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수련병원 응급실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정작 향후 대응책 마련이 묘연한 상태다.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해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한 응급실 의사인력 충원이 쉽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6일부터 응급실 정상 운영이 어려워진 순천향대천안병원의 경우, 최근까지 18명의 몫을 8명이서 해왔다.
원래 전공의 사직 이전엔 18명의 의사가 응급실을 지켰지만 지난 2월 응급의학과 전공의 10명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지금까지 전문의 8명이서 응급의료 현장을 겨우 버텨왔던 것이다.
이번 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대거 사직 사태도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해 추가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병원 경영진과 교수들 사이 마찰이 생겼다는 후문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18명이서 하던 일을 수 개월 동안 절반도 되지 않는 인원으로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 기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추가 채용은 고사하고 남아 있던 인력들도 대거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립중앙의료원은 전공의 사직 이후 그동안 5명의 응급실 의사가 일해왔지만 1~2명씩 사직하더니 8월부턴 응급실 의사가 1명 밖에 남지 않게 됐다.
부산대병원도 20명 가량 있었던 응급실 의사 중 전공의가 8명 정도 빠지면서 현재는 사직 전공의를 포함해 절반 이상 인력이 줄어든 상태다.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는 "응급실 의료 인력 문제로 인해 평년 대비 응급실 의료 역량은 60% 가량 줄어든 상태다. 문제가 없다고 보면 이상한 것"이라며 "응급실 의료인력 문제와 더불어 배후진료까지 부족해 지면서 환자를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형민 회장은 "몇 달동안 적은 인원으로 응급실을 지키다가 다들 쓰러질 만큼 힘든 상황이다. 이번 달이 고비다. 다들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며 "초반엔 그래도 응급실을 찾는 환자 수가 줄어들면서 버틸만 했지만 현재는 다시 환자 수가 평균치를 회복하면서 로딩이 굉장히 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나마 매년 150명씩 새로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배출돼 왔지만 이번엔 전문의가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인해 향후 5~10년은 응급의료 공백이 확산되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입장문을 통해 "일부 권역응급의료센터, 대학병원, 종합병원 응급실, 응급의학과 교수들마저 격무에 시달리고 지쳐, 24시간 응급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내몰리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응급의료를 위한 지원을 상시화, 제도화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