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ABC+G(Amgen, Biogen, Celgene + Gilead)로 대표되는 바이오테크(Biotechnology) 회사의 성장률과 이익률은 기존 제약사에겐 위협적이다.
세엘진이 15년 동안 기록한 9,000%의 기업 가치 상승은 숫자만 보면 무슨 오락게임 같고, 50%의 순이익률을 자랑하는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 Inc.)의 기업가치가 머지않아 화이자(Pfizer)마저 앞지른다고 하니 말이다.
종합병원에 집중하는 약물의 특성상 지사의 규모는 작지만, 이들 바이오테크 회사는 국내에도 이미 진출했다.
길리어드는 작년 한 해 외자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세엘진에 이어 출범한 암젠은 영업에 서서히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일부 바이오테크 회사는 의사까지 채용했는데, 기자는 한 기자간담회에서 그중 한 명을 오늘의 주인공으로 포섭(?)하는 데 성공했다.
기자에게 낚인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혈액종양내과 전문의인 안정련 이사다.
안 이사는 GSK를 거쳐, 현재 세엘진에서 어소시에이트 메디컬 디렉터(Associate Medical Director)로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녀에게 '소규모' 지사에서 일하는 제약의사 업무에 관해 물어봤다.
제약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메디게이트뉴스: 안녕하세요.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혈액종양내과 의사시고, 현재 제약회사에서 근무하시는데요.
의대 졸업 후부터 현재까지 걸어오신 개략적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저는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내과 수련을 했어요.
전공의 4년차 때 수련 옵션으로 혈액종양을 선택하면서부턴, 계속 혈액종양내과 의사 길을 걸어온 셈이죠.
후에 전임의를 1년 한 후, 3월부터 바로 GSK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거기에서 4년 정도 항암제 파트에서 근무했는데, 업무의 80%는 종양 쪽 사업부를 했었고요, 나머진 순환하면서 컨슈머 헬스케어나 HIV와 관련한 감염내과 쪽, 그리고 피부과 파트를 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그리고 이직하신 거죠?
-네. 작년 2월부터 세엘진에 입사해서, 현재는 메디컬 헤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대학 동기들은 선생님을 뭐라고 기억할까요?
-저를요?(웃음) 저도 궁금한데요?
뭐랄까 '형'이라고 기억하지 않을까요?
연락이 없었던 남자 동기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장난 삼아 여전히 '형'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메디게이트뉴스: 성격이 좀 괄괄하셨나 봐요?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뭔가를 빼는 성격은 아니었고요.
많은 일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총무도 해보고 그랬던 것 같아요.
메디게이트뉴스: 혹시 학생 때나 수련하면서 비임상의 진로에 조언해줄 만한 선배가 있었나요?
-그때 당시는 거의 없었고, 제가 제약회사를 선택할 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
저희 교수님께서 아마도 가장 영향을 많이 주셨던 것 같은데요.
혈액종양내과는 임상연구나 제약회사와 협업을 많이 하잖아요?
전공의 4년차 때, 작은 외국계 바이오테크 회사 직원이랑 저희 교수님과 함께 프로토콜 미팅을 한 적이 있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깐 그 제약사 직원이 의사시더라고요.
그 분이 교수님과 나누던 높은 수준의 토론을 보면서, 좀 자극됐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입사했을 땐 실제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지만요.(웃음)
메디게이트뉴스: 언제부터 이 일(제약)에 관심이 생긴 거죠? 언제부터 구체적으로 이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전공의 4년 차 때 그런 경험이 있다가, 전임의 시작하는 3월에 저희 교수님께서 GSK를 방문하도록 해주셨어요.
간이 설명회를 들을 기회를 주신 거죠.
GSK에서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의사의 역할 같은 걸, 저와 전공의를 포함한 4~5명에게 간단히 설명해주더라고요.
(이런 에피소드는 부럽다.)
메디게이트뉴스: 교수님이 많은 도움을 주신 거네요?
