 환자 신속항원 검사의 절반 이상이 양성으로 나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오프라인 학회를 하고 저녁 늦게까지 친구들끼리 식당에서 모여 즐기는 일상을 회복하는가 싶었는데 다시 답답함이 밀려온다. 10월이면 환자 발생이 최고조에 달한다는 예측에 눈물을 머금고 가을 학회 항공권을 취소하면서 이 코로나19라는 녀석과 장내미생물 사이의 관계를 한번 살펴보기로 했다.
코로나19는 위장관도 침범하는 질환
코로나19는 폐렴이 주 병리기전이지만 호흡기만을 침범하는 질환이 아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 SARS-CoV-2는 폐 이외에도 위장관의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그 이유는 바이러스가 부착돼 신체 내로 들어오는 수용체인 ACE-2 단백이나 TMPRSS2 단백이 호흡기보다도 위장관, 특히 소장에 많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 환자의 소화기관이나 분변에 다량의 바이러스가 존재하고, 인후두에서 검출이 되지 않는 회복기에도 분변에서는 계속 바이러스가 검출된다.
SARS-CoV-2는 사스나 메르스과 같은 베타 코로나바이러스 종류인데, 과거 사스나 메르스 환자에서도 상당수 설사, 오심, 구토, 복통 등의 위장관 증상을 호소했다. 코로나19 환자들은 사스나 메르스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15% 정도에서는 위장관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국내 코로나19 환자들은 소화기 증상이 아주 심한 것 같지 않지만 지역이나 인종에 따라 양상이 달라 보인다. 인도의 환자들에서는 아주 심한 설사가 발생하기도 해서 보통의 지사제에 듣지 않고 설사형 과민성 장증후군에 사용하는 강력한 약제를 써야 겨우 조절된다는 이야기를 연관 연구자를 통해 전해들은 적이 있다.
코로나19 환자의 장내미생물총은 정상인과 다를까?
사실 위장관이 바이러스의 거대한 저장소라는 것은 HIV 연구에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인데,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과거와 달리 장내미생물총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상적인 장내미생물총은 면역을 성숙시키고 조절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SARS-CoV-2 바이러스가 위장관내에 존재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질환의 중증도나 진행에 중요할 수도 있다.
장내미생물총 연구는 보통 질병이 있는 환자의 분변과 건강인의 분변을 가지고 그 안에 들어있는 미생물들의 조성이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에 비해 대부분의 질병에서는 장내미생물들의 다양성이 감소한다. 코로나19 환자 역시 분변내 미생물총의 다양성이 떨어지는데, 특히 증상이 심한 환자일수록 F. prausnitzii, E. rectale, R. bromii 같은 균총의 감소가 심했다. (그림1) 이런 감소 균들은 이전 연구에서 주로 면역조절을 담당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들이다.
종합해보면 코로나19 환자는 장내미생물총을 구성하고 있는 세균, 바이러스, 진균 모두 조성이 건강하지 않는 쪽으로 불균형이 생겨 있고, 전체적인 기능도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내미생물총 불균형이 심한 코로나19 환자들은 증상도 심하고 전신 염증의 정도가 높았기 때문에 이것은 장내미생물의 건강성이 코로나19 감염의 정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시사한다. 위장관 내에서 일어나는 지속적인 면역반응은 위장관 신경계나 평활근에 영향을 줘서 설사 같은 증상을 일으키기도 하고, 전신염증을 심하게 하며, 최종적으로는 뇌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요즘에 뇌-폐-장-미생물 축이란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그림1)
코로나19환자의 장내미생물총 불균형; 원인인가 결과인가?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장내미생물총 불균형이 코로나19 증상을 심하게 만드는 원인인가, 아니면 코로나19가 심하게 발병했기 때문에 2차적으로 장내미생물 불균형이 나타난 것인가에 대한 답은 명확하지 않다.
사실 현재의 연구는 이미 질병이 생긴 환자에서 분변내 장내미생물총 변화를 관찰한 것이기 때문에 그 원인-결과의 관계를 알 수 없다. 이런 답을 얻기 위해 영장류에 SARS-CoV-2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본 연구가 있다. 건강한 영장류에 SARS-CoV-2바이러스를 감염시키면 장내미생물 총의 조성과 기능의 변화가 발생하는 것을 관찰했는데, 이는 장내미생물총 불균형이 감염에 의한 이차적인 '결과'라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무균쥐와 정상쥐를 비교한 실험에서는 장내미생물총 유무에 따라 ACE-2 단백 발현이 달라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것은 장내미생물 총의 상태에 따라 바이러스 침입 관문의 수가 달라져 SARS-CoV-2 감염에 더 심해지거나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즉 '원인'일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장내미생물총의 상태는 코로나19 감염의 중증도를 결정하는 요인일 수도 있고, 얼마나 심하게 질환이 발생했는지 반영하는 마커일 수도 있다.
롱코비드 증후군과 장내미생물총의 역할
급성 코로나19 감염 후 호흡기관에서 바이러스 검출이 되지 않는 회복기에도 한참동안 분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다. 이 때문에 펜데믹 초기에 과연 분변으로 감염이 전파되는지 논란이 생겼으며 언제까지 격리를 해야 하는지 혼란을 야기했다. 코로나19 환자들이 퇴원한 후 한달이 지났을 때도 여전히 장내미생물총이 정상인과 다르다는 보고가 있어서 장기적인 건강회복의 측면에서는 장건강이 매우 중요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롱코비드(포스트 코로나19) 증후군과 장내미생물총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롱코비드 증후군이란 바이러스가 소실된 이후에도 만성피로나 기침, 관절통, 그리고 정신증상 등 다양한 증상이 지속되는 것이다.(그림 2) 요즘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외래 환자나 주변 지인들중 일부가 이 롱코비드 증후군을 호소하고 있다. 롱코비드 환자들에서는 증상이 오래 지속될 뿐만 아니라 장내미생물총의 불균형도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됐는데, 흥미롭게도 주로 호소하는 롱코비드 증상에 따라 장내미생물총의 변화도 달랐다.
또 롱코비드 환자들은 바로 회복된 환자들과 달리 입원당시 장내미생물총이 달랐다. 롱코비드 환자들이 우울, 불안, 수면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인지장애 같은 정신신경계 증상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은 앞서 설명한 장과 폐의 염증이 뇌기능에까지 영향을 주는 뇌-폐-장-미생물 축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증거로 보면 원인인지 결과인지는 애매하지만, 장내미생물총의 불균형이 코로나19 감염 증상의 심한 정도와 연관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 개인별 장내미생물총의 특성이 장기 합병증에 대한 민감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장내미생물총 연구 결과를 어떻게 임상에서 적용할 수 있을까?
입원시 장내미생물총 분석으로 질환의 중증도나 롱코비드 발생을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최근 장내미생물총의 조성이 코로나19 백신 면역반응과 부작용 발생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발표됐는데, 그렇다면 앞으로는 개인 장내미생물총에 기반해서 백신이나 치료에 개인별 맞춤 전략을 세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쯤에서 당연히 한가지 의문점이 떠오른다. 장내미생물총을 기반으로 하는 치료들이 코로나19 감염의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이 될까? 단순하게 코로나19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이 시점에 장건강에 좋다는 프로바이오틱스라도 먹어야 되는 걸까, 아니면 별 소용이 없는 것일까? 만약 프로바이오틱스라도 복용하고 장면역이 좋아져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면 다시 해외 학회 항공권을 구매할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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