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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백재욱 센터장 "방문진료, 환자·의원 연결 없으면 작동 못 해…케어 매니저 필요"

    "AI가 이동 거리·의료진 역량 따져 환자 배치하면 의원 부담 줄고 참여 늘어날 것"

    기사입력시간 2026-10-05 16:06
    최종업데이트 2026-10-05 16:06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 '의료AI 도입 이후' 

    의료 AI가 의료 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새로운 질문이 시작됐다. AI를 도입할 것인가를 넘어,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무엇이 달라졌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다. 메디게이트뉴스가 9월 3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주최한 ‘제3회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에서는 각 전문가 20명이 ‘의료 AI 도입 이후’를 주제로 병원·산업 현장 경험과 전망을 공유했다. 강연 기사 시리즈를 통해 의료 AI 도입 이후 달라지고 있는 의료 현장의 모습과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①이주영 국회의원 "한국은 의료AI 갈라파고스…권한은 없고 책임만 높아"
    ②서준범 국가AI전략위원회 AI기본의료소그룹장 "의료AI의 미래? 의료시스템 전반 전환"
    ③이현훈 서울대병원 교수 "KMed.AI, 의사국시 넘어 실제 진료현장으로…EMR 연동 본격화"
    ④양동현 서울아산병원 AI혁신지원실장 "의료AI 14종 사용 중, 진짜 문제는 도입 이후"
    ⑤차원철 삼성서울병원 실차장 "의료 AI, 좋은 모델 도입이 끝 아니다"…'ZEO Med 2' 만든 이유
    ⑥김중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병원 도착 전부터 심전도 AI로 위험 평가…119 의료지도·이송 지원" 
    ⑦김지혜 HIMSS 한국지사장 "의료AI 성과, 환자 치료 결과부터 의료진 삶의 질·재정까지 평가해야"
    ⑧김미영 동탄시티병원 행정원장 “AI 도입 15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성과가 다음 투자로”
    ⑨의사가 직접 AI 만드는 시대…황성일 교수 "병원은 교육·보안·유지관리 준비해야"
    ⑩백재욱 센터장 "방문진료, 환자·의원 연결 없으면 작동 못 해…케어 매니저 필요"
     
    백재욱 서울시 일차의료방문진료 지원센터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방문진료와 통합돌봄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와 방문진료 의원을 연결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빠르게 발전하는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방문진료 이동 동선을 관리하거나 환자 데이터를 축적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백재욱 서울시·서울시의사회 일차의료방문진료 지원센터장은 메디게이트뉴스가 주최한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에서 “방문진료가 필요한 환자와 방문진료가 가능한 의원·의료진을 연결하는 대책이 없으면 사업은 작동하기 어렵다”며 “지역 단위의 케어 매니저와 일차의료 방문진료 지원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 센터장은 도봉구에서 18년째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최근에는 의원 진료의 절반가량을 방문진료가 차지하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와 함께 일차의료 방문진료 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지역 의원의 참여를 높이고 방문진료 환자 발굴 및 연계를 지원하고 있다.

    사업은 늘었지만 실행할 사람 없다

    백 센터장은 정부의 통합돌봄 정책과 관련해 “방문진료, 재택의료, 장기요양 등 다양한 사업이 제시됐지만 실제 사업을 수행할 인력과 연계체계는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를 키울 사람은 없는데 소 키우는 방법만 적어놓은 상황”이라며 “의료계가 방문진료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실제로 방문진료를 청구하는 기관은 전체 의원 중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은 2024년 기준 신청 기관이 987곳으로 전체 의원의 약 2.8%에 불과했으며, 실제 수가를 청구한 기관은 더 적었다는 분석이 제시된 바 있다. 2026년에도 선정 기관 가운데 실제 방문진료를 시행하고 수가를 청구한 의원은 241곳, 참여율은 21.6%에 머물고 있다. 

    백 센터장은 참여율이 낮은 이유로 ▲1인 의원 중심의 의료기관 구조 ▲간호조무사 중심의 인력 구성 ▲방문진료에 필요한 행정업무 ▲낮은 수익성 ▲환자와 의원 간 연결체계 부재 등을 꼽았다.

    그는 “동네의원은 애초 방문진료나 복지 행정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아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원에 요구하는 고도화된 시스템과 실제 일차의료기관의 역량 사이에는 20년 이상의 간극이 있다”고 말했다.

    만성질환 관리도 행정업무가 걸림돌

    백 센터장은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사업과 장애인 건강주치의사업 등 그동안 추진된 일차의료 사업의 한계도 언급했다.

    만성질환 관리사업은 고혈압·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건강관리와 생활습관 개선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8년부터는 간호사 등 케어 코디네이터를 활용한 팀 기반 관리가 강조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전담 인력을 구하기 어려웠고 보건소·국민건강보험공단·의료기관 간 협업도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애인 건강주치의사업 역시 방문진료 수가와 관리료 인상, 방문간호 요건 완화 등이 이뤄졌지만 의료기관의 참여는 제한적이었다.

    백 센터장은 “원장들이 사업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직원들이 서류 업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마다 요구되는 페이퍼워크가 지나치게 많다”고 말했다.
     


    “방문진료는 단발성 진료로 끝나선 안 돼”

    백 센터장은 현재 방문진료가 지속적인 재택의료보다는 단발성 진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원내에서 진료하던 의사가 원외로 나가 환자를 보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고, 한 번 방문한 뒤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 상태를 계속 추적하고 진료에 활용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 문진과 환자 정보의 데이터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문 전 환자의 병력, 복용약, 거동 상태, 보호자 상황, 주거환경 등을 파악하고 이를 의사에게 전달해야 현장에서 효율적인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백 센터장은 “정부 사업에서 요구하는 자료는 매우 단순하지만, 실제 방문진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생활환경과 병력에 대한 훨씬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며 “사전 문진 자료가 의사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복지 인력 간 ‘언어 장벽’ 해소해야

    통합돌봄 과정에서 의료진과 복지 인력 사이의 소통 문제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백 센터장은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사례로 들며 “케어 매니저가 병원, 가정, 요양시설, 지역사회 서비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케어 코디네이터나 케어 매니저라는 직무가 정책 문서에 등장하더라도, 이들을 누가 고용하고 어떤 역할을 맡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케어 매니저는 의사가 아니며 사회복지 언어에 익숙한 사람”이라며 “의학적 판단과 복지적 판단이 통합되려면 양측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공통의 정보 양식과 용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정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작성한 내용을 의사가 판단할 수 있도록 일정한 수준으로 표준화해야 한다”며 “이러한 언어 장벽을 해소하는 것이 통합돌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지역별 의원 배치와 AI 활용 필요

    방문진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내 의원 간 환자 배치와 이동 동선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백 센터장은 “방문진료 전문 의원은 먼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이동시간이 길어지고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반면 기존에 지역 환자를 보던 의원은 비교적 가까운 환자를 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 목록과 주소, 의원별 진료 가능 여부 등을 입력하면 AI가 이동 거리와 의료진의 역량을 고려해 적절하게 배치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이런 시스템이 구축되면 의원별 방문진료 부담을 줄이고 참여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환자·보호자·방문간호사·담당 의사가 하나의 플랫폼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통합 케어 네트워크 구축도 제안했다.

    그는 “신체 진찰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해 환자 상태가 데이터로 축적되고, 의사가 진료할 때 즉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원격 모니터링과 AI를 둘러싼 논란이 있더라도 재택의료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