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14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대로에서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를 통해 뜨거운 투쟁 열기를 고조시켰다.
의협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4대악 의료정책(▲한방첩약 급여화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추진)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 전국의사 총파업을 마련했다.
집회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5개 권역에서 동시에 이뤄졌다. 부산은 부산시청 앞, 광주·전남은 김대중컨벤션터, 대구·경북은 대구스타디움 야외공연장(서편광장), 대전은 대전역, 제주 등이다.
서울 집회 장소는 전국에서 모여든 의사들로 인해 문전성시를 이뤘다. 시위대는 여의도대로 끝까지 늘어서고도 장소가 부족해 여의도공원까지 자리를 잡았다. 또한 시위 참여자들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페이스쉴드와 마스크 착용도 준수하고 집회가 끝난 뒤 쓰레기를 직접 청소하는 등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주최측 추산 집회 참석인원은 전국 2만8000여명으로 서울 2만명, 부산 2000명, 광주전남 1000명, 대구경북 3600명, 대전 1000명, 제주 400명 등이다.
또한 이날 의사총파업은 보건복지부 추산으로 이날 3만3836개소 의원급 의료기관 중 1만584개소가 파업에 동참해 31.3%에 휴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파업은 전공의와 전임의 등 병원계 참여도 대단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의협 추산으로 전공의 95%와 전임의 80%가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방적으로 의료악법 고집하는 정부에 의사들 ‘일침’…“토사구팽 당했다”
이날 의료계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잘못된 의료정책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 일침을 놨다.
최대집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정부는 의료계에 대해 앞에서는 ‘덕분에’라며, 그야말로 겉치레에 불과한 캠페인으로 고마워하는 척 하고 뒤에서는 이러한 국가적 위기상태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4대악 의료정책’을 기습적으로 쏟아냈다. 어떠한 논의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질주해 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2일 당일만 해도 보건복지부는 오전에 보도자료를 통해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제안함으로써 마치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처럼 연출했다"라며 "그러다가 복지부 김강립 차관은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거듭 못을 박았다. 의료계에 모든 책임을 돌리려는 얄팍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은 “정부가 우리 의사들의 투쟁열기와 의지를 잘못 판단해 일방적으로 발표한 정책을 무리하게 강행한다면 그 책임을 모두 져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경고한다. 지금 당장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는 지쳐가는 의사들의 사기를 꺾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장 눈앞에 다가오는 코로나 2차 대유행에 대비해 의료일선에서 고생하는 의사들과 합심해 국민들의 존귀한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국민들에게도 “의료를 잘 모르는 정부의 비전문적인 조삼모사 정책에 속고 계시는 것이다. 지금 당장 코로나19 감염 위기로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졸속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도 "의사가 되는데 정부가 한 푼도 보태주지 않고 이제와서 의사가 공공재라고 말하고 있다"며 "환자 한번 치료하지 않은 이들이 의료제도를 망치고 있다. 포퓰리즘 정부 여당은 의사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 여의도 투쟁은 전공의와 전임의, 미래의사인 의대생의 미래를 여는 투쟁"이라며 "동시에 국민건강을 지키는 투쟁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반드시 이기는 투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서울시의사회를 포함한 의료계는 모두 일치단결해 국민건강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의사‧예비의사가 당사자, 2차 파업 3일간 예정…“세계 최고 의료환경 건들지 말라”
미래의료를 책임져야 할 젊은의사들의 외침도 이어졌다. 이들은 의사를 공공재로 치부하며 소모품과 동일시하는 정부 태도를 비판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교과서 사는데 십 원 한 푼 보태준 적 없는 정부가 이제는 의사들 보고 ‘공공재’ 라 부른다. 의사를 맨홀 뚜껑 정도의 소모품과 동일 시 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고 그들이 의료계를 망쳐놓는 것은 이제 시작이라고 확신한다”며 “어떤 분야든 손만 대면 엉망진창을 만들어 놓는 정부에게 세계 최고수준의 대한민국 의료만큼은 제발 건드리지 말라고 명령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코로나 전사들, 의료진 덕분에’라며 추켜세우다가 이제와 내팽쳐치고 있다. 파업을 하면서도 병원에 남아 묵묵히 환자 곁을 지키는 사람은 선배의사들인데 정부는 자신들이 대체인력을 준비했다가 ‘투입’ 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조승현 의대협 회장도 "가운을 입으며 국민의 건강과 의료계에 헌신하고자 마음 먹었다. 그런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아니다, 밀려나왔다. 그런 의료계를 정부가 절벽까지 몰아붙였기에, 학생까지 거리로 밀려나오게 됐다”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회원들은 우리의 목소리이자 우리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국시거부는 오늘 자정에 공지됐음에도 12시간만에 응답이 60%도 채 마무리 되지 않았음에도 전체 응시자의 50%에 육박한 인원이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며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젊은 의사들과 예비 의사들이 힘을 합쳐 의료계가 오롯이 설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번 파업 이후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을 시 3일간에 걸쳐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최대집 회장은 "오늘 총파업은 하루에 그치지만 오늘 이후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답변을 정부가 내놓지 않는다면 이번달 26, 27, 28 3일간에 걸쳐 제2차 전국의사 총파업을 단행한 후 무기한 파업으로 이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독단적인 4대악 의료정책 철폐를 위한 우리의 요구사항을 정부가 끝내 묵살한다면 더욱 강력한 투쟁에 들어갈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