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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의학회 "사직 전공의, 지침개정 통한 9월복귀 수용 불가" 수평위에 의견서 발송

    "재수련 제한 지침 개정시 수도권 병원으로 전공의 쏠림 가속화 우려...전공의 갈라치기를 위한 의도일 뿐"

    기사입력시간 2024-07-08 12:44
    최종업데이트 2024-07-08 14:13

    사진은 지난 2월 20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임시대의원총회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학회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측에 "9월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는 정부의 전공의 임용 관련 지침 개정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의견서로 전달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정부는 이날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이 직접 나서 사직 전공의의 1년 이내에 같은 과목과 같은 연차 복귀 제한을 풀어 전공의들이 원소속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고 다른 수련병원의 9월 전공의 모집에 응시할 수 있도록 현행 전공의 임용 시험 지침 개정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활용해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복귀를 촉진시키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의학계는 전공의 임용 시험 지침 개정으로 인해 전문의 양성 시스템이 왜곡될 수 있어 정부 방침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수평위에 공식 의견서까지 발송했다.  

    현행 전공의 모집은 3월을 기준으로 이뤄지고 9월 하반기 모집은 일부 미달된 정원을 조율하는 정도에 그쳐왔다. 이 과정에서 수평위는 전공의 모집 대상과 일정 등을 확정하는 역할을 한다. 9월 1일 전공의 모집을 위해선 45일 전인 7월 중순까진 모집 대상이 확정돼야 한다. 

    문제는 의학회, 수평위 등과 전혀 상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3월 기준에 맞춰진 모집 일정을 9월로 옮겨 전공의들을 대거 모집하면 여기에 맞는 수련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의학회 관계자는 "전문의 시험은 1년에 한 번 보게 된다. 이를 위해 대한의학회 소속 학회들이 모두 모여 합숙까지 하며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든다"며 "이 모든 일정은 3월 모집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모집 기준이 갑자기 하반기로 넘어가면 이에 따른 수련 시스템 왜곡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년 지나야 재수련하는 기존 규정 자체를 존속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해당 규정은 전공의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소지가 있기 때문에 수정돼야 한다고 본다. 다만 정해져 있는 규정을 법도, 근거도 없이 마음대로 만들었다가 없앴다가 하는 정부의 행태는 매우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라며 "급작스러운 정부 지침 변화로 인해 전국 수련병원과 학회들이 공유하는 수련체계와 전문의 시험 일정 등이 모두 망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학회는 이번 지침 변화로 인해 지역필수의료가 더 망가질 수 있다는 점을 더 큰 문제로 봤다. 수도권 빅5병원의 경우 전공의 의존도가 40%가 넘는데, '재수련 제한 지침'이 완화되면 결원으로 인한 모집 정원이 대폭 늘어날 수 있고, 이는 지병병원 전공의들의 유인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회 관계자는 "현재 정부는 의대정원을 늘리는 이유를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재수련 제한 지침이 개정되면 필연적으로 결원이 생긴 수도권 병원으로 전공의 쏠림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자기 모순이자, 본말 전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주장했던 본래의 취지는 모두 퇴색되고 의사들을 꺾어내겠다는 '악'만 남은 상태다. 전공의 복귀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비난할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원칙을 허물고 이상한 편법을 이용해 전공의를 압박하는 행위는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평위에 참여했던 한 전임 수평위원은 "이번 재수련 제한 지침 개정은 전공의 갈라치기를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 지역 전공의들에겐 경쟁이 심한 수도권 대형 수련병원 모집 정원을 열어줘 복귀를 유도하는 한편, 수도권 전공의들에게도 원 병원에서 수련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