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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실 CCTV 의무화, 인체 중요 부위 유출사고 우려…경기도는 불법PA 의료행위부터 단속하라"

    병원의사협의회 "수술실을 잠재적 범죄장소 취급하는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철회하라"

    기사입력시간 2019-05-23 14:35
    최종업데이트 2019-05-23 14:3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23일 성명을 통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의료현실을 전혀 모르는 관료와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실효성 없는 반인권적 법안이며, 의료 왜곡과 질 저하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앞서 지난 20일 "철회됐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환자와 보건의료 노동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면서도 범죄 예방 효과도 없고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까지 있으므로 재발의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당시 과잉 입법 논란과 인권 침해 문제까지 있어 발의에 참여했던 국회의원들의 절반가량이 명단에서 빠지면서 법안이 철회됐음에도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실에서는 무리하게 법안을 재발의 할 것이라 공언했다. 결국 지난 21일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을 재발의 하기에 이르렀다. 법안이 재발의되자 기다렸다는 듯 경기도는 22일 논평을 통해 병의협을 비롯한 의사단체의 입을 막으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그러나 경기도는 고정된 각도에서 수술실 전경을 촬영하는 '수술실 CCTV'가 의료진에게 둘러싸인 채 수술부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수술포로 덮고 있는 환자의 신체를 얼마나 노출시킬지, 이로 인해 환자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라며 "이는 수술실 CCTV가 정밀한 수준으로 환자의 신체와 수술과정을 관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 논평 다른 부분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는 무자격자가 수술을 하는 행위, 의식이 없는 환자에 대한 성범죄, 사고 발생 시 조직적 은폐 가능성 등을 원천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로 이야기하고 있다. 같은 논평에서 상충되는 주장을 하면서도 이를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의협은 "수술복과 모자, 마스크 등으로 수술실 CCTV로 누군지 구분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리수술 여부를 CCTV 설치로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주장일 뿐이다. 또한 바로 옆에서 보아도 집도의가 아니라면 정확하게 오류를 알기 힘든 수술 과정을 멀리 떨어진 수술실 CCTV로 녹화해 의료사고 은폐를 막고 조사에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전신마취 수술은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와서 몇 가지 주요 사항들을 확인한 다음에 마취에 들어가고 마취가 이뤄지면 환자의 기존 수술복을 의료진들이 탈의시키고 환자의 요도에 '소변줄'이라고 알려져 있는 도뇨관을 삽입한다. 수술 예정 부위에 넓게 소독을 실시한 후에 무균 처리된 포를 덮거나, 특수 기구를 이용해 소독된 수술 부위만을 노출 시킨다. 여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게는 10여분에서 길게는 수 십 분이 걸리기도 한다. 의사들이 우려하는 환자 인권 침해와 영상 유출 우려는 바로 이 시간 동안에 촬영된 영상과 그 유출을 말한다"고 했다. 

    병의협은 "해당 시간에 남녀 모두 성기가 노출되고, 개인적으로 감추고 싶은 신체의 치부도 드러날 수 있다. 경기도가 이러한 점을 전혀 모르고 환자의 신체 노출 우려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료에 대한 무지를 떠나서 환자들을 속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경기도는 보안규정을 만들고 보안책임자를 정하는 등 영상자료 보안에 신경 쓰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된 대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며 "종종 병원에서 보안 사고는 일어나고 있으며 병원보다 훨씬 보안이 철저한 금융기관들이나 국가기관들도 해킹 등에 의해서 보안에 구멍이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또한 "환자 단체와 일부 정치인들은 미리 동의한 환자에 한해서 CCTV 촬영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자들이 자신의 성기나 신체의 치부가 영상에 그대로 녹화되고 이것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면 과연 동의할지 의문이다. 그리고 기기 조작의 실수 등으로 영상 촬영에 동의하지 않은 환자의 영상이 촬영되는 문제 등 기기 조작 오류에 대한 문제도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병의협은 "경기도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먼저 주장할 것이 아니라 도내 의료원들에서 자행되는 이러한 불법 PA 의료행위 단속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경기도 내에 설치된 수술실 CCTV를 통해 무자격자 대리수술을 감별할 수 있고 불법 PA 의료행위를 막을 수 있으며, 수술 과정을 정확하게 알아서 의료 사고 발생 시 참고 자료로 사용할 수 있는지부터 객관적으로 검증 받고 나서 주장을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수술실에 CCTV를 의무화 하는 것은 수술실을 잠재적 범죄 장소로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힌 의사와 의료진들이 과연 얼마나 환자의 수술에 집중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 병의협 설문조사에서는 과반 이상의 의사들이 의료행위 위축을 걱정했다. 이는 결국 의료분쟁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도 수술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나타나서 의료의 왜곡과 질 저하 현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수술실 CCTV 의무화같은 문제투성이 정책을 법안으로 만들어 발의한 안규백 의원과 공동 발의자에 이름 올린 국회의원들은 반드시 심사숙고해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라며 "진정으로 환자의 인권과 알 권리를 위해 일하는 단체들인지 의심스러운 일부 환자 단체들은 수술실 CCTV 의무화를 위해 국회를 압박하는 행동을 멈추기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