-제가 4년차 때 가졌던 제약회사 프로토콜 미팅도 그렇고, 교수님께서 항상 (진로의) 다양성에 대해 고민을 같이 해주셨어요.
GSK 방문 기회도 제가 관심 있단 걸 아니깐 마련해주셨고, 입사 도움 주신 것도 그분이세요.
메디게이트뉴스: 교수님께서 선생님을 GSK에 추천하신 건가요?
-네. 당시 GSK에선 혈액종양내과 의사를 찾고 있었고요.
저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좀 급작스럽게 교수님 덕분에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제약의사 적응 과정
메디게이트뉴스: 보통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를 시작하면, '우리 병원' 혹은 '우리 회사'처럼, '우리'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입에 붙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죠.
선생님은 병원이 아닌 첫 직장에서 '우리 회사'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때까지 어느 정도나 걸리셨어요?
-2~3개월 정도였던 것 같아요.
메디게이트뉴스: 제가 질문을 드린 이유는 보통 그 정도가 시행착오 기간이 아닐까 개인적으론 생각하거든요. 물론, 아무런 근거는 없습니다만...(웃음)
그래서 시행착오에 관해 물어보려 합니다.
제약회사에 들어가면 단어조차 모르던 MR(Medical Representative)과 PM(Product Manager)이라는 사람을 접하고, 병원에서 잘 쓰지 않던 단어가 튀어나오기 시작하죠.
저 역시 회사 첫 미팅에서 KPI(Key Performance Index)란 단어를 듣고, 조용히 휴대전화기로 인터넷을 뒤져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 역시 말씀하신 대로 용어가 문제였고요. 오죽했으면 '대리'와 '차장'을 헷갈려서...(웃음)
메디게이트뉴스: 직급도 많이 헷갈리죠?
-제일 헷갈린 게 그거였죠. 실수하면 안 되니깐요.
누가 직급이 높고 낮은지 알아야 하고, 누군가 승진하면 호칭을 또 바꿔야 하죠.
많은 약자도 문제였는데요, 회사에서 약자집을 따로 주지만 전부를 아우르지는 못하더라고요.
그리고 조직에서 뭐를 빨리 익혀야 하는지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각 부서의 기능도 그렇고,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파악, 이런 게 초반에는 잘 안됐죠.
메디게이트뉴스: 제가 인터뷰 때마다 항상 물어보는 건데요.
"현재 내가 이 정도면 충분히 밥값을 하고 있고, 어느 제약사를 가더라도 기본 역할은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얼마나 걸리셨나요?
-1년 정도 지나서였던 것 같아요.
1년까지는 그냥 시키는 일을 잘하는 게 목적이었고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스스로 계획을 세워 액션을 취하고, 기본적인 전문지식과 회사의 CP(Compliance Program,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 같은 걸 파악하면서 충분한 조언자나 리뷰어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던 게 1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요?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기본적으론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병원을 나왔어요.
돌아가는 걸 옵션으로 두지 않고, 해보는 데까진 해보자고 생각하며 나왔죠.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의 전문과 특성(혈액종양내과)상 제약회사에 근무해도 다시 교수들을 만나서 '을'이 돼야 하는 상황이 많을 것 같아요.
그 지긋지긋한 '을'의 입장 말입니다. 전문의 따고 수련 병원 떠나면 끝난 줄만 알았던...
그게 부담스럽진 않으신가요?
-솔직히 쉽지는 않죠.
근데 사실 저는 종양내과 의사라 주로 큰 병원에 근무해야 해서, 임상을 해도 엄청난 연륜의 대가가 아니라면 을이긴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제약의사
보통 누가 저에게 "요즘 일하는 게 어때?"라고 물어보면,
저는 "다이내믹하다"라고 대답해요.
제약 회사에선 루틴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루틴이 아닌 게 되기도 하고,
제게 부족한 창의성을 회사에서 원하는가 하면,
근무할 때마다 팀워크란 게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게 병원에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거든요.
저는 "다이내믹하다"라고 대답해요.
