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월드 데이터(Real World Data, RWD)를 활용하면 대량의 정보를 기반으로 신약 개발을 할 수 있다. 우선 필요한 신약을 미리 찾아낼 수 있고 임상시험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약물을 복용할 때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미리 막을 수 있다.”
대한의료정보학회 박래웅 이사장(아주대병원) 22일 전북대병원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 중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번 추계학술대회 대주제는 임상시험에 최적화한 리얼월드데이터로 정했다. 박 이사장은 “실제 임상현장에서 얻은 RWD의 활용에 따라 근거중심의학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라며 “정부와 연구자, 의료기관들이 진료정보의 표준화와 RWD 활용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리얼월드데이터를 이용해 RCT(무작위배정-대조군에 의한 임상시험)가 가진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근거를 만들어내고 전향적인 임상시험을 위한 정보를 쌓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제약회사들이 특정 약에 대해 계속 한 우물을 파야 할지 딜레마를 많이 갖고 있다. RWD를 통해 얼마나 많은 연구대상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련 연구가 성공할 수 있을지 빠른 판단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2억5000만명의 데이터를 통한 고혈압 치료제 병용 투여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 적이 있다. 이는 기존 가이드라인에 없던 것이다”라며 “글로벌 데이터를 기반으로 근거를 만들어냈다. 실제 환자들에게 가장 큰 도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라고 했다.
2016년 프랑스의 올메사탄 부작용이 국내에서도 이슈가 됐을 당시도 RWD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박 이사장은 “한국인에서는 올메사탄 부작용이 높지 않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한국인을 위해 빠른 시간 안에 근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라며 “RWD는 특정한 약에 대한 임상적 판단이 필요한 근거로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약물에 대한 인과관계가 정확한 근거를 통해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RWD를 활용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신약 개발에 앞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보건복지 향상에도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북대병원 김민걸 임상약리센터장은 “RWD는 이미 개발을 마치고 판매되는 약에 대한 적응증 추가에 활용될 수 있다. 소염진통제로 개발했던 아스피린이 추후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쓰게 됐다. 이처럼 앞으로 RWD를 활용해 수많은 약들의 적응증 추가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RWD에 대한 활용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연구자들이 신약개발과 임상시험의 활용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다. 의료정보학회가 선제적으로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이슈를 제기했다”라며 “앞으로도 RWD를 활용한 연구가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가 열린 전북대병원은 임상약리센터를 중심으로 임상시험 데이터 활용에 선도적으로 나서왔다고 소개했다.
김민걸 센터장은 “전북대병원은 임상시험센터 뿐만 아니라 신약개발에 특화된 임상약리센터를 별도로 두고 있다. 임상시험센터가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2상, 3상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반면, 임상약리센터는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1상 임상시험을 수행하며 신약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부터 허가과정까지 필요한 다양한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라며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하는데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정보학회 조직위원장인 전북대병원 조남천 원장은 “병원은 지역거점병원으로 의료정보 분야에 수년전부터 많은 투자를 해왔다. 2003년 EMR 통합서비스 구축, 올해 진료정보 교류 기반 구축 등 정부에서 하는 일에 앞장서서 진행해왔다”라며 “병원의 경험을 공유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최신 정보를 듣기 위해 병원에서 이번 학술대회가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 정영철 의생명연구원장은 “병원이 데이터 분야에 더 투자하고 임상약리센터에서 다른 병원에 비해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의료정보 분야가 발전하려면 연구비 투자와 연구 인력, 데이터를 표준화할 수 있는 조건 등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