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사직 선언으로 신생아중환자실(NICU) 위기를 공론화했던 전북대병원 신생아과 김진규 교수가 병원에 복귀 의사를 밝혔다. 지난 6월 말 분만 인프라 정책 포럼에서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지 한 달여만이다.
김 교수는 5일 메디게이트뉴스와 통화에서 “가족들이 걱정이 많다. 특히 큰 딸은 ‘저한테 아빠는 하나뿐인데 건강이 잘못되면 어떡하려 하냐’고 했다”며 “무리하지 말라고 하는데 사실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김 교수는 사직 선언 직전까지도 주 90시간 근무, 50시간 연속 당직 등 격무에 시달려왔다.
그는 이날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사고 이력 공개 제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은 의료인의 의료사고 이력을 공개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 검토에 나서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고 이력만으론 환자 중증도∙의료진 진료량 알 수 없어
김 교수는 의료사고 피해 환자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의료사고 이력을 공개하는 방식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밤을 새워가며 5000명의 초미숙아를 살린 의사에게 한 건의 진료상 과실에 대한 확정판결 이력이 있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50명의 미숙아를 진료한 의사에게 사고 이력이 없다고 해서 후자가 더 안전하고 좋은 의사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사고 이력만 공개하면 환자의 중증도와 의료진의 진료량은 드러나지 않고, 고위험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한 의사만 불리해질 수 있다”며 “중증환자를 많이 진료할수록 의료사고와 형사책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필수의료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젊은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단 한 번의 과실이 공개돼 장기간 낙인으로 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젊은 의사들이 산과∙신생아∙응급∙중환자 분야를 선택하지 않게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모자의료의 위기와 관련해서는 ▲낮은 진료수가와 경제적 보상 ▲의료사고 및 법적 분쟁 부담 ▲고강도 노동과 야간∙휴일 당직 부담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으며 다양한 정책을 제안했다.
그는 “정부가 중증·권역 모자의료센터를 중심으로 신생아 수가와 지역 수가를 인상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한 점은 환영한다”면서도 “수가 인상만으로는 현재의 심각한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생아 의사를 늘리려면 먼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늘어야 하지만, 지금은 젊은 의사들에게 전문의가 된 이후의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대학병원뿐 아니라 상당수 전문의가 진출하는 개원가까지 어려워지면서 소아청소년과 전체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소아과 위기, 수가 인상 외 별도 보상 필요
그는 “저출생으로 소아 인구와 진료량이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환자 수와 진찰 건수에만 의존하는 기존 수가체계를 유지하면 소아청소년과는 버틸 수 없다”며 “진료량 감소로 발생하는 수익 감소를 국가가 정책적으로 보전하고, 소아의료의 필수 기능을 유지하는 데 대한 별도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학병원에는 입원·응급·중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전문의의 인건비와 당직비를 지원하고, 산전상담과 출생 직후 처치, 보호자 면담, 퇴원교육 등 충분히 보상되지 않는 모든 신생아 진료행위를 수가화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개원가 진료에도 소아 연령가산과 중증도 가산, 지역가산을 확대해 일정 수준의 경영이 가능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수련 이후 대학병원에 남든 개원하든 안정적으로 진료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을 보여줘야 전공의도 다시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소아외과∙안과∙재활의학과 등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배후 진료과에도 연령가산과 중증도 가산을 적용해 소아의료 생태계 전체를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생아 전문간호사 등과 업무분담체계 구축해야…신생아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 문제 해결 시급
전문의 양성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신생아 전문간호사∙PA 간호사와 업무분담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전문의는 고위험 환자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자는 취지다.
김 교수는 “미국의 신생아 전문간호사(NNP) 모델을 참고해 별도의 자격과 교육체계를 마련하고, 의사의 감독 아래 수행할 수 있는 업무와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NICU에서는 말초삽입중심정맥관(PCVC) 삽입을 PA 간호사의 허용 업무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PCVC는 목이나 가슴의 중심정맥을 직접 천자하는 성인의 중심정맥관과 달리, 말초정맥을 통해 도관을 중심정맥까지 넣는 시술이다. 그는 “실제 NICU에서는 숙련된 PA 간호사가 PCVC 삽입을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단순히 중심정맥관이라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신생아의 특수성과 현장 상황을 반영해 일정한 교육과 술기 인증을 받은 간호사가 의사의 판단과 감독 아래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사제와 관련해서는 단순 지역 의무복무가 아닌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수행과 연계를 제안했다. 또 수련비, 주거비, 연구비, 장기근속수당 등을 지원해 지역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숙아 영양 공급에 쓰이는 수액제인 '프라이멘10% 주사', 미숙아 저혈압 등에 사용하는 '코티소루주' 등 신생아 필수의약품의 공급 불안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신생아 치료제는 환자 수와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시장 논리만으로 안정적인 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신생아 필수의약품을 별도로 지정하고 적정 약가와 최소 생산량, 비축 재고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내년에도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은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이상 개인이나 학회에게 조금 더 버텨달라고 요구해서는 해결이 요원하다”며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소아청소년과 한 과의 문제가 아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가의 안전망의 문제로 전공의 지원기간 전에 젊은 의사들이 마음을 바꾸고 소아청소년과를 포함한 필수의료로 유입될 수 있도록 긴급대책을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