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환자가 양성애자였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원숭이두창 발병 이후 최대 38.6°C 발열을 수시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동성간 성접촉이 최근 유행 중인 원숭이두창 발생 기전 중 한 가지 주요 가설이라고 강조하면서 원숭이두창의 정의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천의료원 김진용 감염내과 과장 연구팀은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환자의 증례보고를 오는 11일 대한의학회지(JKMS)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직경 7mm 무통증 성기궤양 발견…5일부터 황반 발진 퍼져
보고에 따르면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환자 A씨는 30대 한국인 남성으로 지난 6월 21일 인천공항에 도착했으며 입국 3일 전부터 두통을 경험했고 도착 당일 피부 병변이 발견됐다.
A씨는 양성애자였으며 관련 병력은 없었다. 지난 6월 1일부터 21일까지 독일을 방문했다. 입국 당일 의료진에 의해 피부 병변을 발견할 때까지 A씨는 자신의 발병 사실을 알지 못했다.
1일차 인천의료원에서 검진을 받던 중 A씨의 얼굴에서 검은 껍질로 뒤덮인 구강 침식성 병변이 발견됐고 허리와 하복부에 작은 구진이 흩어져 있었지만 수포나 농포 분출은 없었다.
특히 직경 7mm 정도의 통증이 없는 성기궤양이 발견됐으며 오한과 인후통, 최대 38.6°C의 주기적인 발열을 경험했다. 입원 5일째부턴 홍반성, 황반 발진이 허리에 나타나 사지를 포함해 몸통 전체로 퍼졌다. A씨의 혈액 전해질과 포도당 수치, 간 및 신장 기능 검사는 정상이었다.
주요 증상이 성병과 비슷, 대부분 동성 성관계 남성…"진단 기준 바꿔야"
의료진은 A씨의 성기궤양에 주목했다. A씨가 일반적으로 예전에 원숭이두창에서 발견되는 특징적인 수포나 농포 분출, 발진 대신 생식기 병변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증례보고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원숭이두창의 특이한 점이다. 앞서 지난 1일 런던의 첼시&웨스트민스터 병원 등 연구진이 란셋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원숭이두창의 정의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유럽과 미국 등에서 유행하고 있는 원숭이두창의 경우 매독이나 헤르페스 같은 성병과 증상이 비슷해 놓치기 쉬운 데다, 성기와 항문 주변 병변이 많고 열은 오히려 덜 나는 등 진단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런던의 성 건강 관련 병원에 내원한 환자 54명을 대상으로 원숭이두창 감염을 확인했는데 그 결과 원숭이두창 감염사례가 60%에 달했으며 모두 동성과 성관계를 한 남성들이었다.
이에 대해 김진용 과장 연구팀은 "원숭이두창은 일반적으로 특징적인 발진을 일으킨다. 그러나 2022년 5월 이후 아프리카 이외 발병 지역에서 원숭이두창이 유행하는 동안 일부 환자들은 일반적인 발진이 없는 생식기 병변을 보였다"며 "특히 대부분의 사례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남성간 성관계 사례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팀은 "이에 따라 최근 유행하는 원숭이두창 발생 기전의 주요 가설은 성행위 중 밀접한 접촉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원숭이두창 초기 임상 결과는 메독, 헤르페스, 림프육아종 등 일부 성병 감염과 유사하다. 이 경우 전구증상으로 성기궤양이 발견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2일 A씨가 원숭이두창 최종 양성 판정이 되면서 위기상황 분석‧평가 후 위기경보 단계 ‘주의’로 상향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를 가동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