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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취약지 의사 71%, 근무지에 안산다…“의료인력 증원보다 근무 여건 개선해야”

    의협, 지역별 의료서비스 불균형 유발하는 근본 원인 대한 제도 개선 시급

    기사입력시간 2020-07-31 13:39
    최종업데이트 2020-07-31 13:39

    사진=대한의사협회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의료인력 증원 정책을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역 의료기관과 주거 인프라 등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는 설문이 발표됐다.
     
    대한의사협회는 31일 정부가 지정한 의료 취약지역에 있는 시·군·구의사회를 대상으로 의료취약지에 대한 실태 파악과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결과, 지역의 의료와 주거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의료 취약지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고 의료기관과 의료 인력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강화 등 근본 원인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의료 취약지역에 근무하는 의료 인력의 71%가 자녀 등에 대한 교육(73%)과 거주 여건(15%) 문제 등으로 의료기관이 있는 근무 지역이 아닌 다른 시·도나 시·군·구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또한 근무 지역과 거주 지역과의 거리가 30km 이상 되는 비율이 62%에 달해, 의료 취약지역의 열악한 교육과 정주 여건 등 생활 인프라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답한 시·군·구의사회 중 94%는 소속 지역에 국·공립의료기관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해당 국·공립의료기관이 응급환자, 소아청소년환자와 분만환자를 진료할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냐는 질문에는 65%가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의료 취약지 사업(응급의료, 소아청소년과 및 분만 환자 진료)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 89%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의료 취약지 제도와 의료 취약지역의 민간 및 공공 인프라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군·구의사회의 61%는 소속 지역이 의료취약지로 지정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의료 취약지 선정 기준을 모르고 있다는 답이 81%, 소속 지역이 의료 취약지로 지정된 것에 동의하는 지 여부에 대해 58%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민간 의료기관의 자율적 참여가 필요한 의료 취약지 제도가 정부 주도적으로만 시행돼 정책이 겉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지역이 의료 취약지로 지정된 것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로는 의료 취약지 분야(응급, 소아, 분만)를 잘못 지정했기 때문이라는 답이 50%에 달했다. 또한 의료 취약지 지정 기준이 불합리하기 때문이라는 답도 27%에 달해, 의료 취약지 지정 기준이 실제 지역 여건과 맞지 않아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답변자들의 31%는 의료 취약지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 의료기관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지역 인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답변도 21%에 달했다.
     
    이어 의료기관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은 18%, 의료 취약지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답변도 91%에 달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의료 취약지역과 참여 의료기관이 기본적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을 강화해 지역의료의 생태계를 정상화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설문자의 43%는 민간 의료기관 경영을 위한 보상 기전 마련돼야 한다고 봤고 의료 인력에 적정 보수 제공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27%였다.
     
    또한 지역 주민에 대한 이동 서비스 지원 등 후송 체계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18%, 의료 인력의 자기 계발 기회와 교육 제공이 9% 순이었다.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지역별 의료서비스 격차 발생이 의료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의료와 교육 환경 등 의료취약 지역의 기본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지역별·종별·전문과목별 의료인력 배치의 불균형에서 야기되고 있다는 의료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정책이사는 “정부의 일방적 의사 증원 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의료 취약지 제도가 겉돌고 있는 것과 같이 의료 인력에 대한 명확한 추계나 의료인력 배치의 불균형이 야기되는 근본 원인에 대한 개선 없는 일방적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역별 의료서비스의 격차 해소 등을 위해 지정·운영되고 있는 응급의료, 소아청소년과, 분만 의료취약지역에 있는 99개 시·군·구의사회를 대상으로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0일까지 실시돼 36개 시·군·구의사회가 설문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