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상대로 실시한 의대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 의료계가 분노하고 있다.
현재의 자연 증가만으로도 조만간 OECD 평균에 도달하는 상황에서 저출산을 고려하지 않은 의대 정원 확대는 '이공계 블랙홀' 현상을 무한정 키울 뿐이라는 주장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여론 조성용 의대정원 수요조사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했다.
대개협은 해당 조사가 본질적으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사 숫자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 각 의과대학이 돈을 받고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교육 서비스 희망 매출 조사에 더 가깝다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수요조사는 국민 주택 수요 조사를 건설사에 얼마나 짓고 싶은지 물어본 격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2000명~4000명의 숫자를 마치 필요한 의사 숫자로 호도, 대서특필하고 정책적 기준으로 삼으려는 이유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의대 정원 확대가 우리 사회에 미칠 부작용으로 '의대 블랙홀'을 지적했다.
2022년 출생한 신생아 수가 24만9000명인 상황에서 현재의 의대 정원을 유지만 하더라도 2022년생의 81.4명 당 1명이 의대에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의대 정원을 정부 추산 최대치인 7058명으로 계산하면 35.2명당 1명이 의대에 입학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개협은 "물론 의료라는 것이 고용 창출 효과도 크고, 인접 산업으로의 파급도 무시할 수 없는 산업이다. 하지만 소위 반도체와 자동차를 주력 수출품으로 삼는 우리나라에서 이공계가 아닌 의대생들만 길러낼 수는 없다. 의대 정원 확대는 우수한 이공계 인력들을 빨아들인다는 '의대 블랙홀'을 무한정 키울 뿐이다. 의대 정원을 늘릴 것이라는 소식만으로도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다시 의대 입시에 매달리겠다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거짓 소문이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밝혔다.
대개협은 "대한민국의 의사 수는 현재의 자연 증가만으로도 조만간 OECD 평균에 도달한다. 시기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이 아니라 감원을 이야기해야 할 때이다. 심지어 인구감소를 따지지 않고도 그러하다.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를 살리고자 한다면 10년 후에 어찌 될지 불분명한 의대생 정원을 늘릴 것이 아니라, 지금의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에 재정을 투입하고, 진료환경을 개선하기만 해도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선거용 표심잡기를 위해 남발하는 무책임한 정책보다는, 깊이 있고 면밀한 계획으로 보건의료의 백년대계를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