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김재연 칼럼니스트]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사업 본격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복지부 산하 5개 기관과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추진단'을 발족했다. 하지만 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사업 추진단을 발족하는 자리에 정작 중요한 동네의원 의사가 보이지 않았다.
만성질환 관리를 추진하는 실제적인 주역은 배제되고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은경),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김용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승택),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이영성),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사장 강윤구) 등 5개 기관장이 정책 추진의 비전을 담은 공동결의문을 서명하면 만성질환 관리가 되는지 묻지 않을수 없다.
과거 10년 간 4가지 관련 정책 수행해 온 정부는 만성질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혈압·당뇨병 등록 관리사업(2007년) ▲의원급만성질환관리제(2012년)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2014년) ▲만성질환관리 수가 시범사업(2016년) 등 개별 사업들을 진행했다.
물론 만성질환관리 추진위원회에 전문가, 학회, 의료계 관계자들이 일부 참여하지만, 정부가 대대적으로 준비한 만성질환 관리 추진단에 의사는 빠졌다. 정부는 그동안의 시범사업에서 정부의 한계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의사들을 배제하는 것처럼 보였다.
복지부의 추진단 발족 이유를 보면 성인 1500만명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이들이 건강보험 재정 69조원의 3분의 1인 25조원을 쓰고 있어서라고 한다. 이는 국민들의 만성질환 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보험 지출이 많아서 추진단을 발족하는 목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 건보재정을 줄이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만성질환으로 수입을 올리는 의사들을 배제된 이유를 이해하기 쉬운 대목이다.
또한 정부는 그동안 추진해온 유사한 만성질환 관리 사업이 기관마다 달라서나, 서로 다른 서비스 모형이나 전달체계 확산이 어려운 재정 구조, 단절된 추진 체계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계는 그동안 정부에 통합 운영을 주장해왔다. 정부 정책이 때늦은 감은 있지만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성질환 관리의 최일선에서 묵묵히 헌신 해온 의사들을 배제한 추진단의 시작부터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은 필자만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날 발표된 결의문조차 모순투성임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결의문에 제시된 "정책 추진과정에서 국민과 의료계를 비롯한 당사자, 관계자와 상호 협력하고 소통함으로써 적절한 해결과제를 찾겠다"는 의지가 정말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서두르지 말고 의료계 당사자들과 사전에 추진단에 참여할수 있도록 설득했어야 한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관계자조차 이런 추진단 준비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한다.
각 기관별 역할을 보면 질병관리본부는 만성질환에 대한 조사 감시와 근거기반 예방 관리 사업 개발을 통해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정책과 사업을 지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검진과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만성질환의 체계적 관리와 일차의료 현장에서 적용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수가 개발과 적정 보상방안을 제시해 일차의료의 질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평가모형을 개발하고 성과와 연계한 인센티브 제공방안을 마련한다.
정부는 원가 이하의 만성질환관리 비용의 현실화를 통한 만성질환자의 합병증 방지를 위해 의사들의 적극적인 치료를 과잉진료로 왜곡 하지나 말아야 할 것이다. 심평의학의 기준으로 건보재정 확충을 위해 삭감을 일삼으면서 어떻게 국민건강 보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정부는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 혁신을 위해 일차의료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정부는 실질적인 일차의료 정책 개발과 실행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려면 일차의료기관 의사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것부터 재인식해야 한다. 이들을 배제한다면 어떤 만성질환관리 사업이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것을 정확히 알고 정책을 수립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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