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보장연구부 이근정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간된 ‘Hira 정책동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올해 1월 기존 분절적 사업들을 통합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범사업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행위별수가에 근거하고 있는 영역이 존재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심평원 이근정 부연구위원은시범사업이 성공적인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개별 서비스 단위 지불체계에서 가치기반 지불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치기반 지불제도 전환 방안 제시
이근정 부연구위원은 성과보상지불방식의 경우 공급자가 사전에 규정된 기준이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낮은 질에 대한 페널티가 따를 때 재정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공급자들에게 개별 행위를 기반으로 한 비용보상 방식만을 고수하면 지불보상제도 목표와 반대 방향으로 공급자들의 행태를 유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이 부연구위원은 다양한 지불제도를 하나의 의료전달체계 내에 단계적으로 시행해 혼합하는 모형을 제안했다.
이 부연구위원이 제시한 ‘만성질환관리 지불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1단계 지불제도에서 일차의료기관은 환자들에게 제공한 의료서비스에 대해 기존 방식대로 행위별수가제에 근거해 비용을 지불받게 된다.
2단계 지불제도는 환자당 지불되는 묶음지불방식이다. 묶음지불제도는 환자의 건강상태나 의료 중재과정의 연관성에 따라 일련의 서비스를 한데 묶어 지불하는 방식이다. 선택적 외과수술 등 에피소드 기반 급성기 치료, 당뇨병 등 만성질환과 같은 특정 질병을 기반으로 한 치료에 주로 적용된다.
여기서는 기존의 행위별수가로 보상되지 않는 만성질환에 대한 예방적 활동이나 초기개입, 환자관리 등의 항목들을 포괄하게 된다.
마지막 3단계 지불제도는 보너스 지불 방식의 성과보상지불방식(pay for performance, P4P)을 배치했다. 성과보상지불제도(P4P)는 환자들이 원하는 의료서비스의 수준·진료성과를 달성한 경우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달성하지 못한 경우 디스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형태다.
이 부연구위원은 “이러한 지불제도 적용을 위해서는 진행과정 또한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제도변화를 위한 중간단계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만성질환관리 프로그램과 같은 시범사업의 적용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과측정 프레임 구축 반드시 동반돼야
이 부연구위원은 성과 개선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 개발과 방법 구체화 과정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시범사업을 통해 기존 만성질환관리에 있어서 수가에 기반해 비용 지불이 이뤄지지 않던 초기개입과 환자관리 영역이 지불시스템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큰 성과”라며 “또한 서비스 제공 주체의 범위도 단계적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부연구위원은 “중간단계에서는 가치지향 시스템의 핵심인 질적 향상과 성과 개선을 측정·평가할 수 있도록 지표를 개발하고 측정방법을 구체화하는 성과 측정 프레임 구축이 반드시 동 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중간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지불시스템 안으로 들어왔으나 행위단위 수가에 근거해 지불보상 되고 있는 초기 평가, 돌봄계획 수립·환자관리, 교육·상담 등의 서비스가 환자당 묶음지불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성과측정 프레임 실행을 통해 성과에 기반한 보너스 지불체계가 구축돼 가치기반 시스템으로의 이행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부연구위원은 이 같은 작업이 단시간에 이뤄질 수 없기에 단계적인 준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가치기반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오랜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적 변화다. 의료의 가치가 아닌 양에 근거해 비용을 지불해 온 오랜 관례와 인프라 구조가 기존 제도 안에 내재돼 있고 결코 쉽게 바꿀 수 없어서다”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가치에 기반한 지불제도의 구축은 보건의료체계가 처한 압박에 대응해 세계 각국이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시도하고 있다”라며 “같은 상황에 처한 한국 보건의료체계가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는데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