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제38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2023)가 코로나19 회복 후 3년만에 완전한 성황을 이뤘다.
기존 KIMES는 의료기기기업이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의료IT기업 중심의 디지털 기술이 한층 더 의사들과 의료계 오피니언 리더층으로부터 주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GE헬스케어, 필립스, 지멘스, 삼성메디슨 등 전통 의료기기 기업들은 부스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참가를 하지 않은 반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화려하게 부스를 꾸미면서 미래 헬스케어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메디게이트뉴스가 의료전문가들과 함께 둘러본 KIMES 2023에서 관심을 받은 품목은 클라우드 EMR, 인공지능, 환자 위험 예측 솔루션, 비대면진료, 디지털 치료기기 등이다.
클라우드EMR, 의사와 환자 진료정보 연결 PHR로 간다
우선 클라우드EMR(전자의무기록) 스타트업들이 KIMES에서 의사들로부터 가장 호평을 받았다. 관건은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EMR과 연동을 통해 데이터 이동이 가능한지와 제품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다.
세나클소프트는 2021년 1월 클라우드EMR 서비스 ‘오름차트’를 출시했다. 현재까지 내과계열을 중심으로 검진까지 연동해 100곳이 안 되는 의원급 의료기관 고객을 유치한 상태다. 올해 안으로 EMR과 환자를 연결할 수 있는 PHR(개인건강기록) 앱까지 출시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메디블록은 2021년 9월 웹 기반 클라우드EMR ‘닥터팔레트’를 출시한데 이어 병원 매출 분석과 경영리포트 기능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했다. 또한 실손보험 청구앱 ‘메디패스’와도 연동돼 환자들의 진료 정보를 앱에서도 볼수 있게 했다. 현재까지 100곳의 의료기관과 계약을 체결하고 60곳에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부스를 둘러본 의사들은 클라우드EMR의 사용성과 편의성을 중심으로 세나클소프트의 사전 심사청구 기능을 칭찬했고, 메디블록의 쌍방향 사전문진 기능도 호평했다.
서울ND의원 박민수 원장은 “앞으로 의사와 환자의 진료정보가 서로 연결되는 클라우드EMR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본다”라며 “데이터가 하나로 연결되면서 의사는 환자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환자에게 다시 이득으로 건네줄 수 있는 형태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숨내과 김용성 원장은 “사용하기 편한 편의성과 차별화된 UX·UI를 통해 EMR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고 느낀다"라며 “젊은 의사들로부터 호응이 좋을 것이고, 앞으로 클라우드EMR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비뇨기과 두진경 원장은 "환자가 스마트폰에서 입력한 사전문진이 EMR에 자동으로 전송되면 이를 환자의 스마트폰에서 그대로 볼 수 있고 의료기관에선 데이터 형태로 쌓을 수 있다. 환자와 의사 간 양방향으로 정보 공유를 할 수 있는 기능이 클라우드EMR에서 가장 편리해진 점이라고 본다”라며 “다만 의사, 기업, 환자 사이에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이슈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의생명정보학과·응급의학과 이재호 교수(대한환자안전학회장)는 "데이터 활용에 대한 기대로 의원급 EMR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라며 "일부 제품은 환자 정보 확인을 위한 기본을 지키지 않거나, 처방 오류 확인 등의 기능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어 EMR 인증제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으로 진단 보조나 위험도 예측 솔루션 제시
웨이센은 위 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의 진단 보조하는 AI '웨이메드 엔도(WAYMED Endo)'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2등급 의료기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검진센터의 데이터셋 30만장을 토대로 만들었으며, 내시경을 수행하는 의사들에게 진단 보조 역할을 한다. 1차 의료기관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검진센터 데이터셋으로도 별도의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세종충남대병원 기획조정실장 김현정 교수(피부과)는 “숙련되지 않은 의료진을 위한 내시경 진단 보조나 교육, 실습 등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라며 “다른 한편으론 이미 내시경 검사가 끝나거나 해당 부위 확인이 지나간 상태에서 뒤늦게 위험성을 알려준다면 숙련도가 높은 의사들에게는 불편하거나 시간이 더 소요된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뷰노는 지난 1월 심전도 측정 의료기기와 혈압계, 체온계 등 가정용 의료기기 3종과 건강관리 모바일 앱으로 구성된 만성질환 관리 브랜드 ‘하티브(Hativ)’를 선보였다. 일반인들에게 B2C 브랜드를 알려 인공지능의 수익성을 제품으로 증명해 보겠다는 의지로 기존 인공지능 솔루션이 아닌 '하티브' 브랜드만 전시했다.
하티브 P30은 심전도 데이터를 분석해 정상동리듬, 심방세동, 서맥, 빈맥 등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가정용 심전도 측정 의료기기로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증을 획득했다. 이 제품은 전자혈압계 ‘하티브 BP30’과 귀적외선 2in1 체온계 ‘하티브 TP30’와 함께 각각 모바일 앱 ‘하티브케어’를 통해 기록, 관리할 수 있다.
메쥬 ‘하이카디’는 가슴에 부착하는 패치형 의료기기로, 웨어러블 바이오센서로 측정된 심전도, 심박 등의 생체신호는 클라우드로 전송된다. 의료진이 병실에 입원한 환자를 상대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 이 제품은 별도의 모니터링 수가를 가지고 있고, 동아에스티가 유통을 맡아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50개 병원에서 사용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호 교수는 “병원에서 일반 병동, 또는 수술 후 환자 모니터링을 할 때 사용한다면 위험을 감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제품을 사용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임상적인 효과에 대한 비교분석이 명확해야 의사들로부터 보다 도입 의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시작한 비대면진료·디지털치료기기...결국 제도와 수가의 문제
굿닥은 삼성전자 스마트TV와 연동해 비대면진료를 선보였다. 환자가 TV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상담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비대면진료는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원회에서 계류됐다. 만약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기능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에임메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혁신의료기기 특별홍보관을 통해 1호 디지털 치료기기로 국내 허가를 받은 불면증 치료기기 '솜즈'를 홍보했다. 같은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한 웰트의 '필로우Rx' 역시 2호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현정 교수는 “신기술은 결국 수가의 문제이고, 의사들에게 이득을 주면서 산업계도 살리게 하려면 어느 정도 수가를 열어줘야 한다”라며 “수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기술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기업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두진경 원장은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수가를 디지털화한 다음 의사들에게 편리함을 주면서도 이득을 주는 제품이어야 한다”라며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의사를 불편하게 하거나 의사들이 받는 수가를 줄인다면 널리 쓰이기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