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년 1월 ‘실시간 의료이용 관리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 구성을 본격화하면서 의료계 내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 중심의 위원회 구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해당 제도가 사실상 의료계에 대한 추가 규제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4월 초 대한의사협회에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 참여를 위한 위원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심평원에 따르면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는 의약계, 학계,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되며, 과다·중복 이용 가능성이 있는 검사·처치·시술 항목을 선정하고 관리 기준을 논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위원회는 급여 기준 초과 가능성이 있거나 반복 이용이 집중되는 항목에 대해 임상적 필요성과 환자 안전, 재정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관리 대상을 선정하게 된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주요 관리 대상은 한방시술(침·뜸·부항), 신경차단술, 물리치료 등이다. 이들 항목은 이용 횟수가 많고 반복 시술이 빈번한 분야로, 과다·중복 이용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 사례로 지목된다.
의료계는 위원회 참여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의견 반영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위원 추천 요청은 의료계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지만, 구조 자체가 정부 중심으로 설계된 상황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관리 항목이 확대되면 사실상 진료 가이드라인처럼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최근 여러 정책이 의료계와 충분한 합의 없이 추진되면서 현장의 정책 신뢰도가 낮아진 상황”이라며 “이번 위원회 역시 실질적인 협의 구조로 운영되지 않으면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이형민 공보이사는 이번 제도의 정책 목적과 방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 이사는 “의료이용을 관리하겠다는 접근이 환자 건강보다는 재정 절감을 우선한 것처럼 보인다”며 “처음부터 ‘과도한 이용을 줄이겠다’는 전제로 설계된 정책은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는 자율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영역과 제도적 개입이 필요한 영역이 구분돼야 하는데, 현재는 정부가 전반을 강하게 통제하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 같은 방식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제도가 사실상 진료를 사전에 제한하는 ‘의료 통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이사는 “사후 삭감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의료진은 보다 보수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진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와 의사 간 갈등도 주요 쟁점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서울에서 의원을 운영 중인 A원장은 “다른 병원에서 이미 시술을 받은 환자가 다시 내원했을 때, 시스템상 중복으로 확인돼 진료를 권하지 않으면 ‘왜 안 해주냐’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진료 부담과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리치료나 주사 치료처럼 반복 이용이 많은 영역에서는 환자 요구가 강한데, 시스템이 개입하면 ‘의사가 막는다’는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이사는 환자가 진료를 요구했을 때 이를 제한하게 되면 환자 입장에서는 진료 거부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인정하며 “결국 현장에서 의사와 환자 간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면 공공의료기관 등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기관에서 먼저 시행해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환자단체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의료 정책이 단기적인 지표 개선에만 집중될 경우 장기적으로 의료체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를 통해 관리 항목을 선정한 뒤 시범 운영을 거쳐 제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심평원은 해당 제도가 의료기관 규제가 아닌 진료 판단을 지원하기 위한 정보 제공 시스템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