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중인 의사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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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컴퓨터 모니터 안에서 미소를 띠고 있는 저 환자는 진짜 웃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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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가 잡아내지 못한, 마우스를 만지작거리는 환자의 손목 상처*는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
*우울증 환자의 진료에 있어서 자살 시도 및 의지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항상 의지를 확인하고 자살 흔적은 없는지 검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에 대한 정신과 의사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정부가 허용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범주인 만성질환에 정신질환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대화를 통해 '모든 증거'를 입수해야 하는 과의 특성상 대면 진료가 매우 중요한데도, 많은 사람들은 면담을 '말이나 주고받는 행위' 정도로 인식한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동료 의사조차 영상의학과와 더불어 (원격진료에) 가장 적합한 과라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정신보건 영역에서의 원격진료의 현황과 대책'이라는 주제로 신경정신의학회가 5일 마련한 춘계학술대회 심포지엄에서다.
정신건강의학과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이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내용은 전문과에 상관없이 꽤 '보편적인' 내용도 담고 있어 소개한다.
1인 GDP 3만달러를 코앞에 둔 국민, 그들의 정부 수준 그리고 의료
원격의료는 진료형태의 ‘플랫폼’을 완전히 바꾸는 모험적인 도구다.
충분한 이론적, 재정적 고려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연자들이 소개한 해외 원격의료 모습, 그와 비교한 국내 시범사업의 모습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원격의료 전문가들(보건복지부 포함)을 인터뷰한 김지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는 "원격의료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계의 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라든지, 확실한 기대효과나 보건효과에 대한 에비던스(증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보건복지부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고 객관적인 정보가 없었다"며 아쉬움을 피력하고, "사회적인 합의 도출을 이루려면 보건복지부가 얘기하는 효과에 대한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임미래 전문의(성안드레신경정신병원) 역시 미국의 원격의료 임상가이드를 일일이 열거하며 "(미국에서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보건복지부에서 이런 구체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임 전문의는 이어 "시범사업의 특수성도 문제다. 시범 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국가에서 전액을 지원해줘서 실제 벌어질 일*에 대해선 고민이 없다. 비용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라며 현실과 다르게 운영되는 시범사업을 우려했다.
*연자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는 원격의료 장비에 대한 병원이나 환자 지원은 없다고 못박았다고 한다.
법적인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서용진 전문의(용인정신병원)는 "법무부에서 서울대병원과 같이 하는 구치소 원격의료 프로그램에서는 처방약이 구치소 인근 약국에 없을 경우, 등기로 처방약을 보낸다고 했는데 이것은 현행법상 위법이다. (시범사업이지만) 법무부가 위법하고 있는 셈"이라고 폭로했다.
실제와 다른 모습으로 게다가 위법까지 해가면서 시범사업을 서두르는 정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부가 이해하는 의료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안정성 검증 부족한 채로 시작한 '의료 베타 테스트'
'의료 역시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그것의 편의를 높이는 것은 중요하다.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국민에게 접근성을 높이자는 취지를 반대하는(혹은 반대할 명분을 갖는) 의사는 없다. 의료의 질을 떨어트리지 않고 안정성만 담보된다면 말이다.
임미래 전문의는 "시범사업을 하는 의사들이 원격의료를 하면서 뭐라고요? 뭐라고요? 라는 말을 자주 묻는다고 한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원격의료) 면담의 질이 떨어진다. 언어 외적인 부분이 거의 전달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감이나 이런 것은 전달이 안된다"는 의사들의 호소를 전했다.
정신과에서 면담은 진단 과정임과 동시에 치료 과정*이어서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환자에게 '많이 힘들었겠네요'라는 지지를 해주는 것은 전문과에 상관없이 중요하지만, 정신과 영역에 있어서는 상상 이상으로 훨씬 더 중요하다. 그 한마디가 실제 치료가 될 수도 있다.
서용진 전문의는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도입과정에서는 문제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만약 그대로 진행될 경우 임상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히고, "시범사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원격의료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를 선정해서 기술중심이 아닌 과정과 효과중심의 모델을 만들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합리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의사에게 안정성에 대한 확립된 의학적 증거 없이 의료 정책을 실행하라고 하는 것은 의사 본인의 정체성을 버리라고 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얼마 전 모 방송국은 의사의 '대리 처방'에 관한 뉴스를 방송한 바 있다. 그 주제에 관한 어긋난 핀트*는 뒤로 하고, 그 기사가 우리에게 던져준 의미는 다른 곳에 있지 않나 싶다.
*이 기사는 며칠 후에 다루도록 하겠다.
의사와 환자의 대면을 방해하고 환자의 현실(Reality)을 바라보는 의사의 눈을 왜곡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사람(대리 처방)이든 사물(원격 진료)이든 의료의 안정성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료적 안정성은 '편의 증대'라는 명분과 맞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