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 과다·중복 이용을 줄이기 위해 진료 이후 심사하던 의료이용 관리 방식을 진료 시점에서 확인하는 ‘실시간 의료이용 관리 제도’를 추진한다.
연간 150회 이상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소수 환자가 수천억 원대 진료비를 차지하는 구조가 확인되면서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진료 통제와 의사-환자 갈등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심평원은 의료이용 적정성 관리 강화를 통해 환자 안전과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유미 적정의료이용총괄단장은 28일 의료전문기자단 브리핑에서 “이번 제도는 의료기관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료 시점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의사의 판단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 150회 이상 이용 환자, 특정 시술 쏠림 뚜렷
심평원이 제도 도입을 추진한 배경에는 국내 의료이용의 과다·중복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2023년 외래 이용 현황 분석 결과, 전체 환자 약 4400만 명이 평균 18회 의료기관을 이용했다. 이 가운데 연간 150회 이상 이용 환자는 0.2%(약 12만 명)에 불과했지만, 진료비는 7323억 원에 달했다.
특히 상위 이용군에서는 특정 시술에 대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방시술(침·뜸·부항), 신경차단술, 물리치료가 주요 이용 항목으로 꼽혔으며, 150~365회 구간에서는 한방시술 비중이 16.6%로 가장 높았고 신경차단술(9.0%), 기본 물리치료(5.0%)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경향은 이용 횟수가 많을수록 강화돼, 1000회 이상 이용 환자군에서는 신경차단술 비중이 14.5%로 가장 높게 나타나는 등 특정 행위 중심의 반복 이용이 집중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사후 심사 한계”…진료 시점 확인으로 전환
안 단장은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현행 관리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현재는 의료진이 진료 시점에 환자의 타 기관 이용 이력을 확인하기 어려워 환자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정보가 불완전할 경우 적절한 진료 판단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 후 2~3개월이 지나서야 과다 이용 여부를 확인하는 사후 관리 방식으로는 환자 안전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도입되는 실시간 관리 제도는 ‘요양급여내역 확인시스템’을 통해 진료 시점에 환자의 이용 이력과 누적 횟수를 확인하고, 중복 진료나 급여 기준 초과 여부를 즉시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환자가 오전에 A기관에서 시술을 받고 같은 날 오후 B기관을 방문할 경우, 현재는 이를 확인하기 어려워 유사 시술이 반복될 수 있다. 그러나 실시간 관리 체계가 구축되면 B기관에서도 환자의 진료 이력을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이미 시행된 진료 여부를 인지하고 중복 진료를 예방할 수 있다.
또 환자별 누적 이용 횟수 등 다양한 정보가 함께 제공돼 급여 기준 초과 여부나 의학적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적정의료이용심의위 구성해 관리 항목 선정…“내년 1월 본격 시행”
심평원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근거로 6월까지 하위법령 정비를 마치고, 8월에는 의약계, 학계, 소비자 단체 등이 참여하는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관리 항목을 선정할 계획이다.
심의위는 급여 기준을 초과하거나 과다·중복 이용 가능성이 있는 항목에 대해 임상적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관리 대상을 선정한다.
안 단장은 “관리 대상은 급여 항목 중 검사, 처치, 시술 등이 될 것”이라며 “현재 공감대가 형성된 한방시술, 신경차단술, 물리치료 등 8개 항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1월 시행 시에는 1~3개 항목부터 적용해 제도 안착을 유도한 뒤, 심의위원회 논의를 통해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관리 항목이 확정되면 7~8월 요양기관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대상 설명회를 거쳐 11~12월 시범운영을 진행한 뒤 2027년 1월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의료계 진료 위축 우려?…최종 판단은 의료진이”
이 같은 제도 추진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진료 위축과 자율성 침해, 환자와의 갈등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단장은 “시스템은 참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며 진료 시행 여부는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며 “과도한 제한 없이 필요한 진료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급여 기준을 초과하거나 중복된 진료가 이뤄질 경우 사후 심사에서 삭감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안 단장은 “의료기관과 개발업체가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과 테스트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의료계 협조가 중요한 만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와도 협의하고 있으며 환자 대상 홍보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