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2023년 2분기 바이오제약 분야에 대한 벤처캐피탈(VC) 투자가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투자금이 소수 기업에 몰리면서 기업들 간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2분기 바이오 기업들이 VC로부터 투자받은 금액은 53억 달러로, 2022년 1분기 이후 가장 많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분기 VC 투자는 90억 달러에 육박했으나 이후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어든데다 계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까지 이어져 1분기 VC 조달 금액은 33억 달러에 그쳤다.
이밸류에이트는 "분기별 VC 투자 동향 그래프를 보면 VC 자금 조달이 호황기 이전 수준으로 안정화 됐음을 알 수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90억 달러 이상 자금이 조달돼 자금이 풍부하다.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줄면서 소규모 기업에 지급하는 현금이 늘 것이라는 희망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2분기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전체 금액은 20억 달러 증가했으나 VC 투자 건수는 94건으로 1분기(91건)와 비슷했고, 소수 기업에 투자가 집중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밸류에이트는 "2분기 투자금의 거의 3분의 2가 1억 달러 이상 라운드에 투자됐으며, 이는 최소 2018년 이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반드시 필요한' 치료 분야와 기술 외 분야에서는 여전히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VC가 소수 기업 투자에 집중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는 아니지만 그 경향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2019년에는 연간 투자금의 35%가 1억 달러 이상 라운드에 투자됐고, 이 비율은 매년 증가해 2022년에는 54%에 달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59%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노보노디스크·모더나와 협력 중인 엘리베이트바이오, 시리즈D 성공
2분기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받은 곳은 시리즈 D로 4억100만 달러를 유치한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인 엘리베이트바이오(ElevateBio)다. 아유르마야 캐피탈 매니지먼트 펀드(AyurMaya Capital Management Fund)가 주도했고, 소프트뱅크(SoftBank Vision Fund 2)와 같은 기존 투자자와 함께 R&D 파트너인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등이 새로 참여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시리즈 D 참여와 함께 엘리베이트바이오의 통합 자회사인 라이프에디트 테라퓨틱스(Life Edit Therapeutics)와 유전자가위 치료제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지분 투자 외에도 라이프에디트는 선불 현금과 함께 협업 중인 7개 프로그램에 대한 마일스톤으로 각각 2억5000만~3억35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올해 초 모더나(Moderna)와도 mRNA 유전자 편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략적 연구 개발 협력을 체결하는 등 최근 1년 간 15개 이상의 새로운 제약바이오 파트너를 추가했다.
이번 투자금은 라이프에디트 유전자 편집,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RNA, 세포, 단백질, 벡터 엔지니어링 등 회사의 기술 플랫폼과 엔드투엔드 유전자 치료제 cGMP 제조 및 공정 개발 사업인 베이스캠프(BaseCamp)를 발전시켜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설계, 제조, 개발을 가속화하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중국 바이오 기업인 헤이슨 바이오파마(Hasten Biopharmaceutic)가 시리즈 A에서 3억1500만 달러를 투자받으며 2위를 기록했다.
이번 투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헬스케어 전문 투자 회사인 CBC 그룹과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인베스먼트 컴퍼니(Mubadala Investment Company)가 공동 주도했으며, 투자금은 혁신 파이프라인 자산 인수 및 사업 개발 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헤이슨은 CBC와 허페이 산업 투자 그룹(Hefei Industry Investment Group), 중국 허페이시 페이둥현이 2020년 공동 투자해 설립한 제약회사다.
2022년 3월 다케다제약(Takeda Pharmaceutical Company Limited)으로부터 심혈관 및 신진대사 약물 5종에 대한 중국 본토 독점권을 인수했다. 5월에는 로슈(Roche)로부터 세팔로스포린 항생제 로세핀(Rocephin)의 중국 내 상업적 권리를 인수했다.
TOP5 중 2곳이 RNA 의약품 개발사…두 회사의 투자 포인트는
3위는 RNA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리나게이드 테라퓨틱스(ReNAgade Therapeutics)가 차지했다. 리나게이드는 신체 어느 곳에서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RNA 의약품을 개발한다는 사명으로 출발한 회사로, 이번에 시리즈 A로 3억 달러를 투자 받았다.
리나게이드는 새로운 지질 나노입자(LNP)를 포함한 독점적인 전달 기술과 광범위한 코딩, 편집, 유전자 삽입 도구를 전체 RNA 시스템에 결합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전에 접근할 수 없었던 체내 조직과 세포에 RNA 의약품을 전달할 수 있게 함으로써 RNA 치료제의 주요 한계를 해결하고 잠재적으로 치료 가능한 질병 시장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한다.
오나 테라퓨틱스(Orna Therapeutics Inc.)와 합작 투자 회사를 설립해 리나게이드의 전달 플랫폼과 오나의 원형 RNA 기술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이후 오나는 MSD와 협력 계약을 체결했으며, 여기에는 오나와 리나게이드 합작회사에서 개발한 기술이 포함된다.
방사선 의약품 기업인 독일 ITM(ITM Isotopen Technologien München)은 2억5500만 유로(약 2억80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투자금은 표적 방사성핵종 치료(TRT) 종양학 파이프라인을 추가로 개발하고, 임상 3상 개발 막바지 단계에 가까워진 위장-췌장 신경내분비 종양(GEP-NET) 치료제의 상업화를 준비하는데 사용할 예정이다.
제조 역량 강화에도 투자한다. 독일에 여러 방사성 동위원소와 방사성 치료제를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는 두 번째 최첨단 제조 시설을 건설해 생산 능력을 확장하고 있다.
RNA 치료제 개발 기업인 오비탈 테라퓨틱스(Orbital Therapeutics)도 2억7000만 달러 시리즈 A를 마무리하며 대규모 자금 확보에 성공했다.
오비탈의 목표는 차세대 백신, 면역조절, 단백질 대체 분야를 포함해 다양한 질병에서 RNA 기반 의약품의 적용 가능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기존 및 새로운 RNA 기술과 전달 메커니즘을 모두 통합하는 RNA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오비탈의 새로운 RNA 치료제의 지속성을 연장하는 동시에 다양한 세포 유형과 조직으로 전달을 확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