제약 회사에선 루틴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루틴이 아닌 게 되기도 하고,
제게 부족한 창의성을 회사에서 원하는가 하면,
근무할 때마다 팀워크란 게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게 병원에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거든요.
메디게이트뉴스 : 회사에서 현재 선생님의 역할이 정확히 뭐죠?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설명해 주세요.
-제 명함엔 Associate Medical Director라고 적혀 있습니다만, 의사가 저 혼자라 전체적으로 Medical Head 역할을 해요.
제 아래에 Medical Affairs와 Drug Safety, 그리고 RNP라는 세 개 팀이 구성돼 있고요.
첫 번째 저의 역할은 Medical Affairs 내에서 교수님과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Medical Affairs(흔히 '학술부'라고 한다)의 본연의 업무는 Evidence Generation(근거 생성)이니깐, 필요한 데이터를 논의하고 추가로 SIT(Sponsor-initiated Trial, 의뢰자 주도 임상시험)든, IIT(Investigator initiated trial,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든 진행하게 되죠.
또한 교수님들과 메디컬 미팅을 주최해, 필요한 어드바이스를 충분히 구하는 등 교수님과의 의학적 커뮤니케이션이 주요 업무고요, 그 외에 회사에서 필요한 여러 가지 의학적 지식을 제공하고 리뷰 등의 일을 해요.
Drug Safety 관련해서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면 하고, *RNP(Risk Management Program, 위해 관리 프로그램)에서 메디컬 디렉터가 할 결정이나 리스크 미티게이션(Risk Mitigation, 위험 경감) 등의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임신 때 태아 기형 가능성이 있는 약물은 RNP에 등록한 의사만 처방할 수 있고, 등록된 약사만 조제하며, 규정 사항을 따르는 환자에게만 투여할 수 있다.
현재 세엘진의 주요 약물이 탈리도마이도(Thalidomide), 레날리도마이드(Lenalidomide), 포말리도마이드(Pomalidomide)인데요.
모두 위해 관리 프로그램에 등록해야 하는 약물입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대략적인 일과(Daily routine) 설명 부탁합니다.
-아무래도 관련자(Stakeholder)와의 미팅이 제일 많고요.
그리고 마케팅팀과 같이하는 콜라보레이션 미팅, 거기에서 같이 하는 행사를 주제로 미팅을 하죠.
두 번째는 메디컬 헤드로서 전략 회의인데, 다른 팀의 헤드들과 함께 미팅을 통해서 전략을 세웁니다.
그 외에는 다양한 일들이 있는데, 그게 루틴은 아니고요, 그때그때 필요한 일들이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앞서 질문 드린 회사 내 역할이나 데일리 루틴을 고려했을 때, 이 생활이 선생님에게 잘 맞는 것 같으신가요?
-저는 제약의사로 일한 걸 너무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너무 힘들 땐, 병원에서 나온 걸 후회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누가 저에게 "요즘 일하는 게 어때?"라고 물어보면, 저는 "다이내믹하다"라고 대답해요.
제약 회사에선 루틴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루틴이 아닌 게 되기도 하고,
제게 부족한 창의성을 회사에서 원하는가 하면, 근무할 때마다 팀워크란 게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게 병원에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거든요.
다행스럽게도 제가 회사에서 좋은 분을 만나고, 그분들과 같이 이런 다이내믹한 일을 하면서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제약의사가 저와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너무 바쁘긴 해요.
요즘은 개인 생활을 좀 갖고 싶기도 합니다.(웃음)
메디게이트뉴스: 규모가 작은 회사는 정말 '다이내믹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작은 회사는)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하길 바라고요, 하지만 그 덕분에 많은 일을 배우긴 하죠.
조직이 작은 회사의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이 세엘진으로 이직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 전공을 살리고 싶었어요.
GSK에서 항암제 파트를 했는데, 그 파트가 (빅딜로 인해) 노바티스로 넘어가더라고요.
파트는 넘어갔는데, 저는 남아야 하는 상황이었죠.
