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저는 마이너다. 그러나 결코 회원과 의사회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마이너가 아니다. 저의 절실함과 열정으로 의원까지 접고 한 발 더 뛸 각오가 돼 있다. 상근으로서 회장직에 전념하겠다."(지난 3월27일 서울시의사회 대의원총회에서 제35대 회장 선거 직전 박명하 당시 후보의 발언)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이 출마선언 당시 공약과 달리 현재까지 자신의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다만 박 회장은 올해 말로 폐업하고 내년 1월 중 폐업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현재 박 회장은 서울 강서구 미소의원을 30년째 운영하고 있다. 올해 초 서울시의사회 35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회장 당선시 의원을 폐업하고 상근으로서 의사회 회장직에 전념하겠다고 공약으로 밝혔다. 박 회장은 이런 적극적인 의지에 힘입어 결국 지난 3월 정기대의원총회에서 54.6%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하지만 박 회장은 당선 이후 의원 폐업을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봉직의를 채용해 지난 8월까지 의원을 운영해 왔고 9월부터는 봉직의가 사표를 내자 직접 환자를 진료했다. 현재는 12월부터 주 3일만 예약 환자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회원들 사이에선 "박 회장이 당선되면 의원도 폐업하고 회장직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할 것처럼 공약하고 당선 이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의료계 관계자는 "당시 박 회장의 강한 의지와 헌신적인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지지를 보냈지만, 정작 지금도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리에 배신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명하 회장은 의원 양도양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시간이 지연됐을 뿐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특히 그는 내년 1월 중순쯤 폐업 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회장은 "양도양수 과정이 여의치 않아 의원 운영이 길어졌다. 원래 11월 말까지 양도 절차를 끝내려고 했지만, 계약이 잘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현재 폐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재 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폐업 안내를 하고 있고 의원 문 앞에도 폐업을 알리는 글을 게시해뒀다"며 "폐업을 12월 말로 예정했지만 일부 백신접종 등 예약 환자와 청구 때문에 1월 중순 쯤 폐업 신고서를 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폐업을 한 이후에 그는 완전히 서울시의사회에서 책정된 급여로만 생활하게 된다. 다만 서울시의사회는 대한의사협회와 달리 회칙에 상근과 비상근에 대해 분리하지 않고 있다.
그는 "서울시의사회는 회장의 상근 의무도 없고 상근 급여가 따로 책정돼 있지도 않다"며 "이 부분은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회원들이 반상근으로 일하면서 상근 월급을 받아온 것으로 오해한다면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원을 폐업할 경우 환자 정보나 진료기록부 데이터 등은 보건소에 이관되는 것이 원칙이나 보건소의 물리적·행정적 한계로 휴·폐업 의료기관 관계자가 진료기록을 직접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 박 회장도 진료기록을 자체 보관할 예정으로 이 경우 자료 보관 계획서를 보건소에 제출해 폐업 이후 의료정보에 대한 보관 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환자 입장에선 폐업한 의료기관의 진료정보가 필요하다면 보건소를 통해 진료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