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를 확대하고, 면허취소 후 재교부 신청 기간을 늘리는 등 의료인의 면허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며 법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법안을 찬성하는 측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의료인에 대해 엄격한 면허 관리 체계를 도입해 국민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의료계는 의료와 관계 없는 문제로 금고형을 선고받은 의료인까지 모두 면허취소를 시키는 데 대해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법이 시행되면 얼마나 많은 의료인의 면허가 취소될까?
현재 본회의로 회부된 의료인 면허취소 강화법은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끝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이에 해당하면 면허를 취소하도록 했다.
게다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다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면허가 취소된 날로부터 10년 이내 면허를 재교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어떤 범죄이든 금고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은 최대 5년간 면허가 취소되고, 형이 종료된 후 5년이 지나야 면허의 재교부가 가능해진다. 곰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섣고받은 의료인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후 다시 2년 후에야 면허를 재교부받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실제로 형사 공판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2021 사법연감’ 통계의 제1심 무죄율을 살펴보면 2016년 3.72%, 2017년 3.65%, 2018년 3.41%, 2019년 3.14%, 2020년 2.75%로 무죄 선고 비율이 점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검찰 기소로 공판이 개시된 사건의 약 97%에서 유죄 판단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또 ‘2021 사법연감’ 통계의 2020년 형사 공판 사건 처리결과에 따르면 1심 전체 22만7920건의 사건 중 무죄는 6267건으로 2.75%에 불과했지만, 실형은 6만4886건으로 전체 28%에 달했고, 집행유예는 8만4046건으로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즉 전체 형사공판 사건의 65%가 금고형 이상 또는 금고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것이다. 따라서 의료인이 형사 사건에 휘말릴 경우 약 65%는 면허를 취소당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 사건의 경우 수사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조사와 증거 수집이 뒷받침되면서 법원에서 범죄 혐의가 뒤집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형사 사건에서 유죄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본회의로 회부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의료인이 교통사고 등 의료와 관련 없는 범죄로 징역 1년을 선고 받으면, 징역 1년에 5년간의 면허 취소 기간을 합쳐 최소 6년은 지나야 면허 재교부가 가능해진다.
만약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경우라면, 집행유예 기간 2년이 지나더라도 면허 취소 기간 2년이 지나야 하기 때문에 최소 4년은 지나야 면허 재교부가 가능하다.
의료계는 살인, 강간, 반역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자의 의사면허 취소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이들의 면허를 제한하는 것은 의료 통제와도 같다고 반발하고 있다.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낸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계는 의사면허 결격사유를 중대범죄로 제한해 과잉금지원칙 및 헌법에 규정된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최소 침해성 법리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2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강행처리로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간호법과 함께 국회 본회의로 넘어가면서 해당 법안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상황에 처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