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카카오벤처스는 디지털헬스케어 영역에서 25개 회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의사 출신 김치원 상무와 정주연 심사역이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까다로운 눈높이를 가진 이들이 어떤 회사들을 투자 대상으로 선정했을까.
9일 판교에서 열린 카카오벤처스 브라운백미팅-디지털 헬스케어 패밀리 편'에선 특별한 이야깃거리를 가진 메디르, 제이앤피메디, 이모코그 등 카카오벤처스의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 포트폴리오의 3개 회사가 초대됐다.
이날 김치원 상무는 '디지털 헬스케어 국내외 동향' 키노트 발표를 통해 현재 바라보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관점과 회사들의 투자 배경을 소개했다.
이날 김치원 상무는 '디지털 헬스케어 국내외 동향' 키노트 발표를 통해 현재 바라보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관점과 회사들의 투자 배경을 소개했다.
지역 기반의 비대면진료 ‘메디르’…의사와 약사 협력 모델 강조
메디르는 지역 기반의 비대면진료 플랫폼 '메듭'을 서비스하고 있는 회사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30여개 생긴 가운데, 의사와 약사의 생태계를 침범하지 않고 그들이 선호할만한 지역 기반과 재진환자 위주로 대상을 한정했다.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는 분야에서 '메디컬의 매듭'이라는 뜻으로 서비스명을 '메듭'으로 정했다.
김치원 상무는 “메디르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 기반으로 환자의 반경 2km 기반 내 의료기관에서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동시에 의사와 연결된 문전약국들까지 엮어내기 쉽다”라며 "비대면진료를 해도 약배송이 원활하지 않아 집 앞에 약국에 가는 것이 힘든데, 지역 기반의 병의원과 약국을 이용하게 하는 구조라면 비대면진료 플랫폼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원격진료 법제화의 전망으로 동네의원과 재진 환자에 한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상무는 “그렇지 않다면 의사들이 비대면진료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이용 제한이 없다면 비대면진료만 하는 대형병원 콜센터 같은 곳이 생길 수 있다”라며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면 국내 의료의 가장 큰 장점인 의료접근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신 동네의원과 재진 환자에 한정하면 플랫폼이 큰 힘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공존한다. 김 상무는 “강력한 플랫폼이 비대면진료에서 나오기가 힘들 것이라고 본다”라며 “미국에서도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단순히 진료를 위한 모델이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를 묶어 약 배송이나 디지털치료제, 원격모니터링 등을 두루 연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주연 심사역은 “메디르는 환자와 의사의 접근성을 위한 원격진료를 시작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토대로 현명하게 대응하면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메디르 손덕수 대표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회사의 최우선적인 강점으로 의사와 약사의 신뢰 기반에 의한 지속가능성으로 내다봤다. 손 대표는 “비대면진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지만, 의료인들의 반발이나 우려가 매우 크다. 반면 OECD 국가 37개국 중 32개국은 이미 비대면진료를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라며 “국내에서도 20년 전부터 시범사업만 하다가 코로나에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향후 법제화 가능성을 예상하면서 메듭을 개발했다”고 했다.
메듭의 병의원 고객은 '하이퍼로컬'을 통해 제한적이지만 안전하고 완결성을 가진 진료로 연결되도록 했다. 손 대표는 “환자가 필요할 때 의사를 연결하는 대신 의사나 약국 입장에서 쏠림 현상 해소가 가능하다. 환자 입장에서도 안전한 진료가 가능하도록 했다"라며 "환자와 의사가 만나는 과정에서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내가 다니는 병원’ 서비스는 환자가 직접 방문한 병원, 재진이라면 거리에 상관없이 다니는 병원으로 등록 후 어디서나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라며 “현재 서울, 경기에서 서비스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의사와 약사들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피력했다.
특히 손 대표는 다른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겨 문제가 부각되거나, 의사와 약사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 대표는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다 보면 의사와 약사들이 우호적인 플랫폼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임상시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제이앤피메디'...시장 리더 도전
제이앤피메디는 신약이나 의료기기 임상시험 관리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IT 개발자들이 헬스케어 영역에 뛰어들어 임상시험의 디지털화에 나선 것이다. 임상시험은 환자등록부터 검사, 유지와 데이터 수집, 모니터링 등 업무가 상당히 복잡하면서도 데이터를 한데 모으기가 힘든 데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김치원 상무는 "진료 환경도 마찬가지지만 임상 환경도 아직 디지털로 전환되지 않았다"라며 "제이앤피메디는 임상시험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이라는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고, 단순히 디지털 전환이 아닌 디지털의 잠재력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두나무 출신의 뛰어난 개발자들이 모인 데다 의료 환경에 대한 이해도 높다. 초기에 서울대병원에서 사용했을 때 만족도가 높았다"라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환자를 기반으로 다양한 모바일기기를 결합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각종 기술의 발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항암제 신약 임상을 받으려면 엔드포인트(Endpoint)에서 환자의 삶의 질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입증해야 한다”라며 “병원의 판단에 따라 환자의 평소 데이터까지 수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임상시험의 변화에 맞춰 분산형 임상시험(Decentralized Clinical Trials, DCT) 서비스도 화두다. DCT는 임상시험 대상자가 직접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비대면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임상시험 방식이다. 다만 현재 다른 경쟁사는 메디데이터 등 전부 미국 회사들이다.
