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제약업계가 윤리경영을 주창하며 CP(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CP팀과 영업마케팅 부서간 눈치싸움에 제대로 된 윤리경영 실천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10일 일부 제약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CP팀에 CP강화에 대한 권한은 없고 책임만 주어지면서 영업마케팅 부서와의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제약사 CP팀은 경제적이익지출보고서 의무화와 김영란법 등이 시행되면서 영업예산 지출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경제적 이익 등 제공 내역에 대한 지출보고서’ 제도가 지난 1월1일부터 시행되면서 ▲견본품 제공 ▲임상시험 지원 ▲학술대회 지원 ▲제품설명회 시식음료‧기념품 제공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 할인 ▲시판 후 조사 등 지출내역을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또한 식사(3만원)‧선물(5만원)‧경조사(10만원) 등 비용을 규정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풍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은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같은 제도 시행과 맞물려 국내 제약업계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CP등급평가’ 또는 ‘ISO37001(반부패경영시스템)’ 인증을 받는 등 다수 제약사들이 표면적으로는 윤리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과도한 개입을 꺼려하는 영업마케팅 부서와 마찰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A사 CP팀 관계자는 “영업마케팅 차원에서 지출되는 비용은 실적과 무관하지 않은 만큼 영업마케팅 부서에서 가장 예민한 사안 중 하나다”라며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CP를 진행했던 담당 팀장이 영업부서로 발령 났다가 결국은 퇴사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CP팀장은 회사의 CP강화 정책에 따라 영업마케팅 부서의 지출내역을 세세하게 지적했고 이에 불만이 쌓인 영업마케팅 부서와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후 CP팀장은 순환보직 차원에서 영업마케팅 부서로 발령 났다. CP팀장에게 불만이 많았던 영업마케팅 부서에서 과도한 목표실적 등 일감 몰아주기로 이어지면서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다는 것이다.
SK케미칼, LG화학, 코오롱제약 등 대기업 계열 제약사부터 대웅제약, 동아ST 등 대형 제약사와 중견‧중소 제약사에 이르기까지 다수 제약기업들이 순환보직(일정한 간격을 두고 다른 직위·직급에 전보 또는 배치)을 실시하고 있다. 언제 어느 부서로 이동이 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CP팀에 대한 권한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에서 CP업무를 맡기려고 하는데 전 CP팀장의 최후를 직접 목격하니 CP업무가 꺼려진다”며 “CP팀에 대한 책임이 무거운 만큼 권한도 강화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CP팀이 영업마케팅 부서를 관할하되 CP팀은 감사팀에서 관리‧감독하는 명확한 업무운용 체계를 도입하고 특정 전담부서의 경우 보직이 보장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