당시 저는 GSK에 남아 항암제가 아닌 파트를 하거나, 전공을 살리기 위해서 다른 회사로 이직해야만 하는 갈림길에 섰었고요.
저는 세엘진을 선택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개인적인 이유보단, 외부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었군요?
-네. 그렇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보통 이 질문엔 대답을 시원하게 안 해주시던데요, 그래도 묻겠습니다. '처우' 얘기를 해봅시다.
-요즘 내과 의사들 개원가에서 월급이 보통 어느 정도죠?
(이런 저런 관련 대화가 오갔지만, 숫자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메디게이트뉴스: 그래도 이직하시면서 월급이 조금 오르긴 하셨죠??
-제약회사에 처음 근무 때보단 기본급은 올랐지만, 실제 혜택을 따지면 전 직장과 차이는 잘 모르겠어요.
회사별로 복지 혜택 같은 게 차이가 있는데, 저같이 결혼도 안하고 애가 없으면 받는 혜택이 줄어서 말이죠.(웃음)
개원가와 비교해서 떨어지는 것은 확실해요.
(역시 결국 실패!!)
메디게이트뉴스: 이전 직장이든 현재 직장이든 제약 회사에 근무하면서, 여자로서 부당한 처우를 받은 적은 없으신가요??
-솔직히 저는 없었어요.
다니던 직장의 부사장님께서 워낙 오랜 연륜이 있고 리더쉽이 좋으셨어요.
성차별을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능력 차별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요.(웃음)
메디게이트뉴스: 수련을 마치고 개원가에 나오면 다 똑같은 봉직의거든요? 전부 다 '원장님'이라고 부르죠.
하지만 회사에 가면 직위가 이름 뒤에 붙습니다.
어떠세요? 선생님 뒤에 붙은 이사라는 직위에 대해 말입니다. 어색함 혹은 스트레스? 그런 호칭이 좀 무겁진 않나요?
-무거운 건 사실이에요.
무겁다는 게 무슨 말이냐면, 제가 부장으로 제약 의사 근무를 시작했는데, 회사 경력만 따지면 사실 제가 부장은 아니거든요.
부장으로 인정받을 만한 게 없을 때 부장으로 시작한 겁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의사'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 말이죠?
-네. '의사'라는 그 이유 만으로요.
물론 그것 때문에 무시당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수련 생활을 포함해서 병원에 있던 기간도 학생은 아니고 경력이니깐요.
처음엔 부장이라는 직위의 의미를 몰랐다가 1년이 지나서 그 자체가 무슨 의미고, 다른 사람에게 또 어떤 의미인지 알았을 때, 책임감이랄까요? 그런 게 생긴 것 같아요.
그 후에 GSK에서 본부장으로 승진했는데, 당시엔 타이틀 외에 당장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시간이 지나니깐 또 알겠더라고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메디게이트뉴스: 회사 업무 평가에 대해서 부당하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으셨나요?
-메디컬 파트는 커머셜과 달라서 달성 숫자보다는 미팅을 몇 번 계획해서, 기간 내 어떤 미션을 했는지, 그런 골 세팅을 해요
메디게이트뉴스: 처음 세팅하면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면도 있겠군요.
-그렇죠.
부당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고요.
토마스 카랄리스(동아시아 총괄 대표)가 굉장히 합리적인 사람이기도 하고요, 셀진이 정말 세팅이 잘되어 있기도 합니다.
'세엘진(Celgene)'
원래 회사명을 '셀진'으로 표기하려 했지만, 이미 등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메디게이트뉴스: '대단한 임상가'를 기대하던 의사 가족 입장에선 임상 대신 제약 회사에서 근무하는 모습에 실망하는 분도 있을 거예요.
동료 의사들 역시 다양한 반응이 나올 거고요.
그런데 일한다는 제약회사가 화이자나 GSK, 노바티스도 아니고, 이런 표현 죄송합니다만, 아직은 '듣도 보도 못한' 세엘진이란 말이죠?
-하하하
메디게이트뉴스: 일단, 주변 사람에게 세엘진을 어떤 식으로 설명하시나요?
