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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명칭 사용, 원래 단체 권리침해" 인정...고등법원 환송

    2심 판결 이후 5년만에 단체 명칭 사용권 인정...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통합된 산부인과 의사회 기대"

    기사입력시간 2022-11-19 09:58
    최종업데이트 2022-11-21 10:57

    명칭사용금지 소송 판결문 일부. 자료=대한산부인과의사회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법원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명칭 사용금지 소송에서 명칭 중복사용을 허용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판결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원래의 단체와 새로 생긴 직선제로 인해 명칭이 같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두 개가 공존하는 가운데,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명칭을 바꿔야 할지 주목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7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제기한 명칭사용금지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가 패소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도록 판결했다는 내용의 판결문 전문을 공개했다.   

    이 사건은 원고인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회원들 중 일부가 2015년 10월 별개의 단체인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를 설립해 활동하면서 단체의 명칭으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의 금지를 요구한 소송이다.

    1심과 2심은 피고 단체가 원고와 같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원고의 명칭에 관한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非)법인사단도 인격권의 주체가 되므로 명칭에 관한 권리를 가질 수 있고, 자신의 명칭이 타인에 의해 함부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호받을 수 있다"며 원고의 고유 명칭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원고를 표상하는 명칭으로 오랜 기간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피고 단체가 동일한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외부 사람들에게 원고와 피고 단체를 오인 또는 혼동할 수 있게 했다. 피고 단체에게도 그러한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될 여지 등이 있다"라며 "피고 단체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원고의 명칭에 관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비법인사단의 명칭에 관한 권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결정했다.

    산부인과의사회 둘로 나눠져 명칭사용 금지 소송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997년 10월 25일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라는 명칭으로 창립됐고 2004년 11월 14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로 명칭을 개정,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일부 회원들이 직선제 방식으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 등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급기야 일부 회원들은 2015년 10월 11일 회원총회를 개최해 정관상 명칭을 대한산부인과의사회로 하는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를 설립했다.

    두 단체는 현재까지 별개의 단체로 운영되고 있고, 피고 단체는 원고와의 명칭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정관상 명칭 앞에 직선제라는 단어를 붙여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명칭 사용에 권리가 침해된다는 이유로 2017년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를 상대로 명칭사용금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원심은 "직선제라는 표현을 부가하고 제약회사 등 관련 업체, 유관기관, 정부기관, 정부기관, 언론 등에 원고와 차별성을 지속적으로 알림으로써 원고와 별개의 단체로 인정되고 있다. 또한 원고와 피고단체의 주된 수요자인 산부인과 전문의 등은 원고와 피고 단체의 분쟁 경위를 충분히 알고 있으므로 원고와 피고 단체를 구분해 인식할 수 있다"고 했다. 

    원심은 "피고 단체는 산부인과전문의 등으로 구성된 단체라는 것을 표기하기 위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피고단체를 원고와 동일한 단체인 것처럼 오인하게 할 의도에서 명칭을 사용하는 양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성명권은 개인을 표시하는 인격의 상징인 이름에서 연유되는 이익을 침해받지 않고 자신의 관리와 처분 아래 둘 수 있는 권리로서,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룬다"라며 "비법인사단도 인격권의 주체가 되므로 명칭에 관한 권리를 가질 수 있고, 자신의 명칭이 타인에 의해 함부로 사용되지 않도록 보호받을 수 있다"고 했다.

    동일 단체로 오인, 혼동으로 인해 권리 침해 소지 

    대법원은 "비법인사단의 명칭이 지리적 명칭이나 보편적 성질을 가리키는 용어 등 일반적인 단어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특정 비법인사단이 명칭을 상당한 기간 사용해 활용해왔다. 이에 따라 그 명칭이 해당 비법인사단을 표상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면 비법인사단은 그 명칭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대법원은 "피고단체가 동일한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외부인들에게 원고와 피고 단체를 오인 또는 혼동할 수 있게 했고, 피고단체에서도 그런 의도가 있다고 인정될 여지가 있다. 피고 단체가 자신의 성격이나 설립 목적에 따른 활동을 하기 위해 반드시 원고와 동일한 명칭을 사용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라며 "피고단체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원고 명칭에 관한 권리를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원고와 피고 단체에 속하지 않았던 의사들은 두 단체가 생긴 경위를 알기 어렵고 피고단체를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원고단체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것도 판결 이유에 해당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산하단체가 어떤 명칭을 사용할지 규정하지 않아 같은 명칭을 사용하지 않아도 됐다는 근거도 들었다.  

    이와 관련,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지난 2018년 고등법원 판결 이후 5년동안이나 대법원에 계류돼 오랫동안 명칭에 대해 많은 혼선이 있었던 점은 아쉽지만, 이제라도 대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한것에 대해 환영한다"라며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환송심에서도 현명한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 사건은 우리나라 법령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비법인사단 또는 단체의 명칭 사용권을 보호해 주는 첫 번째 사례로 그 의의가 매우 깊다"라며 "이번 판결이 오랫동안 분열됐던 산부인과가 통합된 산부인과의사회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