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요양병원발 코로나19 확진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퍼지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요양병원 관계자들은 거점요양병원 지정에 따른 문제점 해결과 확진자 전원 방침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거점병원 지정에 따른 부족한 인력 문제부터 기존 직원들의 이탈문제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1월 중순으로 예정된 거점병원 지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집단감염의 경우 요양병원에 확진자를 남겨두고 비접촉자를 내보는 정부정책에 대해서도 코호트 격리 과정에서 붉어진 문제들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요양병원 사망자 12월만 99명...거점요양병원 지정
전국 요양병원이 코로나19로 몸살을 겪고 있다. 4일 기준 광주 효정요양병원에서만 6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앞서 부천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 최초 6명의 확진자 이후 160명이 추가로 확진됐으며 누적 사망자 수는 47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9일에는 하루 사망자 40명 중 70%인 28명이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정부가 이 같은 위험성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요양병원은 환자 대부분이 고령층인데다 기저질환을 갖고 있고 6인실 등 다인실이 많아 감염관리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애초 지난 1차 유행 당시부터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요양병원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하고 방역 강화를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들은 방역관리자를 지정하고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해 시설 내 방역 관리를 진행토록했다. 또한 요양병원 면회를 제한하고 한시적으로 '요양병원 감염예방·관리료'도 신설됐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요양병원의 피해를 막지는 못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12월 한달동안 요양병원에서 나온 확진자는 996명으로 사망자는 99명에 이른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3일 ‘요양병원 긴급 의료 대응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전담요양병원을 지정하고 확진자를 전원받은 병원에 대해선 손실보상액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전국 요양병원 종사자에 대한 PCR 검사 주기를 기존 2주에서 1주로 단축하고 고위험지역을 다녀온 종사자는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해 음성이 확인돼야 업무에 투입될 수 있다.
확진자가 대규모로 나올 경우 비접촉자를 다른 요양병원으로 전원 조치하고 남은 확진 환자들의 위한 의료 인력 투입 방안도 마련됐다. 반대로 확진자 규모가 적은 경우는 확진자를 중증도에 따라 전담요양병원이나 중증전담 치료병상으로 이송하고 남은 비확진자는 밀접접촉자와 비접촉자로 나눠 관리하도록 했다. 현재 경기도와 인천은 이미 전담요양병원이 1개소씩 지정된 상태로 광주도 조만간 전담요양병원이 개소될 예정이다.
정부 대책은 나왔지만 우려는 여전…거점요양병원 지정 등 지연 가능성 높아
그러나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여전히 우려가 나온다. 현재 가장 큰 우려를 사고 있는 부분은 신속한 확진자 전원 체계다. 거점요양병원 지정에 따른 부가적 해결사안이 많아 시간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은 "지금이라도 대책이 나왔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부의 발표 내용을 보면 신속하게 이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거점요양병원을 권역별로 만들기 위해선 제도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거점요양병원으로 지정될 경우 구체적인 보상문제부터 시작해 인력문제, 기존 직원들의 이탈문제 등 당장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며 "당장 확진자가 나오면 신속한 이송과 인력이 필요한데 의료인력과 간병인 등 모집자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구마를 캐면 줄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나오듯, 요양병원을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 지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1월 중순까지 (거점병원 지정이) 완료될 것이라고 했지만 현 상태로는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요양병원 집단감염의 경우 확진자를 그대로 두고 비접촉자를 전원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기존 코호트 격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재현될 수 있다는 논리다.
손 회장은 "요양병원에선 음성자를 관리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 확진자를 남겨두게 되면 기존 코호트 격리에서의 일이 반복될 수 있다"며 "어느 정도 선까지를 집단감염으로 볼 수 있을지 기준을 정하는 것도 애매하다. 지금은 준비가 되지 않아 확진자도 못빼고 있는 상황이라 확산이 더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기존 요양병원 체계 자체의 문제도 지적됐다. 자체적인 감염관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코호트 격리로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2명의 확진자가 나왔던 서울에 위치한 요양병원 원장 B씨는 "우리나라 요양병원 정책상 1~2인실보다 다인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며 "상급 병실료 보험도 2인실, 필요한 경우 1인실까지 확대되는 마당에 요양병원은 오히려 문케어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염관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근본적 원인은 해결하지 않은 채 1차 유행 이후 정부는 각 병원들에게 알아서 감염관리를 하도록 맡겨두고 있었다"며 “확진자가 나와도 병상 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지금까지는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으로 유지됐지만 이제부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