-그냥 '항암제 회사'라고 설명해요.
제가 종양내과 의사인 건 주변 사람이 다 알기 때문에, 항암제가 주요 파이프라인인 회사라고만 설명하죠.
메디게이트뉴스: 반응이 어때요? 혹시 부모님이 실망하진 않으셨나요?
-사실 저희 아버지도 의사세요.
고생길이 훤하다는 걸 아셔서, 처음 의사의 길을 선택할 때 반대하셨죠.
그러다 전임의 마치고 제약회사를 선택했을 땐 오히려 지지해주셨고요.
다만 세엘진이라는 회사로 옮긴다고 했을 때는…하하하
이전엔 GSK 다닐 땐 주변분에게 GSK라는 회사 다닌다고 소개를 하시다가, 요즘엔 그냥 "제약회사 다녀요"라고 하시죠.(웃음)
메디게이트뉴스: 세엘진, 길리어드 사이언스, 암젠 같은 회사를 보통 바이오테크라고 부릅니다만, 일반 의사에겐 그냥 제약회사거든요?
바이오테크라는 분야 혹은 바이오테크 회사에 대해 일반 의사의 눈높이로 설명 부탁합니다.
-입사 전에 세엘진에 관해 파악했던 건 파이프라인이었요.
학회 때 부스를 통해 풍성한 파이프라인을 보고, "작은 회사인데 임상 개발을 많이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죠.
실제로 입사해 보니, R&D에 정말 많은 투자를 하더라고요.
작은 회사지만, 큰 회사의 액수에 견줄만한 투자를 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일 것 같고요, 그게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엘진의 2015년 성장률은 21%고, 매출의 22%를 R&D에 투자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입사하시기 전에 바이오테크 회사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회사 면접 인터뷰를 위해서 사전 조사한 것을 빼고 말입니다.
-솔직히 없었어요.
메디게이트뉴스: 세엘진이 고성장 회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나요?
-네. 알고 있었죠.
입사 기회가 없을 때조차 기본 파이프라인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외국 큰 학회를 가보면 세엘진이 항상 보이더라고요.
저같이 뉴스에 빠르지 않은 사람조차 알 정도로 큰 뉴스가 한 번 나가기도 했고요.
"20% 고성장" 이런 뉴스들 말입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말 나온 김에 회사 자랑 좀 마저 해주시죠.
-파이프라인은 빼놓을 수 없는 얘기인 것 같아요.
혈액 파트 뿐만 아니라, 종양 그리고 Immunology(면역학) and Inflmmation(염증), 소위 요즘 모든 회사가 한 번쯤은 터치하는 쪽에 파이프라인이 상당히 풍부하고요, 공격적으로 R&D에 투자하고 있어요.
저는 종양내과 의사로서 그런 모토가 좋은 거에요.
돈을 모으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라고 도전적인 걸 즐기는 회사라는 게 좋죠.
그리고, 성장하는 회사거든요.
그래서 세엘진 코리아도 작년에 고용을 많이 했고,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없는 팀도 새로 만들었죠.
문화가 조직적이지도 않고 굉장히 오픈돼 있어서, 제가 조금만 노력해서 노크하면 분명하게 회신을 줘요.
제가 뭔가 필요하다고 글로벌에 요구하면 서포트해주고, 자기 일은 각자 맡아서 알아서 또 하고요.
(좋은 건 알겠는데, 제약사 무경험자 입장에선 이런 수사가 좀 막연하다. 사실 외자계 제약사에서 근무하는 제약의사들의 표현이 모두 비슷하기도 해서...)
메디게이트뉴스: 국내에서 보기 힘든 세엘진만의 복지 혜택이라든지, 그런 게 있을까요?
-사실 그럴 만한 게 특별히 있진 않고요.
세엘진 코리아 내에서 명절 때 휴가를 이틀 정도 더 붙여준다는 것?
그거 말고는 생각이 안 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현재 세엘진의 직원 규모는 어떻게 되죠?
-현재 약 30명대 초반 정도인 것 같아요.
