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은 이달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령 소비자의 74.3%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개인적·국가적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노인 환자에게 복제약을 안내하고 성분명 처방이나 대체조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분명 처방은 의약품의 제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것이고, 대체조제는 의사의 처방약을 약사가 동일한 성분·함량·제형의 약으로 바꿔 조제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소는 국내 복제약의 경우 오리지널약에 비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동등하다는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아 복제약 처방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복제약의 효능을 생동성 시험으로 평가한다. 이 시험은 건강한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복제약과 오리지널약을 인체에 각각 투여해 진행한다. 그 다음 복제약을 오리지널약과 비교해 최고혈중농도 등이 신뢰구간 80~125% 범위 안에 들면 동등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2015년 9월 식약처의 의약품 품질검증사업 실시 결과, 15개 시험대상 품목 중 6개 품목이 제조단위간 동등성 기준을 벗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소는 "이 결과는 동일한 약인데도 효능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또 오리지널약은 7개 품목 중 단 1개만 기준을 벗어났지만, 복제약은 8개 품목 중 무려 5개가 동등성 기준을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현재 유통 중인 복제약을 수거해 오리지널약과의 생동성시험을 시행하면 상당수 복제약이 오리지널약과 동등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올해 4월 리베이트로 적발된 한국노바티스의 약물 9개가 급여정지되고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살아남은 것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글리벡’을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 처분으로 대체한 이유에 대해 "오리지널과 복제약은 개별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복제약) 비복용자가 (복제약으로) 약을 바꾸면 동일성분이라도 다르게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런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생동성시험을 시행하지 않은 복제약 간 대체조제에도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연구소는 “오리지널약과 비교해 A복제약은 80%로 통과되고 B복제약은 125%로 생동성 기준을 통과했을 때 오리지널약의 유효성분이 ±5%의 오차를 보인다”라며 “두 약품을 대체조제하면 최대 55%의 약효 차이가 나타날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분명 처방이나 대체조제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복제약가는 2012년 동일성분 동일약가 제도 도입으로 오리지널약과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연구소는 “성분명 처방이나 대체조제가 활성화가 된 나라들은 복제약 가격이 오리지널약의 20~30%에 불과하다”라며 “우리나라는 성분명처방이나 대체조제 활성화를 해도 건보재정 절감효과는 거의 없다”고 했다.
연구소는 “노인은 젊은층과 달리 만성질환으로 신장기능이 떨어졌다"라며 "약물이 배설되지 않은 상태로 체내에 축적돼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했다. 이어 “의사들은 노인의 연령과 여러 장기 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약을 처방하고 있다"라며 "소비자원의 성분명 처방이나 대체조제 주장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소비자원은 고령소비자의 약값 부담이 우려된다면 건강보험이나 세금에서 추가로 지원하라고 주장해야 한다”라며 “성분명 처방이나 대체조제를 활성화하면 노인 환자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