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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의 빌려준 의사보다 더 낸다”…사무장병원 ‘실운영자 책임’ 판례 뒤집혔다

    환수 기준 ‘형식→실질’ 전환…역할·수익 귀속 따라 환수금 달라진다

    기사입력시간 2026-04-21 14:50
    최종업데이트 2026-04-21 14:50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이른바 ‘사무장병원’에서 부당하게 지급된 요양급여 환수와 관련해, 실질 운영자의 책임 범위를 대폭 넓히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명의자를 빌려준 의료인에게로 책임 범위가 묶여 있던 환수 구조가 바뀌면서, 향후 관련 소송과 행정 처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대법원은 최근 예은의료재단과 실질 운영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과거 판례, “명의자 한도 내 책임”…실운영자는 ‘보조적 책임’에 그쳐

    사무장병원은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사나 의료법인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운영하는 불법 형태를 말한다. 

    형식상으로는 적법한 의료기관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익은 비의료인인 '사무장'에게 귀속되는 구조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건강보험 요양급여 부당 청구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과거 판례는 사무장병원에서 발생한 요양급여에 대해 전액 환수를 인정하면서도, 책임 주체에 있어서는 형식적 개설자인 명의자를 중심으로 판단해 왔다. 실질 운영자의 책임 역시 인정되긴 했지만, 그 범위는 명의자에게 부과된 환수 금액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제한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의료법인 예은의료재단과 실질 운영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약 66억원 수준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의 1·2심 역시 같은 입장을 취했다. 

    이에 대해 1·2심 재판부는 실질 운영자가 병원을 주도적으로 운영했더라도, 법적 책임은 명의자와 분리될 수 없다고 보고 환수금 역시 이를 초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판례, “실운영자는 독립 책임 주체…더 큰 환수도 가능”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실질적 개설자는 명의자와 별개의 책임 주체로서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한다”며, 실운영자에게 명의자보다 더 큰 금액을 부과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명확히 했다.

    또한 책임 범위는 단순히 명의 관계가 아니라 역할의 정도, 불법성의 크기, 병원 운영 수익의 귀속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환수 금액을 다르게 정하는 것은 행정청의 재량 범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형식이 아닌 실질’이다.

    대법원은 사무장병원 구조에서 실제 운영자가 병원 개설·운영·수익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처럼 명의자 기준으로만 책임을 제한할 경우 실질적인 불법 이익 귀속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판결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 처분 방식이다.

    기존에는 명의자 중심으로 환수 범위가 설정됐다면, 앞으로는 실질 운영자에게 더 큰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실운영자의 역할과 수익 귀속이 명확한 경우 환수 금액이 더 커질 수 있어 관련 분쟁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관계자는 "향후 사무장병원 관련 소송에서 ‘누가 얼마를 책임질 것인가’를 둘러싼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