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 의원이 응급실 등 의료기관에서 의료인 진료를 방해하거나 폭행할 때 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 및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13일 대표 발의했다. 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한 처벌규정에서 벌금형을 삭제하고 의료법에 규정된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박 의원은 앞서 11일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등을 만나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의협은 "그동안 법은 있었으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진 폭행 처벌 벌금형과 반의사불벌죄 삭제
최근 병원 응급실 등에서 근무 중이던 의사가 환자에게 연이어 폭행을 당해 상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1일 전북 익산 병원에서 환자가 응급실에서 진료하던 의료진을 이유없이 폭행해 뇌진탕과 코뼈 골절 등을 일으켰다. 이어 강원 강릉의 한 병원에서 조현병 환자가 진료실에서 망치를 휘두르는가 하면 경북 울진에서 문신을 한 환자가 의사와 간호사를 협박한 사건이 있었다.
박인숙 의원이 2013~2017년까지 5년동안 전국 9개 국립대병원 내 폭행 및 난동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23건, 강원대병원은 144건, 경북대병원은 12건, 경상대병원은 8건, 부산대병원은 12건, 전북대병원은 11건, 제주대병원은 14건, 충남대병원은 21건, 충북대병원은 6건 등으로 나타났다. 5년간 총 327건의 폭행 및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의협이 2015년 전국 의사 5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6.5%가 환자·보호자 등으로부터 폭력·폭언·협박 등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응급실에서 의료인이나 응급의료종사자를 폭행하는 등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손상 또는 점거한 사람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처벌 규정이 약한 관계로 의료기관 내 폭행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은 어쩌다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실제 현장에서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는 위험한 사건이다”라며 “이런 폭행의 재발 방지를 위해 더욱 강력한 처벌만이 응급의료 공백을 막을 수 있고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의료 행위를 행하는 의료인, 간호조무사 및 의료기사 또는 의료 행위를 받는 사람을 폭행·협박할 경우에는 벌금 규정 없이 5년 이하의 징역에만 처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의료기관에서 진료방해나 의료인 폭행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했다.
박 의원은 “응급의료진에 대한 폭행은 응급실 근무자들의 근무의욕 저하나 심각한 정신적 손상을 일으킨다. 같은 시간대 진료를 받거나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정당한 진료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의료기관에서 의료인 폭행이 재발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의협, 개정안 환영…그동안 폭행사건 처벌 미미
의협은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보다 강화된 안전장치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밝힌다.
의협은 “그동안 의료기관내 폭력사건을 일반 폭력사건보다 강력히 처벌하도록 하는 의료법·응급의료법 등 의료인 폭행방지법이 존재했다. 하지만 실제 미미한 처벌에 그쳐 실효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가 의료인의 안전한 진료환경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으며, 그 결과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인등에 대한 폭행·협박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실제 처벌은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다.
의협은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선택형 규정과 반의사불벌죄 규정으로 인해 실제 사건 발생 시 엄중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이 아닌 당사자 간 합의 종용이 되거나 경미한 솜방망이식 처벌에 그치고 있다”라며 “의료기관 내 폭력 사건의 발생을 억제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가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의협은 “실제 형사사법절차에서 온정주의가 아닌 일벌백계를 통해 의료인 폭력을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라며 “국민이 의료기관내 폭력의 심각성을 스스로 깨닫고 경각심을 가질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번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논의를 요청한다. 의료인과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