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은 1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주최한 ‘의료 분야 리베이트 관행개선’ 공개 토론회에서 ‘성분명 처방’을 화두로 던졌다. 리베이트 토론회에서 난데없이 성분명 처방이 튀어나온 이유는 약사회가 여전히 리베이트에 따라 의사의 처방약 선택기준이 달라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약사회는 리베이트와 재고 문제로 성분명 처방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1층 약국에 있다 보면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2층 의원으로 올라가고 약이 수시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라며 “그러다 보니 제약회사들끼리 경쟁이 지나치게 심하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약사 입장에서 봤을 때 의사가 특정 약을 새롭게 쓰게 되면 전에 쓰던 약을 쓰지 못하게 된다”라며 “이때 남은 약을 인위적으로 팔 수 없어 불용재고(不用在庫) 약이 된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의료계는 생동성 시험 결과 제네릭의 약효 범위가 오리지널약의 80~120%에 이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한다"라며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불과하며 내년 10월부터 생동성 시험을 임상시험 수준으로 강화하면 성분명 처방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생동성시험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한 생체시험을 말한다. 이를 통해 동일 주성분을 함유한 두 제제가 인체 내에서 반응하는 생체이용률이 통계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의료계는 생동성 시험의 신뢰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식약처는 내년 10월부터 임상시험과 생동성 시험을 통합 관리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는 생동성 시험을 임상시험과 통합 관리해 제네릭의 안전성 평가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강 위원장은 "의약품 전 품목을 성분명 처방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품목에 한해 성분명 처방이 가능한 것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그는 “최대 5000억원에 이르는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의약품을 성분명 처방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라며 “불용재고약으로 500억원 이상의 국가적인 손실이 초래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제네릭은 신뢰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 제네릭을 임상시험과 연결시키면 성분명 처방이 가능해진다”며 “의협은 성분명 처방을 받을 수 있는지 공개적으로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는 보건복지부의 '글리벡' 급여 유지 정책을 보더라도 성분명 처방이 환자에게 위험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복지부는 올해 4월 리베이트로 적발된 한국노바티스의 약물 9개를 급여 정지했지만 오리지널약인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복용하던 환자들 때문에 급여를 유지했다.
의협 조현호 의무이사는 "약을 처방할 때 약마다 환자가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고 의사는 이를 매번 확인해야 한다"며 "재정 절감 문제가 아니라 국민건강이 우선이기 때문에 성분명 처방은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박재우 사무관은 "글리벡을 2, 3, 5년간 복용하던 환자가 갑자기 (제네릭으로)약을 바꾸면서 임상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어서 급여가 유지됐다”라며 “복지부는 성분명 처방 문제에 있어서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