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국내 품목허가 취소된 TG-C(구 인보사)가 미국 임상 3상을 마치고 추적관찰을 진행하면서 재도약 준비를 마쳤다. 이후 식품의약국(FDA) 신청을 계획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법정 공방만 이어지고 있어 국내 출시는 불투명하다.
코오롱티슈진은 최근 사업보고서를 통해 TG-C의 미국 임상 3상 환자 투약을 완료하고, 추적관찰기간 종료 후 FDA 품목허가(BLA)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24~27일 송도에서 개최된 국제골관절염학회(OARSI) 총회인 2025 World Congress에서 TG-C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소개하고, TG-C가 무릎골관절염 환자의 인공관절 수술을 대체하거나 수술 시기를 늦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임상 3상 완료, 2년간 추적관찰 진행…수년 내 미국 FDA 품목허가 신청
세계 최초 골관절염(OA) 유전자치료제인 TG-C는 동종 연골유래세포(1액)와 TGF-β1을 생성하도록 형질전환된 사람세포주(293세포)(2액)로 구성되며, 이 두 가지 세포를 3:1로 배합해 관절강 내 주사를 통해 골관절염 환자에게 주입한다. 이는 기존의 약물치료, 수술과 달리 통증 완화, 구조·기능 개선의 효과를 가진다.
이는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했으며, 코오롱생명과학에 기술이전해 판권을 나눠 가지고 있다. 아시아 및 일부 중동 지역의 판권은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유럽 등 글로벌 전역 판권은 코오롱티슈진이 보유하고 있다.
한국 판권을 가진 코오롱생명과학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017년 7월 '인보사케이주'(현 TG-C)를 국산 신약 29호로 품목허가 받았다.
하지만 2019년 3월 미국 임상 3상 과정에서 TG-C의 구성성분 중 하나인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 293세포'임이 밝혀지면서 국내 허가가 취소됐다.
미국 임상도 잠정 보류됐으며, 코오롱티슈진은 미국 임상 재개(Clinical hold 해제)를 위해 보완 분석 자료 등을 FDA에 제출했다.
이후 발생 경위와 세포특성에 대한 추가 실험자료 등 과학적 검증을 통해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이에 FDA는 2020년 4월 임상 3상 투약 재개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2021년 12월 TG-C의 미국 내 무릎 임상 3상 투약이 재개됐다.
TG-C의 미국 임상 3상은 두 개의 확증임상(TGC-15302, TGC-12031)로 구성된다.
TGC-15302는 켈그렌-로렌스 분류법(K-L Grade) 2~3 무릎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TG-C의 효능을 평가하는 무작위, 이중눈가림, 위약대조, 다기관 임상 3상이다. TGC-12031은 동일한 등급의 무릎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TG-C의 효능과 '안전성'을 추가로 검증하는 임상시험이다.
두 임상의 임상환자 등록은 2024년 1월과 6월 510명씩 마쳤고, 2024년 7월 총 1066명의 환자 투약을 완료했다. 현재는 환자 투약일로부터 2년간 추적관찰이 진행 중이며, 이후 FDA 품목허가(BLA)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코오롱티슈진 측은 "TG-C의 미국 임상시험의 설계, 관리와 수행을 주도하고 있다"며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임상시험 가동체계를 갖추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쉽을 구축하고, 임상시험수탁업체(CRO)를 통해 임상 3상 투약 절차를 완료하고 추적관찰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위탁제조기관(CMO)인 론자를 임상 3상 CMO로 선정하고, 임상시료의 생산을 완료했다"며 "FDA 품목허가와 상업화 시 초기 생산과 관련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시판승인을 받아 TG-C의 판매가 개시될 경우 판매가격은 소득수준, 골관절염환자의 수, 보험적용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책정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최근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코오롱티슈진 전승호 대표는 "TG-C의 성공적인 상업화를 이루어내겠다"며 "기술수출이나 파트너쉽 등을 포함해 TG-C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상업화 전략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품목허가 취소로 출시 '불투명'…대법원 판결 남았다
TG-C의 미국 임상 3상은 완료됐으나, 한국에서는 품목허가 취소 후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9년 5월 28일 인보사의 허가취소를 예고하고, 7월 9일 공식적으로 인보사의 제조 및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당시 식약처는 "인보사가 2액 주성분이 연골유래세포로 품목허가를 받았으나, 실제는 신장유래세포(GP2-293, 이하 293세포)여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며 "국민 보건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293세포가 포함된 의약품을 제조·판매한 사실이 있어 허가를 취소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코오롱생명과학은 즉각 제조판매품목허가 취소처분의 취소 관련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행정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기각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2024년 2월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으며,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재판부의 판결은 존중하나 항소심의 법리 오해와 안전성에 대한 판단을 바로잡아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의 과학적 성과와 가치 회복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인보사의 품목허가 신청과 승인 당시 원료가 되는 2액 세포의 유래에 대한 착오가 있었으나, 품목허가 이전 단계부터 모든 비임상시험, 임상시험을 동일한 세포로 진행해 품목허가를 받았기에 식약처로부터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은 것으로 본다"며 "이를 토대로 지난 1, 2심에 이어 상고심에서도 적극적인 소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행정소송의 결과 여부와 코오롱티슈진의 미국 임상 3상은 전혀 무관하며, 인보사와 관련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 과학적 가치 회복을 위해 최종심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TG-C 출시는 불투명해졌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에는 박차를 가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22년 4월 13일 싱가포르의 주니퍼(Juniper)와 TG-C 관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주니퍼는 이번 계약에 따라 싱가포르, 일본, 베트남, 탄자니아, 케냐 등 40개국에서 TG-C 관련 특허와 노하우를 연구·개발·상업화 할 수 있는 독점적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앞서 계약했던 먼디파마는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했다.
