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총사퇴를 알리는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의 표정은 참담했다. 그 어느 때보다 침울한 분위기에서 그는 정부 태도에 대한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필수 회장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가 사퇴하고 나면 의협 대의원회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해 투쟁 비상대책위원회가 다시 구성될 예정이다. 사실상 현행 이필수 회장 체제의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는 해체 수순을 밟게 되는 셈이다.
비대위 구성을 위한 임총은 설연휴 직후 곧바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비대위가 구성되면 곧바로 파업절차가 진행된다.
이필수 회장은 6일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관련 의협 긴급 기자회견'에서 "무력감과 참담함을 느낀다. 그동안 의협은 진정성을 갖고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했다. 그러나 협상 내내 벽을 보고 말한듯 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도 오히려 의료계를 압박하는 수단이 됐다. 의료사고특례법에선 사망 사례가 빠지고 재정도 막연하게 1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하면서 규제만 오히려 더 늘었다"고 질타했다.
이필수 회장은 대화와 협상을 강조했던 그간 행보와 달리 이날 '의료계 총파업'을 수차례 언급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파업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았다. 그동안의 철학이 소통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후 언론을 통해 의대정원 확대 얘기를 흘렸다. 이건 신뢰의 문제"라며 "더 이상 정부 로드맵에 따라 의협이 들러리 설 필요는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의료현안협의체 22차 회의부터 정원 확대 숫자 얘기가 나왔다.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협의체에서 규모를 정하자고 했지만 이를 받지 않다가 생뚱맞게 공문을 보내서 숫자를 제시하라고 한다"며 "협상이라는 것이 협상장에서 접점을 찾는 것이다. 공문을 통해 밝히라는 게 상식적인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구체적인 파업 로드맵에 대해서도 그는 "설연휴가 끝나고 비대위가 구성되고 나면 본격적인 파업 투쟁이 시작될 것이다. 파업 찬반 투표 결과도 임총 이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범대위와 비대위 관계를 묻는 질의에 이 회장은 "비대위가 구성되면 자연스럽게 범대위는 해산하게 되는 것"이라며 "비대위가 향후 파업 등 투쟁을 이끌어가게 된다. 다만 의협은 파업 과정에서 의대생과 전공의, 회원들이 법적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