메디게이트뉴스: 길리어드 같은 경우는 유한과 코프로모션을 많이 하던데요, 세엘진은 앞으로 독자적으로 영업을 하시는 건가요??
-네. 저희는 코프로모션하지 않고요, 앞으로도 계획은 없습니다
에필로그
메디게이트뉴스: 제 체감상으로는 최근에 혈액종양내과나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들의 가치가, 적어도 제약산업에서는 높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맞나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후배 혈액종양내과 의사에게 자신있게 제약의사를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음…
저는 추천은 해줄 수 있어요.
다만, 본인 생각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병원을) 나오기 전에 충분히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어요.
일단, 연봉도 다르고요, 안일한 마음으로 나오면 서바이벌할 수가 없거든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엄청 많습니다.
"한 번 왔다가 돌아가지"라고 쉽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런 행위가 저희 제약 의사들의 평판을 깎아 먹습니다.
나에겐 중요한 진로 결정인데, 전혀 다른 환경을 너무 모르고 와서 실망하고, 의사로서 역할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은 안했으면 좋겠고요.
"회사가 편하겠지" 혹은 "9시 출근해서 6시 칼퇴근"이라는 마인드면 힘들 것 같다는 말씀 드립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이 생각할 때, 제약 회사에서 의사를 뽑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임상 선생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시키려는 거죠.
또 다른 셀링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저도 의사고 의료라는 영역에서 일하지만, 궁극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려는 회사에서 일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먹힐 수 있는 Rationale가 명확하고, Evidence가 받춰 주고 Justification이 잘 될 수 있는, 그런 고급 셀링 기술을 구사하기 위한 게 첫 번째 이유라고 생각하고요.
그 외에도 지식을 활용해 퀄리티를 높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이 지금 당장 신입 제약의사를 뽑는다고 가정하시고, 면접을 들어갈 거에요.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보시겠습니까?
-커뮤니케이션!!
내부적, 외부적 커뮤니케이션 모두 다요.
다른 선생님들과 얼마만큼의 대화가 가능하고, 내부 직원들과는 어떤지, 그런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이 가졌던 몇 번의 면접 인터뷰를 돌이켜 봤을 때, 의사들은 어떤 걸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세엘진으로 이직 때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느낀 겁니다만, 내가 뭘 잘하는지 명확히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역할이라는 게 회사마다 공통된 것일 수도 있고요, 회사의 성격에 따라서 같은 직책이어도 하는 역할이 다를 수 있거든요.
내가 뭘 잘 할 수 있고, 회사에서 뭘 바라고 그게 회사랑 잘 맞을 건지, 그런 걸 명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 외에 기본적인 걸 안 하면 문제가 있죠.
그 회사에서 무엇을 준비 중이고, 전반적으로 파이프라인이 어떤가 하는 것들을 준비해야죠.
메디게이트뉴스: 비임상, 특히 제약의사를 고려하는 의사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합니다.
-제약회사로 오기 전에 여기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했으면 좋겠고요.
실제 제약 회사 모습이 내 생각과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인터뷰 기사나 관련 세미나가 있으면 기회 때마다 들어보시고,
필요하면 제약의사 연락처를 받아서 도움을 요청하세요.
요청하시면, 거부하는 제약의사는 한 명도 없을 겁니다.
기회 때마다 의견을 듣고 개인적인 미팅도 요청해 상의하면서, 최대한 정보를 많이 얻으신 후에 제약의사를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두 번째 제약의사 인터뷰가 끝났다.
인터뷰 주인공의 업력이 벌써 5년이신지라, 현란한 업계 영어가 자연스럽게 나왔고, 간만에 위키피디아로 몇몇 단어의 뜻을 찾아가며 정리했다.
애당초 바이오테크라는 특수성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하고 싶었지만, (본사가 아니고) 지사라 그런지 차이를 명확하게 찾기는 힘들었다.
마지막 제약의사 인터뷰는 (가급적) 국내사에서 근무 중인 남성이 될 예정이다.
추천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