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23일 정기이사회를 통해 표준서식 전면 거부, 왕진 시범사업 반대, 12월까지 의정협상 성과가 나지 않으면 대정부 투쟁 등 3가지를 결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이사회에 참여했던 의협 관계자들에 따르면 첫째, 의협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 표준서식이 너무 복잡하고 의료자율성에 위배되는 만큼 이를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관련기사=심평원 심사자료 제출 고시, 의료계 우려는(종합)]
지난 10월31일 심평원은 요양기관의 심사자료 제출에 대한 편의 제공을 명분으로 38개의 표준서식을 만들고 이에 근거한 자료 제출을 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심사 관련 자료제출에 대한 세부사항' 제정(안)을 공고했다.
의협은 "심사와 무관한 진료의 모든 내역을 제출하라는 것은 사실상 심평원이 의료의 질 평가라는 명목 하에 심사의 범위와 권한을 확대하고 의사에게는 규격화된 진료를 강요한다. 궁극적으로 의료비용 통제 목적의 분석심사 도입을 위한 사전 조치"라고 밝혔다.
의협은 “심평원은 근본적인 문제인 급여기준의 합리화와 심사과정의 투명화를 해결하지 않고 오로지 모든 부담을 의료기관에게 넘기려고 한다. 국가가 정해놓은 양식에 따라 진료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심사와 무관한 진료정보에 대한 심평원의 독점력을 강화해 관치의료의 기반을 확대하는 목적의 일방적 표준서식 강제화를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 의협은 왕진 수가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의협과 상의 없이 시행하려는 제도로 법적 안전장치 미흡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2일부터 오는 12월13일까지 '일차의료 왕진 수가 시범사업'에 참여할 의료기관을 모집한다. 왕진 의사가 1인 이상 있는 의원을 대상으로 하며 왕진 수가는 8만~11만5000원이다.
수가가 너무 낮다는 일선 의사들의 불만이 제기됐고, 의협은 22일 회원들에게 '일차의료 왕진 수가 시범사업' 참여 자제를 요쳥하는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의협은 "의협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왕진 수가를 결정했다. 그러나 의협은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인에 대한 충분한 보상보다는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경제적 목적에 부합하는 매우 낮은 왕진 수가를 결정한 것으로 판단했고, 시범사업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왕진 시범사업은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배려가 결여됐고 의료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없다“라며 "왕진에 나갔을 때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사가 다 책임져야 하는데 여기에 따른 법적 안전장치도 미흡하다"라고 했다.
셋째, 의협은 12월까지 의정협의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내년 1월부터 대정부 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4월 출범한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는 9월 11일 최대집 회장과 김강립 복지부 차관과의 의정간담회 개최 이후 사실상 존재감이 없다시피하고 있다.
양측은 11월 13일 보건의료 관련 현안에 대한 발전적 정책 모색을 위해 의정협의체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양측은 이날 수가산정기준 등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방안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또한 국민과 의료인 모두에게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고, 국민 건강을 위해 매진하는 의료인이 신뢰받을 수 있도록 무자격자 의료행위 근절, 전문가 평가제 등 의료인 면허관리 내실화와 함께 의료기관 내 안전 강화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의협 관계자는 “의정협의체가 조만간 한 차례 더 열린다. 올해 말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않으면 내년 초부터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