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가 2026년부터 본격화되는 특허 절벽(Patent Cliff) 시대를 앞두고 차세대 파이프라인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기술이전, 파트너십 등을 통해 공백을 메울지 주목된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세계 3대 암 학술대회로 꼽히는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대회(AACR 2026)'가 오는 17일부터 22일(현지 시각)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된다. AACR은 전임상과 초기 임상 연구 결과가 대거 공개되는 자리로, 참가 기업들은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이전(L/O) 및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색하는 중요한 기회로 삼는다.
이번 행사에는 한미약품, HLB, 유한양행, 루닛, 알지노믹스, 리가켐바이오 등 한국 기업이 다수 참가해 실제 환자 대상 임상 데이터와 AI·RNA 등 차세대 플랫폼 기술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던 주요 면역항암제들의 특허가 잇따라 만료되면서 빅파마들의 대규모 매출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머크(MSD)의 키트루다를 비롯해 BMS의 엘리퀴스·옵디보, J&J의 임브루비카 등 메가 히트 제품들이 2026~2030년 사이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성공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기술거래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번 학회가 국내 기업과 빅파마 간 계약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론을 넘어 실전으로…고형암·RNA 치료제 등 인체 임상 데이터 공개
이번 학회에서 HLB이노베이션의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는 고형암 대상 CAR-T 치료제 'SynKIR-110'의 미국 임상 1상(STAR-101) 중간 결과를 핵심 세션인 '플레너리(Plenary)'에서 구두 발표한다. 인체 임상 데이터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ynKIR-110은 베리스모의 독자 플랫폼인 'KIR-CAR'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치료제로, 기존 CAR-T 치료제의 한계인 '세포 탈진(T-cell exhaustion'을 극복하도록 설계됐다.
HLB 자회사 엘레바 역시 FGFR2 표적 항암제 '리라푸그라티닙'의 FGFR2 선택성을 기존 범FGFR(pan-FGFR) 저해제와 비교한 분석 결과를 공개한다. 리라푸그라티닙은 지난 1월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 GI 2026)에서 글로벌 임상 2상 데이터를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을 완료한 임상 2상 결과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알지노믹스는 텔로머라제(hTERT) mRNA를 표적하는 항암 유전자치료제 'RZ-001'의 간세포암 임상 1b/2a상 중간 결과를 구두 발표한다.
RZ-001은 암세포 사멸 유도와 면역세포 침윤 촉진, 면역항암제 반응성 제고 등 복합 기전을 겨냥한다. 2024년 1월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으며, 지난해 2월에는 '패스트트랙'으로 추가 지정됐다.
또한 회사는 AACR 무대를 자사의 RNA 트랜스 스플라이싱 기술이 실제 사람에게서 개념입증(PoC)을 확인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임상 시험대로 보고 있다. 알지노믹스 관계자는 "이번 AACR 발표는 RZ-001의 임상 중간결과 공개도 관심사지만, 알지노믹스의 RNA 트랜스 스플라이싱 기술이 임상에서 개념증명(POC)을 확보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첫 시험대"라며 "단일 파이프라인을 넘어 플랫폼 기술의 임상적 검증 여부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엠비디엑스는 난소암 환자의 PARP 저해제 유지요법에서 전엑솜염기서열분석(WES) 기반 상동재조합결핍(HRD) 지표 연구를 구두 발표한다. 서울대병원과 공동 진행한 연구 결과, 아이엠비디엑스의 WES 기반 조직·혈액 통합 분석 패널 '캔서프로파일러'로 산출한 HRD 지표가 PARP 저해제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강력한 독립적 예후 예측 인자임이 확인됐다.
이는 전량 해외 검사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난소암 진단 환경에서 고가 비급여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회사는 향후 환자의 검사 접근성을 높이고 적기 치료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외에도 아이엠비디엑스는 액체생검 프로파일링 패널 '알파리퀴드100'을 활용한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연구를 포스터 발표한다.
