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전문가는 의사다. 5년 안에 50% 줄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웃기는 거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까지 감기 항생제 처방률을 50% 줄이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하자 의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11일 "의료계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이런 대책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대책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1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86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을 확정,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이 OECD 회원국에 비해 높고, 특히 감기를 포함한 급성상기도감염에 불필요하게 과다 처방해 내성이 우려된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OECD가 발간한 'Health Statistics 2016'에 따르면 12개 회원국의 인체 항생제 평균 사용량은 23.7DDD(Defined Daily Dose)인 반면 한국은 31.7DDD로 높은 수준이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감기를 포함한 급성상기도감염의 항생제 처방률이 2002년 73.3%에서 2015년 44%까지 낮아지긴 했지만 더 이상 내려가지 않고 정체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까지 항생제 사용량을 2015년 대비 20% 줄이고, 감기를 포함한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 50% 줄이기, 호흡기계질환 항생제 처방률 20% 줄이기, 황색포도알균 메티실린 내성률 20% 줄이기 등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복지부는 동네의원의 항생제 처방을 줄이기 위해 2019년까지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라 외래관리료(진찰료=본진료비+외래관리료)의 3%까지 가산 또는 감산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주현 대변인은 "OECD 자료 자체가 불완전하고, 나라에 따라 환경과 인구밀도, 질병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항생제 사용량을 단순 비교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변인은 "감기와 폐렴은 초기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항생제를 투여할지 여부는 전문가인 의사가 판단하는 것"이라면서 "동네의원은 3차 항생제를 처방할 수가 없는데 일차의료기관에서 항생제를 많이 투여해 내성이 우려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동네의원 수가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항생제 처방을 억제할 경우 대한민국에서 감기로 진단받는 환자가 사라질 것이라고 쓴소리 하고 있다.
항생제 처방이 불가피한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감기에 처방하지 못하도록 할 경우 감기가 아닌 다른 진단명으로 처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주현 대변인은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이 항생제 처방을 30% 이상 줄였는데 이게 줄일 수 있는 최대치"라면서 "그런데 50% 더 줄이라는 건 절대 불가능하고,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아야 국민 건강이 좋다진다는 발상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무작정 의사들을 압박한다고 항생제 처방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면서 "항생제의 권위자는 의사이지 복지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