한편 식약처는 품목허가 취소와 함께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 했다. 인보사를 허가받기 위해 성분 오류를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24년 11월, 기소된 지 약 4년여만에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 권순욱 코오롱티슈진 한국지점장, 양윤철 코오롱생명과학 상무 등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는 고의로 성분 오류를 은폐·은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고가 끝난 뒤 "과학 분야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국보다 신약개발 절차가 엄격한 미국은 과학적 검토를 마친 후 임상중단 명령을 해제했지만, 한국은 품목허가 취소 후 수년간 행정소송과 형사재판이 이어지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또한 신약개발 과정의 특수성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시행착오를 모두 범죄로 볼 수 없다"며 "과학 기술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검찰 측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이들은 2024년 11월 29일 선고 이후 12월 12일 항소심을 청구했다.
이 외에도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관련 손해배상청구 등 다수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골관절염 DMOAD 잠재력 갖춘 파이프라인은 TG-C가 유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데이터브리지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3년 79억6000만달러며, 2031년까지 158억60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치료제 시장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NSAID)와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주사 등 진통제 위주로 이뤄져 있으며, 이후에는 수술을 고려한다.
원인 치료 없이 증상만 늦추는 데 그친다. 이에 미충족 수요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 질환 치료제(DMOAD)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TG-C이 DMOAD로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위해주 연구원은 "TG-C의 미래 가치가 큰 이유는 환자 수가 많은 비가역적 질환인데, 승인받은 치료제 또는 잠재 경쟁 파이프라인이 없다"며 "미국에서는 45세 이상 성인의 최소 19%가 무릎 골관절염을 겪고 있으며, 질환 특성상 한번 손상된 연골을 회복하지 않아 관성적으로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 연구원은 "2025년 2월 발간된 리뷰 논문(Biomrdicines, 2025)에서 저자인 임상 의사도 TG-C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긍정적 리뷰를 했다. 현재까지 임상 개발된 신약 후보 중 안전성 이슈 없이 통증과 구조적 개선 모두 달선한 DMOAD 후보는 TG-C가 유일하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28년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로 FDA 승인 획득 후 2032년 DMOAD로 확장할 전망이다. 임상 3상 달성 목표인 통증 감소와 관절 기능 개선 지표는 이미 달성했다. 골관절염 치료제로의 승인 가능성은 매우 높다. DMOAD 확장을 위해서는 연골재생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4월 말 국제골관절염학회에서 공개될 장기 추적 임상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최근 코오롱티슈진은 국제골관절염학회에서 미국 내 TG-C 임상 2상에 참여한 환자 33명과 임상 3상에 참여해 2년간 추적관찰을 완료한 환자 110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안전성과 관련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약 15년의 미국 내 임상의 장기추적기간 동안 TG-C와 연관된 종양 발행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인구의 평균 암 발생확률과 비교하면 TG-C 임상 참여 환자가 현저히 낮은 암 발생 확률을 일관되게 보였다.
유효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데이터를 보였다. TG-C 임상 3상에 참여해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의 비중은 7.0%에 불과했으며, 수술을 받은 환자의 발병 이후 수술시기까지의 기간은 5.7년으로 늘어났다. 이는 TG-C를 투여할만한 대상이 되는 환자 595명 중 골관절염이 발병 환자가 15.5%인 점과 이들이 무릎인공관절 수술까지 걸린 기간 평균 5.1년 대비 개선된 결과다.
코오롱티슈진 노문종 각자 대표는 "이번 발표를 통해 TG-C의 미국 내 품목허가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이고, 세계 최초 DMOAD 신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