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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톡스 한 방, 싸다구

    급여 시장에 치인 의사들 비급여 시장으로 옮기지만

    가격 제한 없는 비급여 덤핑 시장

    개원가 "매출 올릴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다"

    기사입력시간 2015-03-24 06:45
    최종업데이트 2015-05-29 19:42

    대한민국에서 교회 십자가만큼이나 흔한 게 병원이라지만, 의료 시장은 늘어나는 의사나 병원만큼 파이가 크진 않는 것 같다.

    제한된 파이를 많은 사람이 잘게 쪼개고, 쪼개면서 떨어진 가루라도 주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 야간 진료와 주말 진료에 얽매여 가정에 충실하기도 쉽지 않다.

     

    포화 상태의 급여 시장

    50대 접어든 산부인과 의사 H씨는 "보드를 따고 시골에서 산후조리원을 갖춘 병원을 오픈하면서 나름 수입이 괜찮았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주위에 비슷한 형태의 병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병원 시설은 낡아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투자해야 했는데 고민을 좀 하다가 과감하게 접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40대 중반에 과감히 방향을 틀어 미용 쪽에 문을 두드렸다. 늦은 나이지만 미용 쪽 시술을 배우고 질성형을 특화해서 지금은 그럭저럭 유지는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2년 전에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봉직의 J씨는 "비급여 성형·미용을 하는 지인의 모습을 보고 급여 쪽 진료를 할 수가 없었다. (급여 쪽이) 너무 갑갑해 보였다. 삼십 분 정도 걸리는 쌍커풀 두 개면 수십 명 혈압, 당뇨 환자 진료 보는 것과 매출이 같다. 전공의 동기들도 대부분 비급여 쪽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다를 것 없는 비급여시장, 선택은 덤핑 

    급여시장의 포화로 상당수 의사들은 피부·미용과 같은 비급여시장에 눈을 돌린다.

    매년 다양한 '아이템'이 개발되고 보험공단으로부터 수가를 제한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급여시장은 '블루오션'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의료 시장에서 '소수만 알고 있는 블루오션'이란 본인이 창조하지 않는 이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급여시장에 치인 많은 의사들이 이미 여기 저기 '간보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비급여시장 역시 급여시장만큼이나 녹록지 않다.

     

    "잘나가는 대형병원을 제외하면 이쪽은 덤핑 싸움이다."

    얼마 전에 피부미용 클리닉을 개원한 B씨는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다른 병원의 행사(할인) 상품을 모니터링 해보면 어떻게 저 가격에 프로모션 하는지 나조차 이해가 안 되지 않을 때가 있다"면서 “수가 제한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필러 덤핑 가격의 예 : 0.5cc면 콧대를 높이기 충분한 양이다.

    가격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경쟁이 과열되고 일부 의료시술이 표준화되면서 병원의 선택이 가격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성형을 받기 위해 서울에 온 한 여대생은 "더 잘한다고 소문난 병원이 있지만, 가격에 맞춰서 이 병원으로 왔다. 지인이 여기서 (수술을) 했는데 그리 나쁘지도 않고 가격이 지방보다 좋다"고 선택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소셜커머스 한 구석을 차지한 비급여 의료 

    피부미용 시장은 이미 '최저가 경쟁' 중이다. 시술별 최저가를 확인해주는 앱과 사이트가 서비스를 시작했고, 유명 소셜커머스까지 마켓팅을 확대했다.


    시술별로 저렴한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쿠차>

    피부žžžž·미용 병원에서 일하는 한 코디네이터는 "할인 행사를 시술별로 교대하면서 진행하는데, 확실히 매출은 오른다"면서 "사실 연중 내내 할인 행사를 하게 되고, 때에 따라 보톡스 같은 시술은 거의 원가를 받는다. 박리다매가 아니고, 실제 이윤을 남기지 않는 거다. 쉽게 말해 미끼 상품이다. 일단 어떻게든 환자를 유입시켜 환자 챠트 번호를 늘리고, 행사 때마다 카톡으로 프로모션 안내를 한다"라고 밝혔다.

     

    제살깎이 아니냐는 의료계 내부의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개원의 B씨는 "제살깎기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그것은 정말 이기적인 표현이다. 대출받아 인테리어를 하고 고가 장비를 들여 개원한다. 급여 병원이야 간호조무사 2명만 고용하면 그만이지만 이쪽은 피부관리사, 코디네이터, 수술방 어시스트 해서 10명은 있어야 한다. 이미 너나없이 덤핑 경쟁에 뛰어드는데 나 혼자 고고한 척 하다가 말라 죽으란 말인가? (수입이) 유지가 되지 않으면 신용불량자로 몰리는 상황에서, 매출이 오르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