정 대표는 “현재 회사는 50여개의 임상을 하고 있다. 마켓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데, FDA에서 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밸리데이션에만 2년이 걸렸고 그만큼 이 시장에는 진입장벽이 있다. 궁극적으로 외국계 제약이나 의료기기 회사의 CRO(수탁 임상시험기관)로 등록되도록 하고자 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거점으로 호주, 일본, 중국 임상시험 진출에도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현재 회사는 50여개의 임상을 하고 있다. 마켓의 리더가 되고자 하는데, FDA에서 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밸리데이션에만 2년이 걸렸고 그만큼 이 시장에는 진입장벽이 있다. 궁극적으로 외국계 제약이나 의료기기 회사의 CRO(수탁 임상시험기관)로 등록되도록 하고자 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거점으로 호주, 일본, 중국 임상시험 진출에도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국내 지역적 임상시험 인프라에서도 DCT가 확대되면 유리할 것으로 기대했다. 임상시험 도시별 집계에 따르면 수년간 압도적 1위를 지켜온 대한민국 서울이 코로나19 이후로 올해 상반기 중국 베이징에 1위(234건) 자리를 내주고 2위(230건)로 밀려난 상태다. 그는 "기본적으로 임상시험을 잘하면서 임상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속해서 디지털로 전환하면 더 많은 임상을 할 수 있다. 동시에 비용을 줄이면서 훨씬 편하다는 장점을 살려 국내 임상시험 인프라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 대표는 “다만 DCT는 현재 규제의 한계로 환자에게 직접 약을 배송할 수가 없다. 그때마다 피험자가 와야 하는 상황이라 대면과 비대면을 병행하고 있다"라며 "디지털치료제는 약이 없어서 DCT에서의 활용이 더 간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치매 예방 관리 치료 '이모코그'...디지털치료제 세계 시장 진출
이모코그는 퇴행성 뇌질환인 치매를 조기에 예방 또는 관리, 치료하는 디지털치료제를 만드는 회사다.
김치원 상무는 "헬스케어 비즈니스는 보통 '신용재'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이뤄진다. 직접 사용해봐도 알기 힘들고, 의사라는 전문가가 이를 추천하고 신용을 부여해야 환자의 사용이 가능하다”라며 “다만 건강보험이 되지 않으면 비급여 가격은 3, 4배 비싸진다. 보험이 적용되는 순간 가격이 깎이고, 소비자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디지털치료제는 여러 영역 중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보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보험수가를 받더라도 얼마 받지 못할 수 있다”라며 “결론적으로 당장 주는 수가는 원가 정도만 보상한다면 30억원 이상의 품목이 나오기가 힘들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디지털치료제는 국내에선 제한적이고 FDA를 공략하면서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라며 “국내에 임상을 진행 중인 다른 디지털치료제는 정신건강 분야가 많고 언어 위주라 해외 진출이 어려울 수 있다. 이모코그의 디지털치료제는 언어가 주된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로 가져가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디지털치료제는 국내에선 제한적이고 FDA를 공략하면서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라며 “국내에 임상을 진행 중인 다른 디지털치료제는 정신건강 분야가 많고 언어 위주라 해외 진출이 어려울 수 있다. 이모코그의 디지털치료제는 언어가 주된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로 가져가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주연 심사역은 “전체 카카오벤처스 디지털헬스케어 포트폴리오에서 디지털치료제는 2개밖에 없고, 이 중 첫 번째로 선택한 회사다”라며 “치매 디지털치료제를 만드는 곳이 많은데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확증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유일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이모코그 노유헌 공동대표는 “회사는 임상과 기초의학, 임상심리 교수 3명이 시작했다"라며 "치매가 저소득층에도 많이 생기는데 이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하기가 어렵다는 데서 처음 출발했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회사는 여러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는데 치매를 빨리 선별해서 빨리 진단하도록 도와주고 치료하고 관리하고자 한다”라며 “우선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에 치매에 걸릴 가능성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환자를 빨리 선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가 병원에 온 다음에 의사가 환자에게 디지털치료제를 처방할 때 인지장애 증상을 지연시키고 오랫동안 현 상태를 유지하다가 치매가 진행되는 것을 지연되도록 돕는다. 환자 보호자를 위한 치매환자 관리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그스크린'은 5분 안에 치매 전단계의 경도인지장애를 선별하고 환자가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코그니스'는 병원에서 전문가가 진행하던 검사를 비전문가도 쉽게 하면서 시간을 40분 이내로 단축했다. '코그테라'는 치매 예방 디지털치료기기로 노인들이 혼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작동 과정도 대부분 음성으로 이뤄지면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노 대표는 “디지털치료제는 법적 과정을 거쳐야 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한 다음 이를 통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라며 “확증임상 및 품목허가에만 20개월이 걸렸고, 확증임상은 7개 병원에서 진행돼 2023년 하반기에 완료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모코그는 동시에 FDA에서 임상시험 승인 절차를 밟으면서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80여 건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60여 건의 상표권 등록도 마쳤다.
이준영 공동대표는 “내년에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매에 걸리더라도 증상을 지연시키는 예방백신이 나올 예정인데, 디지털치료제도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한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지연시키고 경도인지장애 상태로 길어지도록 한다”라며 “앞으로 해당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고, 이런 디지털치료제는 이모코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다만 디지털치료제의 국내 수가는 제한적이면서 10%만 보험 부담이고 90%는 본인부담 등의 형태로 갈 수 있다”라며 “결국 국내 시장은 제한적이고, 이 기술을 가지고 해외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준영 공동대표는 “내년에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매에 걸리더라도 증상을 지연시키는 예방백신이 나올 예정인데, 디지털치료제도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한 치매로 진행되는 것을 지연시키고 경도인지장애 상태로 길어지도록 한다”라며 “앞으로 해당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고, 이런 디지털치료제는 이모코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다만 디지털치료제의 국내 수가는 제한적이면서 10%만 보험 부담이고 90%는 본인부담 등의 형태로 갈 수 있다”라며 “결국 국내 시장은 제한적이고, 이 기술을 가지고 해외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