진화하는 ADC·이중항체…독성 해결과 병용 시너지 확인
이번 행사에서는 ADC와 이중항체 성과도 대거 공개된다. 특히 한미약품과 동아에스티는 총 9건의 연구성과를 발표해 눈길을 끝다.
한미약품은 ▲EZH1/2 이중저해제(HM97662) ▲선택적 HER2 저해제(HM100714) ▲SOS1-KRAS 상호작용 저해제(HM101207) ▲EP300 선택적 분해제 ▲STING mRNA 항암 신약 ▲p53-mRNA 항암 신약 2건과, 북경한미약품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4-1BB x PD-L1 이중항체(BH3120) ▲B7H3 x PD-L1 이중항체 ADC(BH4601) 등 총 8개 신약 후보물질에 관한 연구 결과를 포스터로 발표한다.
특히 북경한미약품의 이중항체 플랫폼 '펜탐바디'를 적용한 BH3120의 체내 작용 기전과 B7H3 x PD-L1 타깃 이중특이적 ADC 'BH4601'의 약리 활성은 최초 공개된다.
동아에스티는 자체 개발중인 PARP7 저해제, HK이노엔과 공동 개발한 EGFR 표적 단백질 분해제, 앱티스와 공동 개발중인 이중항체 ADC 등 다양한 기전의 비임상 항암제 연구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이중항체 ADC 항암제 관련해서는 5건의 포스터를 발표한다. 구체적으로 ▲CLDN18.2 타깃 ADC DA-3501(AT-211)의 면역 매개 항종양 활성 및 면역항암제 병용 가능성 평가 ▲요로상피암 및 폐 편평상피암 치료를 위한 면역관문 억제와 표적 세포독성을 결합한 NECTIN4와 PD-L1 이중항체 ADC ▲eKiH 기반 CLDN18.2와 HER2 이중항체 ADC를 통한 위암 종양 이질성 극복 ▲eKiH 기반 HER2와 AXL 이중항체 ADC를 통한 고형암 내성 극복 ▲개선된 이종이합체화 플랫폼과 정밀 페이로드 접합 기술을 적용한 이중항체 ADC를 통한 이질적 종양 최적 표적화 등을 소개하며, 이는 앱티스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동아에스티와 앱티스는 이번 발표를 통해 항암제 분야에서의 연구 역량과 플랫폼 기술 경쟁력을 글로벌 무대에서 입증하고, 다양한 파트너십 기회를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 'ABL206(NEOK001)'과 'ABL209(NEOK002)'의 비임상 데이터를 포스퍼 발표한다.
두 파이프라인의 임상 및 글로벌 개발 권리를 보유한 네옥 바이오(NEOK Bio)는 FDA로부터 임상 1상을 위한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승인 받은 후, 빠르게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ABL206(NEOK001)은 B7-H3과 ROR1을 동시에 표적하고, ABL209(NEOK002)는 EGFR과 MUC1을 겨냥한다. 두 파이프라인 모두 토포이소머레이스 I 억제제(Topoisomerase I inhibitor) 기반 페이로드(Payload)가 적용됐다. 회사는 이번 발표를 통해 기존 단일 표적 ADC 대비 우수한 효능과 영장류 독성시험에서의 양호한 내약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리가켐바이오는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로 개발 중인 차세대 BCMA(B-cell maturation antigen) 표적 ADC 파이프라인 2종 'LCB14-2524'와 'LCB14-2516'의 연구 결과를 공개한다.
LCB14-2524는 항체 의존성 세포 독성(ADCC) 기능을 강화한 항체에 리가켐바이오의 차세대 LBG(β-glucuronide) 링커를 적용하여, MMAF 페이로드를 결합한 약물이다. LCB14-2516은 안전성을 높인 항체에 독자 개발 페이로드인 PBD prodrug를 장착하여 치료 효능을 극대화했다. 두 물질 모두 전임상 단계에서 대조군인 블렌랩과 비교했을 때 월등한 세포 독성 및 효능을 입증했다.
