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을 행정기관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 의료계의 반발이 예고된다.
2일 법무부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출생 통보 제도를 골자로 하는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벌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4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아이가 출생한 의료기관의 장은 14일 이내에 출산모의 성명과 주민동록번호, 아이 성별과 수, 출생 연월일시 등을 시∙읍∙면장에게 통보하거나 7일 이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해야 한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다시 7일 이내에 시∙읍∙면장에게 송부해야 하며, 시∙읍∙면장은 출생신고가 됐는지를 확인해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출생자에 대해선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하게 된다.
법무부는 해당 법률 개정안의 취지에 대해 “현재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이 적지 않다”며 “이들은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 등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하거나, 취학연령이 됐음에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등 방치되거나 유기될 가능성이 비교적 높아진다. 신체적∙성적∙정신적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기준 의료기관 분만이 99.6%에 달하는 만큼 의료기관의 출생 사실 통보와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을 연계해 출생신고의 누락으로 인한 아동인권 침해 우려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출생 통보 의무를 지게 될 일선 산부인과 병의원들에선 벌써부터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지난해 의견서를 통해 “심평원은 수가청구 등 시스템인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EMR) 프로그램과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에 출산 관련 청구코드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이를 이용해 출산증명서를 출생 후 50일 이내에 대법원 가족관계등록시스템으로 전송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출산통보를 의료기관에서 할 경우 출생신고를 기피하는 산모들이 산부인과의 내원을 기피하게 된다. 자칫 산전 관리를 하지 않고 더욱 음성적인 출산이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심평원은 기존의 청구 시스템을 통해 출산 후 퇴원한 산모에 대한 분만 사실을 분만 관련 코드를 이용해 대법원에 전송하면 출생신고 누락자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의료기관에서는 청구를 취합해 한번에 몰아서 하는 경우가 다수이므로 기한을 50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행정 업무를 의료기관에 떠맡기는 셈”이라며 “행정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들에서도 출생신고 업무 과정에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의료기관들이 혹여나 실수가 발생할 때 책임을 져야 하는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아도 분만 의료기관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인데 지원은 해주지 못할 망정 왜 규제를 더 늘리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 회장은 "법률 개정안이 출생신고 누락으로 인한 아동인권 침해 방지라는 당초 취지를 달성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의료기관의 출생통보를 의무화해버리면 출생을 숨기고 싶은 사람들은 집이나 사설기관에서 아이를 낳게 될 수 있고, 오히려 국민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