이들은 최근 다발성 골수종 치료 시장에서 지적되는 블렌랩(Blenrep)의 안구독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플랫폼 'ConjuAll'을 활용해 효능은 극대화하고 독성은 최소화했다는 특징은 가진다.
지놈앤컴퍼니는 ▲신규 타깃 CNTN4를 표적하는 ADC 치료제 'GENA-104 ADC' ▲신규 타깃 ITGB4를 표적하는 ADC 치료제 'GENA-120' ▲ITGB4와 TROP2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 ADC 'GENB-120'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포스터 발표한다.
GENB-120은 기존 TROP2 단독 표적 ADC의 한계를 보완하는 이중항체 ADC로, 이번 학회에서 처음 공개된다. 이는 ADC 개발 전략이 단일타깃을 넘어 이중항체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차세대 파이프라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AI로 예측하고, 진단과 치료를 한 번에 해결
루닛은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6편의 초록을 발표한다. 특히 이번 학회에서는 유방암, 비소세포폐암 등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개 공개된다.
구체적으로 ▲전이성 유방암에서 HER2 저발현 정량 분석을 위한 AI 알고리즘 비교 ▲비소세포폐암에서 c-MET 발현과 종양미세환경의 연관성 분석 ▲HER2 양성 전이성 대장암에서 병용치료 반응 예측 ▲비소세포폐암에서 종양침윤림프구(TIL) 정량 평가 및 면역항암제 반응성 분석 ▲대규모 면역조직염색(IHC) 이미지 기반 단백질 공동발현 쌍 발굴 ▲간암 환자 대상 약물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 연구 등이다.
이들 연구는 AI를 활용해 암 조직 내 미세환경과 단백질 발현을 정밀 분석하고, 치료 반응 예측과 신약 개발에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회사는 이를 통해 AI 바이오마커가 환자 맞춤 치료를 결정하는 핵심 도구임을 입증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은 NTSR1 표적 방사성 의약품(RPT) 치료제 'SKL35501'과 영상진단제 'SKL35502'의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회사는 치료제와 진단제를 동시 개발하는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전략을 제시한다.
SKL35501은 알파핵종 악티늄-225 기반 NTSR1 표적 치료제로, 인간 대장암 세포주 HCT116 모델에서 높은 종양 선택성과 장기 체류 특성을 보였다. 이는 투여 24시간만에 31%ID/g에 달하는 높은 종양 축적을 보였으며, 이러한 표적 선택성은 168시간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또한 단회 투여만으로 용량 의존적인 종양 성장 억제 효과가 나타났으며, 모든 용량군에서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생존 연장이 확인됐다. 일부 용량군에서는 종양 크기 감소가 확인됐다. 비표적 장기에서는 약물이 빠르게 제거되는 양상을 보여,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SKL35502는 HCT116 모델에서 혈액 대비 약 22배 높은 종양 노출도를 보이며 높은 민감도를 입증했으며, 투여 96시간 후 총 투여 방사능의 84.12%가 배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이는 종양에서는 높은 신호를 유지하면서도 비표적 정상 조직의 잔류 부담을 낮출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이를 통해 NTSR1 양성 종양에 대해 진단과 치료를 연계하는 테라노스틱스 전략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약 개발사로의 도약을 알리는 첫 파이프라인 'SBE303(Nectin-4 ADC)'의 전임상 데이터를 최초 공개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항암 유전자치료제 'KLS-3021'의 두경부암 전임상 데이터를 통해 단 1회 투여만으로도 우수한 종양 억제 효과를 확인한 결과를 발표하며,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KNP-101'의 반복투여 시 전신 독성 최소화 근거를 공개한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네수파립'이 BRCA 변이 여부와 관계없이 췌장암 모델에서 종양 크기를 79% 감소시킨 시너지 데이터를 공개하며 파이프라인 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